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를 소금에 약간 절여서 통째로 말린 것을 굴비라 한다. 오징어, 명태, 문어 등 보통 물고기를 저장용으로 가공할 때는 딱딱한 포의 형태가 되지만 조기의 경우 말렸을 때도 꼬들꼬들하게 탄력성이 유지되며 그 맛도 증가한다는 점이 바로 굴비가 고급 요리재료로 각광을 받는 이유라 하겠다.

굴비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고려 인종 때부터다. 인종의 친척인 이자겸이 나랏일을 보다가 영광군 법성포로 귀양을 오게 됐는데 이곳에서 잡힌 조기를 먹어본 뒤 그 맛에 반하여 소금으로 간을 치고 바위에 말려서 임금에게 진상을 했다. 수랏상에 올라온 조기를 먹어본 인종은 그 맛에 감동하여 이자겸의 귀양을 풀어주었다.

조기 때문에 귀양에서 풀려 조정으로 돌아간 이자겸은 웬지 쑥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조기를 진상한 일이 죄를 면하기 위한 아부가 아니고 신하로서 임금에 대한 변함없는 마음의 표현이라 하여 ‘굴비’라 일컬었던 것이 오늘날까지 명칭으로 쓰이게 되었다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조기에 간을 해서 말린 것이 굴비이다. 따라서 굴비를 알려면 조기, 그 가운데에서도 참조기에 대해 알아야 한다. 조기는 민어과에 속하는 바다물고기로, 우리나라에서 어획되는 주요 어족의 한가지이다. 조기는 모양과 색깔에 따라서 참조기, 수조기, 백조기, 흑조기 등으로 분류된다. 이 중에서 참조기가 가장 맛이 좋아 굴비의 재료로 쓰인다.

조기는 세계적으로는 약 160여 종이 알려져 있는데 그 중 80여 종이 미국 연해에 서식하며 유럽 연해에 20종, 열대지방 부근에 37종, 일본 연해에 14종, 그리고 우리나라 연해에는 11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른이 된 조기의 몸길이는 약 30cm 정도이며 몸 전체는 길쭉한 유선형이고 옆이 납작하다. 꼬리는 가늘며 몸색깔은 회색, 또는 황금색이다. 그리고 참조기는 몸이 통통하며 둥글고 배에 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다. 또한 입술에 연분홍색 점이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참조기는 3월 초 흑산도 근해에 회유 진입하여 황해 연안을 따라 북상하여 4월 하순부터 5월 중순 사이에 영광군 법성포 칠산바다에서 연평도 근해 사이에 집결하는데 이때가 어획의 절정을 이룬다. 이 시기에 참조기를 잡아올려 천일염으로 염장을 하고 그늘에 매달아 적절히 말린 것이 먹음직스런 ‘굴비’가 되어 우리 밥상에 오르는 것이다.

<성분> 생선류가 포함하고 있는 성분들은 계절에 따라 함량의 변동이 있다. 따라서 어획하는 시기에 따라 각각 맛이 다르다. 이른 봄 산란기에 잡아올린 것이 영양이 풍부하며 맛이 좋다. 일반적인 생선류처럼 조기에는 양질의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또한 고도불포화지방산과 같은 지질이 많이 들어 있으며 탄수화물과 회분을 약간씩 함유하고 있다.

<쓰임새> 조기는 주로 국이나 매운탕, 찜으로 먹으며 굴비는 통째로 굽거나 기름에 튀겨서 먹는다. 또한 소금구이나 조림으로도 이용된다.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조기가 기운을 복돋워주는 생선이라 하여 즐겨 먹었으며 산모나 환자의 회복용으로도 많이 이용하였다. 그리고 굴비를 보리 속에 오랫동안 넣어둔 뒤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굴비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조기는 관혼상제의 의식을 치룰 때 꼭꼭 상에 올랐다. 그래서 조기는 조상 앞에 먼저 바친 다음에 먹는 것이 불문율로 여겨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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