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즐거우려면 입이 즐거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자면 미식가처럼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어야 한다. 겨울이 다가오는 요즈음에는 저절로 생각나는 겨울철 방어의 입에 살살 녹는 부드러운 맛이 떠오르게 하고 있다. 제주의 겨울 방어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맛이 가장 좋을 때이다. 제주 마라도의 방어잡이는 새벽 4시에 출어하여 현장에 도착하면 어부들은 바쁘게 준비해온 자리돔을 바다에 뿌려서 방어가 모이게 하고 자리돔을 미끼로 외줄낚시 방어를 잡아낸다.

대방어는 보통 15∼20 kg짜리가 낚시에 걸려서 올라오는데 그때 신속히 쪽대그물로 건져올리지 않으면 놓치기 쉽고 이를 잡는 어부는 방어가 힘이 세서 손가락에 반창고를 겹겹이 감아서 잡지만 손이 부르트고 손바닥 껍질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마치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보면 외줄낚시로 거대한 청새치와 줄다리기를 하노라면 노인의 손바닥은 갈라지고 피가 흐르는 것과 같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리라 짐작이 간다. 이는 신속히 처리하지 않으면 방어는 죽으면 반값으로 떨어지니 산채로 활어로 보관되어야 한다.

항구에 도착하면 수족관보다 바다 가두리에 보관하는 것이 싱싱하게 살릴 수 있어 서귀포 모슬포항에는 방어 가두리가 설치되어 있으며 보통 어선은 한번 출어에 80 마리 정도로 잡아야 적당하다고 선장은 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배 위에서 점심시간이 되면 싱싱한 방어회를 즉석 요리로 먹는 어부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하면서 이 맛에 배를 탄다고 얘기를 하고 있다. 입을 즐겁게 하는 싱싱한 방어회를 먹는 즐거움이 오죽하랴. 제주 사람들은 눈발이 날리는 추울 때 먹어야 제맛이 난다는 물고기가 바로 방어 맛이라고 말하고 있다. 방어는 대방어보다 특대 방어가 기름기가 많아서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바로 참치 맛이라 하지만 오히려 참치 맛보다 더 낫다는 미식가들이 많이 있으니 말이다.

흔히 마라도 방어라 하면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반시간 나가면 중간 섬인 가파도가 있으며 더 나가면 마라도 섬이 있다. 가파도와 마라도 섬 사이에서 방어가 집중적으로 잡히는 어장이지만 그곳이 두 섬 사이에 바다 밑바닥에 협곡이 있어 수심이 깊고 조류가 통과할 때 물살이 빠르고 거칠어서 이 거친 물살을 타고 거슬러 올라오는 방어는 그야말로 힘을 써야 하므로 그 운동 기운이 육질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단단한 육질은 불포화 지방으로 쫄깃한 맛을 내면서 이 지역의 대방어를 최고로 치고 있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으리라. 눈내리는 연말 연초에 방어 맛을 보면서 이런 맛도 있구나 하는 느낌 속애 한해 동안 쌓인 온갖 근심 걱정을 잠시라도 다 잊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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