지난 연말 동창회 집행부 세 사람이 점심을 같이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동창회를 지극히 아끼고 생각하는 그 친구는 자기가 거주하는 판교에 해산물과 걸맞는 「자산어보」라는 생대구탕 전문 식당으로 안내했다. 지금쯤 대구로 유명한 생산지에는 12월부터 두달 남짓 경남 거제 장목면 외포리 포구에는 외지의 차들이 줄을 잇는 진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포구에는 생대구탕을 먹으러 오거나 대구를 직접 사러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생대구탕은 파와 마늘을 넣고 소금간만 했는데 시원하면서도 진하게 입에 감긴다. 뭐니해도 겨울철 생대구탕은 별미중
수산전문지에 한 달에 두서너 편의 수산 칼럼을 쓰는 것이 일이 되었다. 일상처럼 칼럼을 쓴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면서 약간의 중압감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오랜기간 수산 칼럼을 쓰다 보면 수산외적 내용을 쓸 때도 있지만 수산전문지에 수산 외에 다른 내용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을 때도 있지만 그것은 틀린말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읽을만하다는 독자도 있지만 별 것 없다는 얘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글속에 흥미와 감동이 있어야 하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내포되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 말하고 있다.
날씨가 추워졌다. 겨울철이 오면 동해안의 알배기 도루묵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서울 집에서 강릉 중앙시장에 도루묵 1상자(40마리 55,000원)를 주문했는데 하루만에 도착했다.한동안 동해바다를 생각하면서 그리움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집사람도 그렇지만 고향에서 도루묵을 먹으면서 우리는 유년 시절을 보냈으니 잊을 수 있겠는가.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고기를 더 먹는다는 옛 얘기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며칠 전 고향 친구가 얘기 끝에 요즘 도루묵철이니 한번 다녀갈 마음이 없느냐는 안부가 있었다. 어느 해인가 도루묵은 풍년이 들면
사무실 가까이에 작은 식당이 있다. 그곳에는 바지락 칼국수와 쏘세지와 라면 사리를 넣은 바지락탕도 있다. 바지락을 이용한 조리 중에 으뜸으로 곱히는 것은 바지락을 삶아 우려낸 감칠맛 나는 국물에 쫄깃한 칼국수를 넣은 바지락 칼국수인 것 같다. 청산별곡 2절에 보면“살어리 살어리 랐다 바라레(바다에)살어리 랐다 나마자기(해초)구조개(굴과조개)탕 먹고 바다에 살어리 랐다”라는 구절에서 보듯이 고려 시대에도 굴과 조개류는 우리 서민들에 식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알수 있다. 해산물중에 바지락은 우리나라 연안에서 가장 흔하게
“모든 오래된 것이 머지않아 새로운 것으로 탄생할 것이다”라는 스티븐 킹의 말을 떠올리며 오래된 얘기들에서 상실감을 찾아내야 된다는 생각을 해 본다. 다산 정약용의 18년간 유배길에서 500여권에 달하는 목민심서 경세유표등 유명한 책을 쓰면서 방대한 저서들과 그 시절에 지식인들의 치열한 기록의 산물을 보면서 한편으로 놀라울 뿐이다. 자료수집을 위한 기동성도 열악하고 관련 서적들도 귀한 시절에 환경적으로 모든게 비효율적인 시대에 그런 방대한 저술 활동을 한 사실에 얼마만한 노력의 결실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정약전은 흑산도로 16
우리나라 국민들이 좋아하는 생선이 오징어, 고등어, 갈치 순이라고 조사되었다. 그런데 수산물 갈치가 정치판에서 제식구 잡아 먹는 갈치 정치인이라고 회자되고 있다. 우리 속담에 「갈치가 갈치꼬리를 문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친한 사이에 서로를 모함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치판까지 좋지 않은 갈치로 거론된다는 것이 조금은 언짢은 얘기지만 물고기 생태가 그러하니 어찌하랴. 갈치는 먼바다 물고기로 얕은 바다로 이동하여 같은 종류의 꼬리를 잘라먹는 습성이 있다. 어디 갈치뿐이겠는가 복어도 복어끼리 꼬리와 지느러미를 뜯어 먹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음식 중에 밥과 고기와 나물을 섞고 양념을 더하여 비빔 음식을 만들지만 해산물과 밥과 절묘한 배합으로 음식을 만들거나 생선회를 고추장을 푼 물에 말아 먹으면 그 맛은 어떨까? 어떤 해산물을 쓰느냐에 따라 그 맛과 향이 다를 수밖에 없고 지역에 따라 독특하게 맛을 내는 유명하고 소문난 음식을 찾아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물회는 예전에 어부들이 바다에 나가서 갓잡아 올린 생선을 썰어서 고추장을 푼 국물에 오징어, 한치, 가자미, 도다리, 자리돔을 말아서 허기를 달래기 위하여 후루룩 마셨다는 것이 기원이다.강원도(삼척, 주
초등학교 1학년 손자가 방학을 맞으면서 처음으로 성적표가 나왔다. 그런데 우리 국민학교 시절과는 달리 성적에 등수가 없고 담임선생의 학생 평가서만 나와 있다. 구구절절 잘하였다는 서술만 있으니 과연 1학년 반에서 우등생이나 될까 궁금하기만 했다. 그런 손자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면 유별나게 새우를 좋아한다. 서울근교 바닷가에 한번 간다 하면서 그동안 새우 제철이 짧기에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금년에는 손자의 성적도 우수하니 새우철 다음 달에 탱글탱글 물 오른 제철 새우(대하)를 맞보게 하리라 다짐했다.우리나라에서 월동직전인 9월
지난 주 친구들과의 점심 모임에서 한 친구가 고려대 출신 반창회를 수십년간 역삼역 부근 일식집에서 모여 하고 있는데 우리는 1958년 41명이 입학해서 금년에 4명이 운명을 달리하고 이제 10여명 남은 것 같지만 지난번에 8명이 참석했다는 서글픈 얘기를 나누었다. 우리 나이에 엇비슷한 세상살이에 누구나 겪는 일이겠지만 그 나이가 되면 비단 그 친구뿐이겠는가 그저 그러려니 살아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모이는 그 횟집의 특징이 있다면 항상 민어찜을 곁들여 내놓는 곳으로 이른바 오랜 단골이어서 그런지 우리에게 특별
세월이 우정을 시샘하듯 만나지도 못했는데 다행히 지난 6월에 동기생들이 5년만에 모임을 가졌다. 근심어린 눈빛으로 아직은 마스크를 쓴 채 모였지만 동기동창생 23명의 열정은 그 눈빛에서 아직은 사막의 별처럼 빛이 나고 있었다. 모두가 8순을 넘긴 나이기에 세월도 비켜가지 못한 채 지팡이를 짚기도 하고 백발에 주름진 그야말로 계피학발(鷄皮鶴髮)의 모습으로 변모해가고 있었다. 8순을 넘는 인생을 살다 보니 내 것이 없고 빚만 남은 빚쟁이처럼 외롭고 서럽고 처량하지 않았겠는가. 이제 병 없이 탈 없이 살아도 겨우 10년을 못넘긴다는 생각
8월 한여름인데 재경 동창회 임원으로 있는 친구의 문자가 날아왔다. 「이 감사 올겨울에 제주 대방어 뱃살회가 먹고 싶으니 친구들과 떠나가세」 갑작스런 문자에 궁금해서 전화를 걸었더니 「우리 나이에 먹고 싶은 것 먹고 가고 싶은 곳 가면서 남은 여생 그렇게 살아 가세」라고 했다. 그렇게 사는 것은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바다 생선을 제철에 맞추어 생산 현지에서 먹는다는 그 맛이야말로 최고일 테지만 한편으로 쉬운 도 아닐테고 방어 뱃살회 먹으러 제주까지 간다는 것이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다.왜냐하면 그 시기가 되면 가락동과 노량진 수산
지난달 조선일보 논객(조용헌)이 「80대의 소설가의 일상」에 대한 칼럼을 쓰면서 지인 한 분이 39년생(84세)의 노인이지만 읽고 쓰고 지적 호기심을 유지하기 때문에 세상 돌아가는 것을 훤히 알고 있다면서 아마도 뇌의 근육이 말랑말랑한 탄력성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이면서 나이 들어 신문을 보고 잡지를 읽는 시력과 지적 호기심을 유지한다는 것은 상팔자에 해당한다면서 읽고 쓸 수 있는 80대라면 복받은 인생이다. 글을 잘쓰는 작가보다 잘 쓸 수 있다는 꿈을 안고 사는 노년층이라면 더 아름답게 보는 것이다. 논객의 얘기가 마침 동갑내기
전북 군산에 소재한 농촌위생연구소(소장 이영춘 박사)가 2003년 10월 31일에 전북도 유형문화재 200호로 지정되었다. 일찍이 유명한 홍성원 소설가는 쌍천 이영춘 박사의 생애 「흙에 심은 사랑의 인술」을 1993년 저술하고 이영춘 기념 사업회에서 발간한 서적을 구입하여 읽은 적이 있다. 지난 6월 중순 종친회 임원들과 현장을 방문하고 문화 해설사의 진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현지 문화 유적지에는 이영춘 박사 추모비가 크게 세워져 있는데 비석에는 1948년 11월 농촌 위생연구소장 이영춘(군산 개정중앙병원)박사의 행적으로 의
우리나라 연안 지방과 해산물 속담은 어민들의 생활상을 비롯하여 어민들의 숨결이 응결된 물고기 속담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민들의 시름을 덜어주고 어업의 활기를 부여하는 활력소 역할이 될 수 있을 것 같다.(1) 강릉 최부자는 임연수어 쌈으로 망한다. 옛날 강릉 최부자가 있었는데 임연수어(강릉 사투리로 새치라 함) 껍질로 싸 먹다가 재산을 날렸다는 말로서 임연수어 껍질이 그만치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는 뜻이다.(2) 강진 원님 대합 자랑하듯 하다. 전남 강진에서 생산되는 대합조개 맛도 좋고 양적으로 많이 생산되어 예부터 유명하다는 뜻이다
여름철이면 쉽게 변질되거나 상하기 쉬운 물고기가 있으니 조심할 수밖에 없지만 그런 우려를 벗어날 수 있는 해산물이 있다면 그것은 여름철에 먹어도 큰 탈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우리는 흔히 민어, 갯장어, 노랑가오리를 두고 여름을 대표하는 해산물이라 얘기하고 있다. 첫째로 민어는 여름철 인기 보양식으로 8월에 산란기를 앞두고 전남 신안군에 임자도 재원도의 토박이들 얘기를 들어보면 알을 낳으려 몰려드는 민어떼가 “꺽꺽”우는 소리에 밤잠을 설친다는 신기한 얘기를 들으면서 그 고장 일대에 갯벌과 새우가 풍부하고 바다 수온이 적정하여 최대 민
수산인이라면 정약전 선생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이 수산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과 수산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한다면 그의 연구 행적을 찾아서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00여년 전쯤 남해 한가운데 검은섬 흑산도라는 섬이 있었다. 큰 지네가 우글거렸고 독사 뱀이 다래넝쿨처럼 엉켜있는 무시무시한 섬에 태풍이 몰아치는 어느 날 머리를 풀어 헤친 사람이 부서진 배를 타고 이 섬에 다다랐다. 이곳의 섬 별장과 섬 사람들은 기겁을 했다.유배 온 죄인 정약전은 좌랑 벼슬을 지낸 사람으로 이곳에 도착하였지만 섬
옛 속담에 썩어도 준치란 말이 있다. 준치는 원래 맛 좋은 물고기지만 약간 물이 가거나 상했어도 맛이 좋다는 뜻이다. 그러나 준치가 맛은 있지만 잔가시가 많아서 꺼리는 사람도 많다. 맛이 있지만 잔가시가 등뼈를 가운데 두고 일정하게 같은 방향으로 자리를 잡은 게 아니라 눕기도 하고 서 있기도 하니 마음대로 먹을 수 없으니 조심할 수밖에 없다. 달콤하게 취해 올라오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 이런 의미를 담아 전남 땅끝 해남에는 고산 윤선도의 종택인 해남 윤씨 녹우당에 소장한 1629년 윤선도 ‘은사장’에 보면 진어(준치)를 보낸 사문
해산물 중에 전설을 품은 물고기는 아마도 조기뿐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나라 서해에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연평도는 조기라는 물고기로 유명한 작은 섬이다. 연평도에는 조기역사관이라는 이색적인 작은 박물관도 있다. 조기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맛 있고 영양가 풍부한 생선으로 예로부터 사람들이 기운을 회복시키고 사람들에 기운을 북돋아 주는 생선이라 하여 조기(助氣)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소금에 절여서 말린 것을 ‘굴비’라 부르기도 하였다.각 민족은 체질에 따라 즐겨먹는 생선이 다른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중국인은 잉어,
신록의 계절 6월이 오면 생각나는 도시 유럽의 녹색 수도 코펜하겐이 생각난다. 몇 년 전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열린 ‘녹색성장 및 그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 국제회의에 2019년 세계 각국의 수뇌와 우리나라 대통령도 참석하였다. 지구 온난화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기후 온난화를 비롯한 청정에너지와 관련한 회의가 코펜하겐에서 자주 열렸다. 코펜하겐은 덴마크어로 ‘상인의 항구’라는 뜻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바이킹 어촌에서 시작한 이곳은 15세기부터 덴마크 수도가 되어 정치 경제 문화 중심지로 성장했다.코펜하겐을 대표하는 경관은 「
해산물 중에서 의외로 간재미란 물고기에 대하여 물어오는 지인들이 많이 있다. 간재미는 사전에 ‘가오리 새끼’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현지 상인과 주민들은 엄연히 가오리와는 다를 뿐 아니라 맛도 가오리보다 훨씬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양도 홍어와 가오리가 비슷하지만 크기는 작고 코(주둥이)모양이 홍어는 각이 진 마름모꼴로 주둥이가 길고 가오리는 둥그스럼하지만 간재미는 약간 모난 둥그스런 정도이고 주둥이는 짧다. 간재미는 값은 홍어보다는 싸지만 가오리 보다는 비싸다. 그리고 간재미는 수온이 내려가면 육질이 탄력이 붙어 매월 음력 보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