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밤에 얼었다가 낮에 녹는 현상이 오랫동안 반복되면 명태살이 졸아들었다 부풀었다 하기 때문에 바짝 말라도 겉이 부드럽고 누르스름한 빛을 띠게 된다. 이렇게 말린 명태를 황태, 또는 더덕북어라고 한다. 살이 황금빛이 나고 제 맛을 내는 황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영하 20도 이하의 매서운 추위와 눈보라 속에서 한겨울 내내 명태를 잠재워야 한다.

명태가 우리 민족의 식성에 맞는 물고기로 각광을 받아온 것은 단지 명태 자체의 영양분이나 맛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한겨울의 모진 추위 속에서 뿜어낸 어부들의 입김이 서리고 서렸기 때문에 ‘많이 먹기로는 명태’라는 말이 성립되었는지도 모른다.

<성분> 명태의 주성분은 단백질이다. 그리고 함유량은 쇠고기, 계란, 우유와 거의 비슷한 정도이다. 명태육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조성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이 고루 들어 있어 질적으로 매우 우수하다. 또한 명태육에 들어 있는 지방의 함량은 적지만 간장에는 지방을 많이 축적하고 있다. 창란젓과 명란젓도 영양가가 대단히 높다.

우선 지방의 함량을 보면 명란젓은 3.2%, 창란젓은 3.6%로 두 가지 다 팔미트산, 올레산, EPA, DHA의 조성비가 높은 영양식품이다. 특히 명태의 간에는 지질 함량이 많아 46.2%에 이르며 이들의 지방산 조성은 포화산으로는 팔미트산, 불포화산으로는 EPA, DHA의 함량이 많아 건강식품으로 권장할 만하다.

<쓰임새> 명태는 하나도 버릴 것이 없이 모두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살은 국이나 찌개를 끓이고, 내장은 창란젓을, 귀세미로는 귀세미젓을, 알은 명란젓을 담가 먹으며 눈알은 구워서 술안주로 먹는다. 고니는 그대로 빼내어 국을 끓이고 생살을 짓이겨서 어묵을 만들기도 한다. 피문어와 홍합과 파를 함께 넣어서 ‘건곰’이라는 국을 끓이는데 이것은 노인이나 병후의 환자들에게 좋은 보신음식이기도 했다.

이러한 우리나라 동해안의 명태는 각종 독에 중독되었을 때 최고의 해독제이기도 하다. 날로 늘어가는 농약중독, 공해독, 연탄가스 중독, 독사에 물렸을 때, 미친개에게 물렸을 때 등 어디든 닿지 않는 곳이 없다. 명태의 약성을 이와 같이 새롭게 소개한 ‘신약’에 의하면 명태는 독사에 물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뿐만 아니라, 연탄가스에 중독되거나 그 후유증으로 정신이상에 걸린 사람도 깨끗이 치료한다. 그리고 독사나 미친개에게 물렸을 때, 핵독이나 각종 공해독에 신비한 약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명태가 눈병에 좋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같은 효능이 사실로 입증된 사례도 있다. 옛날에 함경북도 삼수갑산 같은 오지에 사는 사람들은 눈이 잘 보이지 않은 풍토병이 많았다 한다. 이 풍토병에 걸린 사람들은 겨울 동안 가까운 해변이나 어촌으로 내려가 머물면서 명태 창자 속에 들어있는 간유를 빼먹어 병을 고쳤다는 기록이 전해 온다.

<토종> 동해안에서 잡은 명태는 크기는 작아도 짭짤하고 구수한 맛이 나는 데다 양념을 잘 흡수하므로 가장 질 좋은 것으로 친다.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잡은 명태를 ‘지방태’라고 하여 으뜸으로 치는 것이다. 이런 토종 명태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이유는 최근 동해안의 수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유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70년대 이후 성행한 저인망 어선이 명태새끼인 노가리까지 훑어내 자원이 고갈된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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