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자리에선가 지인으로부터 바닷물고기 중에 숭어가 흔한 물고기로 인기도 별로 없는데 숭어를 그리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 어찌된 일이냐고 물어 왔다. 갑작스런 숭어의 물음에 대충 설명은 하였지만 숭어 자체가 별로라는 생각에 조금 어설픈 답변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예전에는 위험한 바다로 나가서 하는 고기잡이가 두려워서 강 하구나 내만에서 손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이 숭어이다 보니 고급어종으로 대접받아 왔으나 근래에 와서는 선박과 어업기술이 발달되면서 근해에서 원양으로 진출하고부터는 숭어는 고급 어종에서 밀려나 일반 서민 물고기로 전락하였다.

아무리 흔한 하급 물고기라도 서민들이 많이 찾아 준다면 그만큼 가치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숭어알 만큼은 고급캐비어에 버금가는 고급식품 반열에 올라 귀한 대접을 받아 왔다.

우리나라 숭어는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지만 계절과 산지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기에 그 중에서 전남 영산강 하류 몽탄주변에서 잡히는 것은 다른 지역보다 그 맛이 독특하여 단맛이 곁들여진 감칠맛이 있어 이곳에서 잡히는 숭어와 숭어의 어란은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매년 4~5월에 알이 가득찬 영산강에서 잡힌 참숭어를 최고급으로 꼽았다는 기록이 있다.

국내 숭어가 유명한 영산강 몽탄이나 무안의 도리포에는 유기물이나 규조류같은 부유 생물(프랭크톤)이 풍부하여 숭어의 먹이활동이 활발할 수밖에 없어 이곳에 숭어는 특별하다고 여겨 왔다. 숭어알로 만든 어란은 일반에게는 생소하지만 전통 음식으로 염장, 건조, 압축, 재건조 등 여러 과정을 거처 만들어져 생산량이 적은 희귀한 어란으로 주로 궁중이나 대가집 술안주로 쓰였는데 이제는 영암에서만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요즈음의 어란은 예전과 달리 간장에 담궈 그늘에 말려서 참기름을 고루 발라서 술안주로 칼로 저며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에도시대 숭어알(카라수미), 성게알(운단), 해삼창자젓(코노와다)와 함께 천하 3대 진미로 평가받을 만큼 귀한 음식이다. 이태리에서도 숭어 어란은「보타르가」라 하여 건조 후 갈아서 파스타, 피자 등에 뿌려서 먹고 있다. 원래 숭어는 참숭어, 가숭어, 알숭어, 등줄숭어가 있으며 민물과 바다를 오가며 살고 있으나 초겨울 낮은 수온에는 먼바다에서 월동한 후에 내만에서 4~5년 성장하고 어미가 되면 바다로 나가 산란하는 습성이 있다. 숭어는 지방마다 부르는 이름과 방언이 100여 개나 된다 하여 물고기 중에 그 이름 수가 제일 많기로 유명한 물고기임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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