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친구들과의 점심 모임에서 한 친구가 고려대 출신 반창회를 수십년간 역삼역 부근 일식집에서 모여 하고 있는데 우리는 1958년 41명이 입학해서 금년에 4명이 운명을 달리하고 이제 10여명 남은 것 같지만 지난번에 8명이 참석했다는 서글픈 얘기를 나누었다. 우리 나이에 엇비슷한 세상살이에 누구나 겪는 일이겠지만 그 나이가 되면 비단 그 친구뿐이겠는가 그저 그러려니 살아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모이는 그 횟집의 특징이 있다면 항상 민어찜을 곁들여 내놓는 곳으로 이른바 오랜 단골이어서 그런지 우리에게 특별히 잘 대해주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달 모임에서는 민어찜이 보이지 않아 서운한 마음에서 주인을 불러 민어찜이 안 보인다고 그 연유를 물었더니 옳거니 모든 물가가 오르고 보니 정식 값도 약간 올리고 곁들인 생선과 민어찜이 빠질 수밖에 없노라 하니 할말을 잊은 채 묵묵부답이었다. 더욱이 민어는 여름철 보양식이니 서운한 감은 없지 않으나 여름철이 제철이니 귀하고 값도 비싼 생선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은 계절에 따라 풍미가 다르듯이 생선도그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봄도다리, 여름민어, 가을전어, 겨울숭어라 하지 않는가. 여름철에는 민어 농어를 대표적 여름 횟감으로 꼽고 있어 삼복 더위에 지친 기력을 회복하는데 뛰어난 효력이 있다 하여 예전부터 여름철에는 민어국을 먹는 습관이 남아 있다. 생선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시기와 계절이 따로 없지만 여름철이 되면 한번쯤 민어를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경우라는 생각이 든다.

민어는 몸집이 커서 크기가 1m에 20kg에 달하고 활어보다 숙성시킨 선어가 부드러운 맛을 내고 참치, 방어처럼 부위별로 각기 다른 맛을 내고 있다.

시중의 수입산 홍민어는 민어와 비슷하지만 꼬리에 반점이 있어 점성어라고도 부르며 민어로 둔갑해서 자칫 속을 수도 있으니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민어는 산란기인 7~8월이면 신안군 앞바다에 몰려와서 최대 집산지를 이루고 있다. 특히 임자도는 모래바닥이어서 새우가 많이 있고 이를 먹이로 하는 민어 어군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신안군 민어 축제도 임자도에서 8월에 열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예전에 전라도 3대 파시(바다의 임시 어시장)가 임자도 민어파시, 영광 법성포 조기파시, 비금도 강달어파시와 함께 흥청거리던 어시장이 그리워질 수밖에 없는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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