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이 결국 올해도 첫 삽을 뜨지 못했다. 낡은 시설과 재래식 위판으로 사업 진행이 시급하지만, 11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내년에도 사업이 늦춰지면 확보한 국비까지 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시와 어시장 등에 따르면 어시장 현대화사업의 올해 착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착공에 앞서 실시설계와 시공업체 선정을 거쳐야 하는데, 시는 올해 실시설계까지 끝낼 예정이다.

시 수산진흥과 관계자는 “원래 계획보다 일정이 조금 늦어졌지만 교통환경영향평가 등 굵직한 심의가 이미 끝나 실시설계는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달청 검토까지 통과하면 내년 2월 안에 시공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실제 착공은 빨라야 내년 3월 말 정도로 전망된다. 어시장 현대화사업은 수산물 위판에 최대한 차질을 주지 않으려 성어기를 피해 진행한다. 보통 수산물이 가장 많이 잡히는 어시장 성어기는 10월부터 2월까지다. 이 기간이 모두 지난 뒤에야 첫 삽을 뜰 수 있다는 뜻이다.

2012년에 시작해 10년 넘게 지지부진한 어시장 현대화사업은 최근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됐다. 올 7월 기획재정부는 물가 상승분을 포함한 추가 사업비 550억 원 증액을 승인하면서다. 이에 총사업비는 2284억 원으로 늘었다. 국비 70%, 시비 20%, 자부담 10%로 구성된다. 올 1월 수협중앙회가 어시장 지분(19.4%)을 신규 출자하면서, 어시장은 자부담 228억 원도 감당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올해 착공도 물 건너간 데다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와 어시장이 대체 시설 마련을 두고 입장이 다른 탓이다. 현대화사업은 위판장과 건물 등 어시장 시설을 3분의 1씩 나누어 순서대로 공사한다. 이 기간에는 일부 시설을 사용하지 못하는 만큼 이를 대체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게 어시장 측 주장이다.

박극제 어시장 대표는 “항운노조 조합원, 중도매인, 수협 직원 등 어시장에 근무하는 인력만 하루 2000여 명인데 대체 시설 없이 공사를 시작하면 크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는 임시로 사용할 대체 시설에 국·시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말한다. 기재부가 총 사업비를 관리하는 탓에 시비를 임의로 투입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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