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를 중요한 생선의 하나로 여기고 다양하게 조리하여 먹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다. 이웃나라 중국이나 일본 등지에서도 명태가 잡히지만 그 나라 사람들은 명태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의 옛 의서에도 명태에 관한 기록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면 우리 민족만이 유일하게 명태를 즐겨 먹어 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해서 확실한 답을 찾을 수는 없다. 어느 민족이건 그 민족만 특별하게 먹는 음식이나 식품이 있게 마련이므로 그저 어찌어찌 하다 보니 명태도 우리 민족 고유의 생선이 되었다고 가정해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기름기 적고 담백하며 시원한 맛이 우리 민족 고유의 식성과 잘 맞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 조상들이 명태를 즐겨 먹어온 이유를 짐작할 수는 있다. 이렇게 명태를 즐겨 먹었던 까닭에 ‘맛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로는 명태’라는 말도 생겨날 정도였다. 즉, 명태는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가장 많이 먹어온 생선의 하나라는 것이다.

그리고 영양가도 풍부하며 어느 한 군데도 버리지 않고 다 먹을 수 있는 생선이라는 점에서 볼 때 명태는 우리 민족과 가장 친근한 생선이다. 그래서 명태는 이름도 많다. 생명태를 선태라 하고 망태, 간태, 북어, 춘태왜태, 애태, 애기태, 노가리건태, 동태, 북어등 20여 가지가 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한류성 물고기인 명태는 우리나라 동해안 북부에 가장 많이 살고 있다. 명태의 주된 산란장은 우리나라 원산만 부근과 북해도 서쪽 연안이며 1~2월에 가장 활발하게 산란을 한다. 산란을 할 때에는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고 어부들이 그물로 잡아가도 모를 정도로 몽롱하게 취해버린다. 산란 시각은 자정부터 새벽까지이고 바람이 자거나 부드러울 때 주로 산란한다.

그러나 산란이 끝난 명태는 잔뜩 굶주린 승냥이처럼 작은 물고기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이처럼 잔인할 정도로 먹어치우는 바람에 정어리, 멸치, 도루묵, 오징어 등은 숨바꼭질을 하듯 명태에게 쫓겨 다닌다. 그리고 해삼, 조개, 털게 같은 것들은 아예 집을 버리고 도망쳐버리기도 한다. 산란을 위하여 명태가 연안으로 찾아들면 그때까지 평화롭게 살던 작은 물고기들은 이같이 비상사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명태는 대구와 그 생김새가 비슷하다. 그리고 생김새가 비슷한 만큼 왕성한 식욕에 있어서도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명태는 대구떼를 만나면 형님, 아우 하듯이 함께 몰려다니며 놀라운 식욕을 발휘한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상어새끼와 돌자갈, 심지어는 자기 새끼까지도 잡아먹는 대구가 제 덩치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명태는 잡아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명태가 지닌 특유의 독성 때문으로 보인다.

명태와 대구는 이처럼 생김새나 식욕에 있어서 사촌쯤 되는 관계이지만 자세히 보면 명태는 대구보다 몸통이 조금 작고 날카로운 이가 촘촘하게 나 있다. 또한 명태는 입을 다물었을 때 아랫턱이 윗턱을 덮고 대구는 윗턱이 아랫턱을 덮는다. 그리고 명태는 턱 아래에 짧은 수염이 하나 나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명태와 대구를 구분할 수 있다. 명태는 회유성이 강한 물고기로 원산만에서 북해도 서안까지 회유하기도 하는데 회유속도도 매우 빨라 하루 10마일을 회유한 기록도 있다. 그러나 완전한 생활상을 추적하기가 어려워 자세한 생태는 알기가 어렵다.

명태는 장기간 보관을 해놓고 필요할 때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그래서 잡아 올린 명태는 일단 건조를 시켜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명태 말리는 방법은 세계에 자랑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적이다. 명태는 주로 겨울철에 많이 잡아 올리는 데 이 때 동해안에 인접한 지방에 가면 어디서든 해안에 설치된 명태 건조장을 구경할 수 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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