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토가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이니 자연히 생선을 많이 먹을 수밖에 없으리라. FAO 통계에 의하면 생선을 제일 많이 먹는 국민이 일본사람으로 연간 1인당 70kg이라고 하는데 한국인도 생선을 많이 먹는 국민으로 손꼽힌다.

일본에는 예로부터 ‘메구로(目黑)의 꽁치’라 하여 최고의 맛을 내는 꽁치란 뜻으로 말하고 있다. 일본 막부시대 최고의 권력자인 쇼군(장군)이 매사냥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배가 고파 메구로의 한 주막집에 들렸다. 예고없는 방문으로 준비해 놓은 것이 없었던 안주인은 자신이 먹으려고 마련해 놓은 꽁치를 구워낸 것이다.

서민 음식을 처음 먹어본 쇼군은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당장 그 이튿날에 이를 구워 올리라 했지만 메구로 꽁치 맛은 따를 수가 없어 「시장이 반찬」이라 워낙 공복에 먹은 음식이어서 그러했을 것이다. 그래서 메구로 꽁치란 말이 생겨났고 그 꽁치 주막은 대대로 계승되어 10여년 전 11대손이 일본 TV에 출연한 것을 보았다는 시청자가 보도되었다. 물론 메구로 꽁치가 아니더라도 꽁치는 일본사람이 가장 즐겨먹는 생선 가운데 하나이다. 꽁치는 주로 북태평양 찬물에 살다가 가을이 되면 산란차 남하한다. 주로 해초에 알을 낳는데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의 미니 전등을 켜놓은 듯 해초에 알이 붙어 있는 모양이 매우 아름답게 보인다.

동해안으로 내려온 꽁치보다 태평양 연안으로 내려오는 꽁치가 말랐지만 지방질이 많아 더 맛이 있고 북아메리카에서 잡히는 꽁치는 크기만 하고 맛이 떨어져 애완동물 먹이로 사용한다. 꽁치란 이름은 아가미 부근에 침을 놓은 듯 구멍이 있어 구멍‘공’자에 물고기를 뜻하는 ‘치’자를 붙여 공치가 된소리로 변해 꽁치가 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꽁치는 고등어, 정어리, 청어와 함께 4대 등푸른 생선 중의 하나로 속담에 「꽁치는 서리가 내려야 제맛이 난다」고 옛사람들이 경험을 통하여 지혜가 담겼다고 했지만 실제로 10~11월 서리가 내릴 때 지방 함량이 달라지면서 가장 맛이 좋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그리고 동해안 영일만 근해에서 잡히는 청어를 말려서 만든 전통적인 특산물 「과매기」가 청어가 잡히지 않기에 대용품으로 꽁치를 얼리고 말려서 과메기를 만들어 김이나 미역에 싸서 먹는 것이 겨울철 별미식품이다. 청어와 꽁치는 고단백 불포화 식품으로 성인병 예방에 뛰어나고 맛도 일품이어서 두 어종이 등푸른 생선에 겨울철 동해안에서 잡힌다는 공통점이 있다.

동해안에서 유년기를 보내면서 서민의 해산물 꽁치, 명태, 도루묵을 비교적 많이 먹어야 하는 환경 여건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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