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물고기 중에 호남 특산물 홍어는 그 식감과 먹는 방법이 일반 물고기와 다르게 독특해서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물고기이다. 그런 홍어를 유별나게 좋아하고 찾아서 먹겠다는 사람들은 거의 그 지역 호남 사람들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내 주변의 고향 동창생이 홍어를 좋아한다면 내 편에서 의아스럽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선 홍어의 참맛은 고약한 향취가 코끝에 톡 쏘고 내음과 곰삭은 고기 맛 때문이라 할까. 졸업 후 자주 만나지 못하던 고향 동창생이 자주 어울리게 된 것도 홍어 때문이 아닌가 기억된다.

오래 전에 전문지에 홍어에 대한 칼럼을 두서너 번 기고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가 그 글을 보고 우리도 한번 먹자고 연락이 왔다. 아니 점심을 먹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도 아닐진 데 하필이면 강원도 친구가 웬 홍어냐고 반문하면서 응답을 피해 오다가 결국에는 동창 네 사람이 한정식으로 만난 적이 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세 사람 동창이 터미널 참치집에서 만났지만 홍어 얘기로 꽃을 피웠다. 지난 달 외조카 결혼식이 평창동 골짜기 호텔에서 있었는데 조카며느리가 호남 출신이어서 마침 식당 입구에는 수십만원의 흑산도 홍어가 눈에 띄었다.

군침을 삼키면서 오늘 홍어를 제대로 먹어보겠다면서 예식장에서 축의금과 지인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바로 식당으로 달려오니 그 짧은 시간에 홍어는 간 곳이 없어 서운함을 감출 길이 없었노라고 얘기한다. 듣기에 따라 그 서운함이 마치 우리에게 공감되듯 느껴지고 있었으니 강원도 동창생이 어쩌다 홍어 매니아가 되었느냐고 그 사연을 들어 보았더니 젊은 시절 대기업에서 울산에서부터 광주에서 근무하던 시절 직원들과 어울려 홍어를 먹은 기회가 자주 있었고 특히 술을 자주 마시던 시절에 아침 해장국으로 광주 할매집에서 홍어애국인지는 몰라도 홍어 해장국을 먹었는데 그렇게 속이 확 뚫려지는 듯 풀어지는 해장국은 처음이었다면서 마치 비장의 해독제가 있는 듯 극찬하고 있었다.

성당의 신부님과도 어울려 홍어를 찾아서 먹었던 시절까지 아마도 그 정도면 상당한 중독성이 배어있는 듯 보여졌다. 발효음식에 맛들리면 중독된다는 말과 같이 중독성이 사람을 이끌리고 있는 것이다. 고기를 먹어본 사람이 고기를 더 먹는다는 속담같이 자주 먹은 홍어맛에 그리움이 젖어 있는 듯 홍어 얘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어쩌면 오감을 흔들어 버리는 맛의 혁명이라는 어느 소설가 얘기도 있지만 변소를 통째로 삼킨 듯한 느낌으로 사흘간 입안에서 그 맛이 남아 있어 인간은 왜 이런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라고 한 어느 시인의 얘기처럼 물고기 한 토막의 맛을 두고 제각기 표현하고 극과 극으로 묘사하는 자체가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인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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