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국내 식품 ‘김’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품질 등급제 구축’의 부재가 우리 김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타국 대비 품질이 우수한 제품임에도 세계 시장에서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산식품 수출액은 30억 400만 달러다. 이는 지난 2022년 기록한 역대 최대치인 31억 500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품목별로 보면 김 수출액이 전년 대비 22.2% 증가한 7억9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재 김은 한국, 중국, 일본에서 전 세계 생산량의 99%가 생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세계 김 시장에서 한국 김의 시장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김은 김스낵, 조미김 등의 형태로 세계 100여개 국가에 수출 중이다.

이에 국내 식품 기업들은 올해도 김 수출에 공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대상, 동원, CJ제일제당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 기업들은 제품 다각화, 운영채널 확대로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강화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산 김은, 김 품질 등급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수출 규모와 생산량 대비 제품의 부가가치가 다른 국가보다 현저히 낮은 편이다. 현재 김은 김밥용, 스낵용 등 다양한데, 이런 제품 분류시 품질 등급에 따른 제품 세분화 기준이 없다.

국내 김은 여러 업체에서 대량으로 양식한 물김을 경매사로부터 구매한 후, 제품 분류시 일정한 등급없이 경매사 경험과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해 분류한다. 경쟁국인 일본이 반찬용 김과 초밥용 김, 간식용 김 등 종류를 세분화하고 품질 등급 관리에 힘을 쏟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과 중국의 등급제는 김의 단백질 함량, 빛깔 등 김의 맛과 품질을 결정하는 기준에 따라 감별사가 점수를 매겨 등급을 부여한다. 김은 원초(물김)→마른김→조미김의 형태로 가공되는데, 특히 일본은 마른김 상태의 김에 감별사가 측정한 등급을 붙여놓고 그 등급에 따른 가격으로 마른김을 구매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바다에서 따온 원초 상태에서 오랫동안 김 사업을 지속해 온 업자들의 직관에 따라 경매가 이뤄진다. 원초를 상온에 내놓고 경매가 이뤄지다보니 경매를 하는 도중에 김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고 이물이 혼입될 수도 있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

이에 따라 국내서도 중국과 일본처럼 ‘국가가 기준을 품질을 체계화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돼 왔다. 정부는 물론 학계, 산업계에서 오래전부터 논의된 얘기이기도 하지만 지자체 중에 전라남도만 유일하게 자체 시행 중인 상황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정한 등급에 따른 분류 기준이 없다 보니 해외에서 바이어가 와도 구체적으로 입증하거나 설명할 방법 역시 부재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등급제의 여부에 대한 문제와 효과는 결국 김의 부가가치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김 등급제는 도매인, 중소업체와 이와 관련된 협회 등의 입장이 다르고.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속도가 붙지고 않고 있다”며 “현재는 질 좋은 김을 싼 가격에 사들여 유통시키거나 생산해서 마진을 붙여서 팔 수 있는데, 등급제를 실행하게 되면 각 등급에 따라 다른 가격으로 사들여야 하고, 또 김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업체의 경우 등급제 시행을 하기 위한 제반 작업들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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