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동창회 집행부 세 사람이 점심을 같이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동창회를 지극히 아끼고 생각하는 그 친구는 자기가 거주하는 판교에 해산물과 걸맞는 「자산어보」라는 생대구탕 전문 식당으로 안내했다. 지금쯤 대구로 유명한 생산지에는 12월부터 두달 남짓 경남 거제 장목면 외포리 포구에는 외지의 차들이 줄을 잇는 진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포구에는 생대구탕을 먹으러 오거나 대구를 직접 사러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생대구탕은 파와 마늘을 넣고 소금간만 했는데 시원하면서도 진하게 입에 감긴다. 뭐니해도 겨울철 생대구탕은 별미중에 별미가 아닌가.

시중에서 냉동 대구탕을 먹을 때는 대구살이 단단한 줄 알지만 생대구살은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움이 확연히 맛의 차이가 난다. 국물이 뽀얀 것은 푸짐하게 들어간 이리 때문으로 수컷 뱃속에 똬리를 틀듯 꼬불꼬불 들어간 정액덩어리 ‘정소’ 때문이다. 이 국물맛은 사르르 녹는 최고의 맛이 입에 풍성하게 감겨온다. 이리와 혼동하는 ‘곤이’는 암컷 알집 ‘난소’이므로 정소와는 다르다. 겨울에 귀한 손님 거제 대구가 일본 북해도 북쪽에서 한껏 살이 올라 대구가 산란기가 되면 알을 낳으러 남해안 진해만으로 회유해오기 때문이고 동해는 물론 서해에도 살고 있다.

동해 대구가 겨울 한류를 따라 서해까지 흘러왔다가 남해에 난류에 막혀 못 돌아가고 오랜 세월 살아왔다. 서해는 먹이가 적고 수온이 높아 한류성 대구는 몸집이 작을 수밖에 없다. 동해 대구는 5~6년간 성장하면 90㎝가 넘지만 서해 대구는 전부 자라도 50㎝정도가 고작이므로 왜대구라 부르고 있다. 유년시절에는 동해 명태, 남해 멸치, 서해 조기라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동해안 명태 정어리는 찾기 힘들고 남해안 멸치는 서해 충남 앞바다까지 올라왔고 동해안 오징어 역시 제주도까지 내려 갔다.

그런 어종이 서식처를 떠나 뒤죽박죽으로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기후 온난화로 수온이 계속 오르기 때문이다.

동해안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으니 비교적 생태탕을 많이 먹은 셈이지만 이제는 생태탕은 옛추억의 해산물로 남아 있다. 고작 시중에서 먹는 생태탕은 대부분 일본 북해도 인근에서 잡은 것을 얼음에 채워서 냉장상태로 생태탕을 파는 정도이다. 국민의 생선이라 불리었던 명태는 조선 후기 문신인 이유원의 ‘임하필기’에 보면 명태는 우리나라 300년의 바다의 보배였지만 300년 뒤에는 귀해질 것이라는 예언이 어쩌면 맞아 들어가는 것일까. 그러나 러시아 수역에서 잡아온 원양어선의 북양 명태(동태)라도 꾸준히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스런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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