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이면 쉽게 변질되거나 상하기 쉬운 물고기가 있으니 조심할 수밖에 없지만 그런 우려를 벗어날 수 있는 해산물이 있다면 그것은 여름철에 먹어도 큰 탈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는 흔히 민어, 갯장어, 노랑가오리를 두고 여름을 대표하는 해산물이라 얘기하고 있다. 첫째로 민어는 여름철 인기 보양식으로 8월에 산란기를 앞두고 전남 신안군에 임자도 재원도의 토박이들 얘기를 들어보면 알을 낳으려 몰려드는 민어떼가 “꺽꺽”우는 소리에 밤잠을 설친다는 신기한 얘기를 들으면서 그 고장 일대에 갯벌과 새우가 풍부하고 바다 수온이 적정하여 최대 민어 산지가 되었다.

해방 직후 임자도에 수백척의 어선이 몰려드는 호황을 누렸고 인천 서해까지 민어가 고르게 분포하였으나 남획으로 어장은 황폐하고 1980년대 이르러 임자도 주변에서 주로 잡히고 있다. 민어 자원이 그만큼 귀하면서 값도 비싼 편이지만 다행이 2014년부터 양식 민어가 시장에 풀리면서 값도 안정되고 조금은 흔하게 먹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두 번째로 갯장어는 6~8월이 제철이지만 예전에는 뱀을 닮은 모양으로 어부들도 잘 안 잡고 먹기를 꺼려서 일본에만 판매하였다. 그래서 요리의 진수도 일본식 샤브샤브와 유사한 유비끼 요리가 있을 정도이다. 갯장어는 일본에서는 아무나 무는 습성이 있다 하여 일본말「하무」에서 유래되어 「하모」라고 흔히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 서남 연안에 바위틈이나 진흙속에 숨어있다가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이다.

세 번째로 여름을 지내려면 노랑가오리 신세를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섬 사람들은 회로 먹지만 말려서 보관하고 찜으로 먹기도 한다. 여름철 서남해안에서 잠깐 잡히는 탓에 때를 맞추어 판매하는 식당이 그리 많지 않다.

겨울철 깊은 바다에 살다가 봄이 되면 연안 내만에서 산란한다. 주로 고흥, 여수, 영광까지 낚시 주낙으로 잡고 있다. 이곳에서 노랑가오리를 두고 섬 사람들은 설명으로는 모르고 먹어봐야 맛을 안다 하면서 그 맛을 어떻게 말로 대신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면서 그만치 맛에는 자신이 있다는 또다른 표현을 하고 있다. 생산지에서는 고소한 참기름에 회를 찍어 먹으면 옛날 먹던 익숙한 맛이 떠오른다는 노랑가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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