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 이북 지역을 그쪽 사람들은 영북이라 부른다. 아마도 영동지방의 북쪽을 가리켜 부르는 것 같다. 국어사전에도 관동이나 태백 준령을 기점으로 서쪽지역을 영서라 하고 반대쪽을 영동이라 부르는 것이 보통이지만 영북이란 말은 사전에도 없지만 그 지역 사람들은 그렇게 쓰고 있다.

영북 출신의 친구가 고성 출신이지만 속초고교를 나와서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중등교사 자격증을 얻어 여자중고등학교 교사에서 교장까지 지낸 오랜 친구가 있었다. 가끔 방배동에서 만나 점심도 하면서 교장은 영북 출신이지만 나는 영동이라 엄연히 차원이 틀린다고 웃기도 하고 농담도 하면서 영북의 8진미 음식 중에 5진미가 수산물이 차지한다는 귀한 얘기를 흥미롭게 듣게 되었다.

1진미는 털게 찜이다 온몸에 털이 수북하게 솟아 있는 털게는 동해에서 대게 다음으로 유명하지만 먹는 사람에 따라 대게보다 값지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살이 연하고 부드러우며 한 마리만 쪄서 먹으면 버거울 정도로 게살이 풍성하다. 강원도 이북지역에 자원량이 많다.

2진미는 뚝지 두루치기이다. 두루치기란 토속적인 요리 용어로 쓰이며 늦가을부터 초겨울 음력 정월까지 영북지역에서 잡히는 우스꽝스러운 생선이지만 외모와는 달리 그 맛은 일품이고 특히 알이 많아서 알탕으로 유명하고 신김치를 넣어야만 개운하고 얼큰하게 끓인 알탕이 인기가 많다.

강원도에서는 뚝지보다 도치, 심퉁이, 멍텅구리라 부르는 별명이 더욱 알려진 물고기이다. 그 모양은 큰 올챙이 같이 통통하고 배에 빨판이 붙어 있어 독특한 모습이다. 아귀, 물메기와 뚝지는 겨울바다 못난이 삼형제라 부르고 있다.

3진미는 도루묵 찌개다. 가을부터 동해안에서 잡히지만 추운 겨울에 가격도 비싸지 않고 궁핍한 시절에 서민들의 겨울 음식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지만 알배기 암놈이 조금 비싼 편이다.

4진미는 물회이다. 이 지방에서 잡히는 우럭, 삼치, 숭어, 열갱이, 가자미, 오징어, 해삼을 섞어 입에 씹히도록 썰어서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 시원한 물에 얹어 시원하게 물회로 먹는 맛이 일품이다.

5진미는 추어탕이다. 지역마다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재료로 양념과 요리방법이 제각각이기에 지역마다 특색이 있어 그 맛이 다르다. 이곳에서는 개천에서 잡아서 굵은 소금과 호박잎으로 문질러 해감내를 제거하고 큰 가마솥에서 푹 끓여 채로 받쳐서 뼈는 버리고 살로만 갖고 부추를 넣고 배추, 파, 마늘을 넣어 끓이기도 하고 수제비를 넣기도 하여 영북지역에는 예로부터 여름 보신탕으로 손님에 대접하는 습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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