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졌다. 겨울철이 오면 동해안의 알배기 도루묵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서울 집에서 강릉 중앙시장에 도루묵 1상자(40마리 55,000원)를 주문했는데 하루만에 도착했다.

한동안 동해바다를 생각하면서 그리움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집사람도 그렇지만 고향에서 도루묵을 먹으면서 우리는 유년 시절을 보냈으니 잊을 수 있겠는가.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고기를 더 먹는다는 옛 얘기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며칠 전 고향 친구가 얘기 끝에 요즘 도루묵철이니 한번 다녀갈 마음이 없느냐는 안부가 있었다. 어느 해인가 도루묵은 풍년이 들면 상자당 3만원을 하였으나 어느 해는 30만원에 경매된 것은 자원 감소도 있었지만 일본으로 수출되었기 때문이라 했다.

일본 북부 지방에는 도루묵을 즐겨 먹기도 하지만 염장해 두었다가 일년내내 먹기도 하고 알은 「부리꼬」라 하여 특별히 정초에 요리를 해먹는 풍습도 있다. 도루묵은 동해 특산물로 고급 어종에 속하지는 않지만 살이 희고 육질이 여문편으로 독특한 지방질 함유로 맛이 좋은 편이며 알배기는 특별히 취급해 주기도 한다.

강원도 바닷가 사람들은 겨울철이 되면 양미리, 명태, 도루묵 등 겨울 물고기가 한창이어서 일거리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원래 도루묵은 동해안을 비롯하여 일본 사할린 알라스카에 살고 있는 한류성 물고기로 새끼 때는 바다 밑바닥에 살고 있고 9월 이후에 찬물 세력이 강해지면 얕은 곳으로 몰려와 산란을 하며 10∼12월이 잡는 시기이므로 동해, 삼척 이북 해역에서 잡히고 있다.

12∼2월에는 알배기 살이 통통하여 기름지지만 비린내가 없고 단백하여 고소한 맛이 나고 있다. 더욱이 가시가 연해서 굽거나 조림을 하면 뼈째 먹을 수도 있고 그리고 약한 불에도 쉽게 먹을 수 있으므로 도루묵을 겨드랑이에 넣었다 빼도 먹을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서유구의「난호어묵지」에 보면 배가 희게 빛나 운모가루를 뿌려 놓은 것처럼 보여 예전에는 은어라고 불렸다. 이식(1584~1647)이 지은 도루묵의 세태 풍자시를 보면 도루묵의 역사가 담겨 있다.

목이라 부르는 물고기가 해산물 가운데 품질이 낮은거라/ 번지르 기름진 물고기도 아닌데/ 그 모양새도 볼만한 게 없었다네/ 그래도 씹어 보면 그 맛이 담백하여 / 겨울 술안주론 그런대로 괜찮었지/ 임금님이 난리를 피해 오시어서/ 목어가 수라상에 올라와서/ 허기를 든든하게 해드렸지/ 그러자 은어라 이름을 하사하고/ 길이 특산물로 바치게 하셨다네/ 난리 끝에 임금님이 서울로 돌아온 뒤/ 수라상에 진수성찬 서로 뽐낼 적에/ 불쌍한 이 고기도 그 사이에 끼었는데/ 맛 보시는 은총을 한번도 못받았네/ 이름이 삭탈되어 도로목이라 떨어져서/ 순식간에 버린 물건 푸대접을 당했다네/ 이름은 그저 겉치레에 불과한 것/ 버림받은 것이 그대 탓이 아니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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