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살아나야 삶의 의욕도 생기므로 생선을 먹으면 절로 입맛이 살아난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유명한 식도락가이며 해산물을 좋아하는 어느 명사의 얘기가 흥미로워 귀가 솔깃했다. 더욱이 달마다 제철에 나는 물고기 산지를 찾아다니면서 맛도 즐기고 풍류도 즐기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제철에 나는 해산물과 산지를 잘 알고 시간적 여유도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12월에 제주도 모슬포에 가서 눈발이 날리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묵은 김치에 방어회를 싸서 먹는 맛은 별미다.

1월이 되면 추자도에서 잡히는 삼치가 담백하고 그 삼치는 찌개보다 회로 먹을 때 깊은 맛이 난다. 한편 1월에는 굴도 제철이어서 통영 여수 보령이 산지이므로 바닷물이 차가우면 굴도 탱탱해서 씹는 맛 감칠맛이 강하다. 2월에는 통영에서 제철에 시원한 생대구탕을 먹지만 거제와 진해만에서 잡히는 철이며 이례적으로 대구만은 암컷보다 수컷을 더 쳐주고 있다. 3월에는 통영에서 햇쑥에 제철을 맞는 도다리와 함께 맑은 도다리쑥국이 한맛을 더해준다. 4월에는 기장 대변항과 통영의 봄멸치 육질이 부드러워 감칠맛이 나고 신안군 도초도에서 잡히는 간재미 회무침이 입맛을 돋군다. 신안군은 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군으로 1004개의 섬으로 천사의 군으로 불리우고 있다.

5월에는 흑산도 홍어가 맛이 있고 제철 생선으로 돌아왔다. 6월에는 초여름 날씨가 되면 입맛이 떨어진다. 이때 임자도에서 나오는 병어를 먹어야 한다. 병어는 담백하고 비린내가 없으며 깻잎에 싸서 먹으면 입맛에 어울린다. 7~8월에는 임자도의 민어가 나오니 여름 민어는 보양식에 최고로 치는 생선이 아닌가. 그리고 나머지를 덧붙여 얘기를 드린다면 9월에는 대하 새우철인데 자연산은 잡히면 죽기 때문에 양식산이나 자연산이 영양가 면에서 차이가 없으므로 펄펄 뛰는 양식산이 낫겠다.

자연산 최대 집산지는 서해안 태안 안면도 홍성 남당항이고 가을 축제도 열린다. 이달에 홍도의 불볼락도 맛이 좋은 계절이다. 10월이면 설명이 필요 없는 가을 전어가 제철 음식의 대명사이다.

광양 망덕리 근처가 기수역으로 생산이 많은 곳이다. 11월이면 포항 구룡포 과메기 축제가 열리고 전남 무안 갯벌 낙지도 이때가 최고로 치고 있다. 그리고 이달이 늦가을 고등어가 제철이어서 국내에는 물고등어(기름고등어)보다 참고등어가 맛이 더 낫다. 통영에서 뱃길로 1시간 거리인 욕지도에 고등어 가두리 축양장이 있어 부드럽고 귀한 고등어회도 쉽게 먹을 수 있다면 한번 가볼만한 곳으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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