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고수온 장기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소비위축 여파로 바다 가두리 양식 어가들이 3중고에 내몰리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현재 양식 어가에 가장 큰 피해를 주고 있는 고수온 현상은 대규모 피해를 불러온 지난 2018년 상황과 비슷한 유형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13일 전남도에 따르면 고수온 피해는 지난 7월 29일부터 지난 10일까지 44일간 집중됐다.

전남 여수·완도·진도 등 어가 153곳에서 645만3000마리의 어류가 폐사한 가운데 잠정 피해액만 총 104억8000만원에 달한다.

고수온에 의한 양식어류 폐사는 여수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여수 삼산, 화정, 남면, 돌산, 경호 등 122곳에서 조피볼락, 부세, 조기, 능성어, 농어, 말쥐치, 돌돔, 참돔, 감성돔 등 604만1000마리가 폐사했다. 피해액은 98억3200만원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해상가두리 양식장이 밀집한 완도지역 고수온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외, 신지, 고금지역 어가 30곳에서 넙치, 조피볼락, 강도다리 등 40만마리, 진도 임회 지역 1곳에서도 넙치 4000마리가 폐사했다.

지난 8일 기준 완도해역 바닷물 수온은 28~29도를 오르내렸다. 고수온 현상은 지난달 14일부터 시작돼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해상가두리 전복 양식장의 최적 바닷물 온도는 24~26도지만 28~29도대의 고수온이 지속되면서 전복 폐사가 속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완도는 국내 전복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최대 산지로 꼽히지만 고수온 장기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 안전성 우려 확산, 소비위축에 따른 유통량 급감은 가격 폭락으로 이어져 양식어가의 근심은 깊어가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당 10~12마리 크기의 전복 가격은 2만2000원 대로 지난해 3만~3만9000원대와 비교하면 크게 하락했다. 상품인 ㎏당 8~9마리로 구성된 전복 가격도 지난해 4만6000원에서 올해는 2만5000원으로 가격이 반토막 났다.

가격 폭락도 문제지만 고수온에 대응해 출하를 서두르고 싶어도 소비위축 때문에 출하를 못해 폐사만 늘어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전복 양식어가 A씨는 "10년 가까이 전복양식을 하면서 올해처럼 힘든 경우는 처음"이라며 "은행 대출 이자도 못 갚을 정도로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광어와 우럭을 양식하는 어가들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수온으로 대량 폐사하면서 팔 물고기가 없어서다.

양식 어가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고수온은 올해 역대급으로 지속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전남지역 고수온 경보는 도암만, 가막만, 함평만, 득량만, 여자만 일대에서 계속 발효 중이다. 특히 여수 여자만은 현재 고수온 경보 기준인 28도 이상의 수온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전남도 관계자는 "육상 양식장은 액화산소를 투입해 수온을 낮추고 먹이량을 줄이면 어류 폐사 규모를 줄일 수 있지만 바다 가두리 양식장은 뾰족한 방법이 없어 바닷물 수온이 내려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13일 우리나라 전역에 가을비가 예보된 가운데 5~20㎜ 강수량을 기록할 경우 바닷물 수온이 차츰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는데 13일 현재 전남지역 주요 해역 바닷물 온도는 여수 28도, 완도 27도, 진도 26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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