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에 썩어도 준치란 말이 있다. 준치는 원래 맛 좋은 물고기지만 약간 물이 가거나 상했어도 맛이 좋다는 뜻이다. 그러나 준치가 맛은 있지만 잔가시가 많아서 꺼리는 사람도 많다. 맛이 있지만 잔가시가 등뼈를 가운데 두고 일정하게 같은 방향으로 자리를 잡은 게 아니라 눕기도 하고 서 있기도 하니 마음대로 먹을 수 없으니 조심할 수밖에 없다. 달콤하게 취해 올라오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 이런 의미를 담아 전남 땅끝 해남에는 고산 윤선도의 종택인 해남 윤씨 녹우당에 소장한 1629년 윤선도 ‘은사장’에 보면 진어(준치)를 보낸 사문이 있다.

준치 ‘은사문’은 왕실에서 신하에게 내리는 선물을 기록한 문서를 말한다. 진어는 자산어보에도 비늘이 크고 가시가 많으며 맛이 달고 담백하다. 곡우 뒤에 우이도에서 잡히기 시작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우이도는 자산어보를 지은 정약전의 동생(정약용)을 기다리며 눈을 감은곳이다.

준치는 서해에서만 볼 수 있는 해산물로 여름으로 가는 요즈음 오뉴월에 산란을 위해 서해로 올라온다. 어부들은 이를 쫓아 5~7월까지 잡아내고 있다.

호남 목포에 가면 유달산 길목에 오동나무 보라색 꽃이 활짝 피면 그물에 잡힌 준치가 어시장에 올라온다. 맛이 절정에 오를 때라 잡는 즉시 냉장을 해야 할 만큼 생선살이 연하고 부드럽다. 잡는 시기가 짧은데다가 잔가시를 먹을 수 있도록 칼질을 잘 해야 하는 것이 번거롭다. 그러나 제철이 되면 맛이 일품이라고 준치를 찾는 사람이 줄을 잇는다 하니 그 지역 아니면 먹기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진어(眞魚)’라고 했을까. ‘옥담시집’ 만물편에 준치를 ‘팔진미’에 비견할 만큼 맛이 좋다 했다. 여기에 식초를 더한 것은 살균과 뼈를 연하게 하기 위해서이고 준치 계절이 오면 준치 회무침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선창가 식당에 줄을 선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흔히 생선은 뱃살이 원래 맛이 있지만 준치 뱃살은 딱딱하고 가시가 많아서 요리할 때 잘라 낸다 하니 이건 처음 듣는 얘기다. 그러나 준치는 예로부터 권력이나 명예, 재산에 너무 치우치면 반드시 그 반작용을 일으켜 불행이 닥친다는 훈계가 준치가 제격이라고 말한다. 정치인들은 돈이란 것은 생선과 같으니 가시를 잘 발라 먹어야지 잘못 먹으면 목에 가시가 걸리니 조심하라는 훈계용 얘기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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