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효자 수출품’ 가리비가 지난해 동남아시아 국가로 대거 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를 이유로 일본산 수산물을 퇴짜 놓자 수출 판로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으로 돌린 결과다. 일본이 올해부터 가공 거점을 동남아로 옮기면서 대(對)아세안 수출 물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 일본 재무성을 인용, 홋카이도산 가리비의 아세안 수출 물량이 전년 대비 150% 늘었다고 전했다. 한 홋카이도 수산물 창고 업자는 신문에 “한때 대규모로 쌓여 있던 재고가 동남아 수출 증가로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사히신문 역시 “지난해 4분기 일본산 가리비의 태국과 베트남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배, 3.3배 증가했다”며 “중국 수입량이 사실상 제로(0)인 상황에서, 기업들이 가리비 처리를 위해 동남아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가리비는 일본 수산물 중 최대 수출 품목으로, 한 해 수출액만 8,000억 원이 넘는다. 그간 물량의 70%는 중국이 가져갔다. 중국은 수입한 가리비의 절반가량은 내수 소비하고, 나머지는 껍데기 벗기기 등 작업을 거쳐 미국 등으로 재수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이후 중국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 홋카이도 냉장 시설에 가리비가 8m 높이까지 쌓이는 등 어민 불만이 커지자 일본 정부는 중국 외 대체 판로 개척을 위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각국 문을 두드렸다.

일본 정부 각료들은 지난해 9월부터 직접 아세안 10개국을 찾아 안전성을 홍보했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같은 해 12월 이들 국가 정상들을 도쿄로 초청해 ‘가리비 세일즈’에 나섰다. 이 같은 노력이 판매량 증가로 이어진 셈이다.

올해 들어서도 아세안은 일본 가리비를 대거 수입하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 산하 온라인 매체 자쿠자쿠는 21일 “하코다테 세관의 홋카이도 외국 무역 개황 집계 결과, 지난달 가리비를 포함한 어패류 동남아 수출액이 작년 1월보다 6배 많은 1억7,300만 엔(약 15억3,200만 원)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상당수는 태국(8,700만 엔)과 베트남(6,900만 엔)이 사들였다.

일본이 올해부터 가리비 가공 거점을 중국에서 동남아로 옮기면서 수출 물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푸디스 등 주요 해산물 도매업체들은 현재 베트남에서 홋카이도산 가리비 23톤 시범 가공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수산물 금수 조치 이후 일본은 자국 내에서 직접 가공하는 방법을 모색했지만, 인건비가 적지 않은 데다 인력도 충분하지 않아 중국과 가까운 베트남으로 눈을 돌렸다. 이달 말 시범 가공이 끝나면 계약 물량을 늘리고, 태국 등 다른 나라로 가공 지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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