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사람은 동해안 출신이어서 좀처럼 조개류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어쩐 일로 저녁 무렵 꼬막을 삶아서 껍질을 벗기고 있어 오랜만에 좀 색다른 반찬이겠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호남 출신 친한 친구들과 어울려 점심을 하다 보면 꼬막에 많은 관심이 있음을 종종 보게 된다. 아마도 다른 지역보다 그들은 꼬막을 그만큼 많이 먹어본 경험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생활습관이려니 생각했다. 특히 해산물을 두고 많이 먹어본 경험과 지역이 달라서 별로 경험이 없으면 음식이 좋은 줄 모를 수 있을 것 같다.

한 10여 년 전 동창들 부부 모임에서 호남 해안 일대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그 중에 보성 벌교 지역으로 갔을 때는 꼬막 정식에 나오는 다양한 꼬막 요리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기억이 새롭다. 꼬막비빔밥, 꼬막숙회, 꼬막무침, 꼬막부침개, 꼬막탕수육까지 꼬막 요리가 그렇게 많은 줄 미처 몰랐다. 하기야 생선도 아닌 것이 꼬막이 예전에는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8진미 중에 1품으로 진상되었다니 새삼스러울 뿐이다.

참꼬막은 표면에 털이 없지만 제사상에 오르고 한 등급 아래인 새꼬막은 털이 있으며 제사상에 오르지 못한다. 호남 꼬막 중에 벌교 꼬막이 가장 맛이 있다고 알려졌으며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부터 이듬해 3월까지 살이 오르고 가장 맛이 좋은 지금이 제철이다. 호남지방 속담에‘진달래와 벚꽃이 필 무렵부터 질 때까지가 가장 맛 있지라’라는 말이 있다.

전남 여자만에 위치한 순천만 갯벌과 보성 갯벌은 우리나라 연안습지로 람사(국제적인 습지 기구)협약에 등록되어 있다. 벌교 앞바다 갯벌은 오염되지 않고 꼬막이 살아갈 수 있는 최상의 해양조건을 갖춘 곳이라 말하고 있다. 꼬막은 고단백 저지방의 알칼리 식품으로 살이 노랗고 살짝 삶아 내야 하며 감자 삶듯 하면 안된다.

벌교 꼬막하면 떠오르는 것은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 무대일뿐 아니라 꼬막에 대한 내용도 소설 속에 잘 묘사되었다. 「고구마를 삶듯 하면 꼬막은 뭇치나마나가 된다 꼬막은 간간하고 쫄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비릿하기도 한 그 맛은 술안주로 제격이지만 벌교 꼬막을 한 접시 소복하게 밥상에 올려놓고 싶다」라고 묘사했다.

조정래 작가는 순천 출신이지만 유년시절을 벌교에서 자라면서 꼬막을 많이 먹던 경험담을 실감있게 묘사한 것 같다. 꼬막류는 참꼬막, 새꼬막, 피조개로 분류하지만 보통 조개의 크기나 방사록(조개껍질에 도드라진 부채꼴 모양의 줄기)의 수로 구분하면서 방사록이 몇 줄이냐에 따라 꼬막 종류도 각각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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