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생 몇 사람이 매달 모임을 가지면서 동창 간에 근황도 살피고 안부도 전하는 집행부라는 명분으로 그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5년째다. 송파 가락골에 줄 서는 낙지집에서 조촐한 낙지볶음과 돌솥밥 그리고 막걸리(탁주)가 주 메뉴지만 어느덧 낙지도 매콤한 맛에 막걸리를 곁들여서 매달 한 번꼴로 먹는 셈이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댕기는 오묘한 맛에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홍탁삼합이 있듯이 우리도 낚지볶음에 탁주를 함께하니 낙탁삼합이라 그럴듯한 이름을 지으니 나름대로 세 가지 음식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아니 홍탁삼합도 있는데 낙탁삼합이라고 없을 수 있을까. 홍탁삼합이 별것인가. 명리학에서도 언급했듯이 음식의 성질과 맛이 서로 다른 세 가지가 잘 어우러져서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면 그것이 삼합이니 낙탁삼합도 있을 수 있다는 논리이다. 더욱이 인생 노년기를 지나 황혼기에 주고받는 교감이 있고 발로 걸어서 낙탁삼합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스럽고 복 받은 인생인가. 오늘의 모임을 통해서 그저 감사하다는 마음뿐이다.

낙지로 유명한 신안군 압해도 섬에는 야트막한 언덕배기로 점점이 박힌 섬들 사이로 바다가 펼쳐지고 그 바다에 연접한 곳에 검붉은 속살이 드러난 갯벌 속엔 낙지가 살고 있으며 이 찰진 갯벌 속에 하루 반찬거리를 캐고 용돈을 얻어 쓰고 자식들 학비를 벌면서 뻘에 기대어 살아왔으니.

원래 낙지는 산란을 준비하는 봄철이 되면 묵은 낙지가 되고 봄에 산란하여 발이 국수가락처럼 가는 5~6월에 잡은 낙지를 호남에서는 세발낙지라 부르는데 8개 다리 중에서 2개는 다리가 유난히도 길고 가늘어서 가늘 세(細)자를 넣어 세발낙지라 부르지만 서해안 서산 지방에는 밀낙지라 부르고 있다. 낙지의 맛은 계절 따라 세발낙지와 밀낙은 늦은 봄에서 여름까지 제맛이 나고 성숙한 낙지는 가을에 더 맛이 나고 있다.

고전 「자산어보」에도 말라빠진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 먹이면 곧 강한 힘을 얻는다기에 실제로 호남에서는 송아지를 낳거나 더위를 먹으면 큰 낙지를 호박잎에 싸서 던져주면 이걸 먹고 소가 벌떡 일어난다는 원기회복에 으뜸이라 하고 있다. 그만큼 갯벌의 산삼이라 하여 스태미너 식품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낙지는 밤에 나와서 먹이활동을 하며 낮에는 뻘 속에 파놓은 구멍 속에 숨어서 지내는데 낙지를 잡기 위해서는 낮에 삽으로 구멍을 파서 잡고 있다.

한때 혐오식품 산낙지가 이제는 이색식품 관광식품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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