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여름인데 재경 동창회 임원으로 있는 친구의 문자가 날아왔다. 「이 감사 올겨울에 제주 대방어 뱃살회가 먹고 싶으니 친구들과 떠나가세」 갑작스런 문자에 궁금해서 전화를 걸었더니 「우리 나이에 먹고 싶은 것 먹고 가고 싶은 곳 가면서 남은 여생 그렇게 살아 가세」라고 했다. 그렇게 사는 것은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바다 생선을 제철에 맞추어 생산 현지에서 먹는다는 그 맛이야말로 최고일 테지만 한편으로 쉬운 도 아닐테고 방어 뱃살회 먹으러 제주까지 간다는 것이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다.

왜냐하면 그 시기가 되면 가락동과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면 대방어를 여러 곳에 진열해서 부위별로 팔고 있음을 보아 왔고 실제로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사서 먹은 일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제주에 사는 한해 선배에게 얘기해보니 한겨울 11월 말부터 다음해 2월까지 맛이 제일 좋을 때이고 서귀포, 모슬포항이 주 생산지이니 그때 한번 오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방어는 제주사람 얘기를 들어 보면 눈발이 날리는 추울 때 먹어야 제맛이 난다는 물고기가 바로 방어라고 말하고 있다. 방어가 많이 잡히는 곳은 제주도 모슬포 앞바다이다. 모슬포항에서 30분 정도 배를 타고 나가면 가파도와 마라도가 있는데 마라도에 가는 중간 섬이 가파도다.

이 가파도와 마라도 사이에서 11월부터 이곳에서 방어가 집중적으로 잡히기 시작한다. 이 지역에는 물살이 아주 세기로 유명해서 두 섬 사이 바다 밑으로 협곡이 조성되어서 수심이 깊고 조류가 통과할 때 물살이 빠르고 거칠어지고 있다. 물살이 거칠다 보니 이 물살을 타고 거슬러 올라오는 방어는 힘을 써야 하고 힘을 쓰다 보면 자연히 운동량이 많아지므로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해질 수밖에 없다. 방어가 육질이 단단해지면서 지방질도 몸에 좋다는 불포화 지방이 되기 때문이다.

제주 사람들은 신기하게 신김치에 싸서 먹는 습관이 있으며 방어 뱃살도 맛이 있지만 방어 대가리를 불에 구워먹는 맛이 일품이라는 사람도 있다. 눈내리는 연말에 방어 맛을 본다면 이런 맛도 있구나 싶지만 온갖 근심 걱정을 다 잊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 3년 전 문학회에서 모슬포항에서 방어회를 먹고 가까운 가파도행 유람선 여행을 다녀온 후에 서귀포 보건소에서 같은 승선 인원 중에 확진자가 있으니 검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고 모처럼 여행길에 잠시 놀랐던 그때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저작권자 © 수산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