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을 맞은 남해안 멍게(우렁쉥이) 양식업계가 울상이다. 예년 같으면 웃돈을 얹어 준 데도 물량이 달려 못 팔 시기인데, 올해는 가격을 내려도 팔 곳이 마땅찮다. 난데없는 일본산 수입 논란에 애꿎은 국내산마저 소비가 위축된 탓이다. 모처럼 맞은 풍작에 기대 부풀었던 어민들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멍게수하식수협에 따르면 지난달 남해안 멍게 생산량은 7791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30톤)보다 3배 이상 많았다. 평년(4748톤)과 비교해도 60% 이상 증가한 수치다. 껍질을 제거한 알멍게 위판량도 늘어 81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월(31톤), 평년(75톤) 대비 각각 163%, 7.1% 많은 양이다.

문제는 단가다. 소비 부진에 지난해의 3분의 2수준에 머물고 있다. 껍질째 거래되는 활멍게의 경우, 지난해 kg당 3586원에서 올해 2376원으로 떨어졌다. 알멍게는 kg당 평균 1만 8094원에서 1만 1173원으로 낙폭이 더 컸다.

업계에선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일본산 멍게 수입 논란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방일 당시 일한의원연맹 회장이 후쿠시마산 멍게 수입 재개를 요청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불쏘시개가 됐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가열되는 와중에 엉뚱하게도 멍게가 논쟁의 중심에 섰고, 하필 출하 시즌을 맞은 국내산 멍게로 불똥이 튀었다.

통영과 거제를 중심으로 생산되는 남해안 멍게는 보통 2월부터 6월 중순까지 출하된다. 반면 일본산은 국내산 공급이 끊기는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주로 수입된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맛과 향이 국내산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통영과 거제를 중심으로 생산되는 남해안 멍게는 보통 2월부터 6월 중순까지 출하된다. 반면 일본산은 국내산 공급이 끊기는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주로 수입된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맛과 향이 국내산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장 상인들 역시, 소비자 반응이 예년과 다르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주말이면 나들이객들로 북적이는 전통시장에서 제철 멍게가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다.

어민들은 속이 타들어 간다. 한 양식어민은 “가뜩이나 출하 시즌이 짧은데, 아직 반입도 안 된 일본산 때문에 멀쩡한 국내산까지 판로가 막히니 갑갑하다”며 “멍게는 제때 출하 못하면 2~3년 농사가 물거품이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업계는 수입 수산물 검역과 원산지 표시 단속 강화, 산지증명제도 시행 등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소비를 촉진할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김태형 멍게수협 조합장은 “일본산에 대해선 전량 샘플링검사, 전수검사를 실시하고 2~4개월에 한 번씩 하는 원산지 표시 단속도 확대해야 한다. 여기에 산지생산증명서 첨부까지 의무화하면 소비자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금 유통 중인 멍게는 남해안에서 생산된 안전한 먹거리다. 안심하고 많이 찾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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