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명절에 온 가족이 모여서 민어 조기 생선의 상차림이 있었다. 민어를 구입한 얘기가 나오자 가족 누군가가 민어가 보통 10만원 이상인데 진짜 민어가 맞느냐는 것이다. 하기야 가짜가 달리 가짜인가 모르면 속을 수 있으니 알아야 제대로 찾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원래 민어가 고가인 생선이니 민어와 비슷한 수입산 점성어가 민어로 둔갑한다는 얘기는 들은바 있다. 우리 민어 최대 산지는 신안군 임자도의 최대 어항인 하우리 포구다. 임자도 근해에 민어잡이는 여름철 산란을 위하여 민어가 좋아하는 새우류 먹이를 잡아먹기 위하여 뻘과 모래로 이루어진 임자도 해역에 규조류가 풍부하여 젓새우 돗대기 새우의 주요한 서식지이므로 먹이를 찾아 민어떼가 몰려오므로 자연히 어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전라도에 3대 파시가 있었는데 임자도에 민어파시, 영광 법성포에 조기파시, 비금도에 강달이 파시가 있다. 파시가 무엇인가. 물고기가 한창 잡히는 풍어기에 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 시장으로 파시가 서면 어촌은 활기를 띠고 식당과 술집이 흥청거릴 수밖에 없다.

오래전인 1925년 8월 11일자 동아일보에 임자도 타리(台耳島) 파시에 680여명의 어부가 몰렸고 요리점이 18개소, 음식점이 61개소이고 매년 6월부터 10월 사이에 50여척의 민어잡이 배가 몰렸다는 보도였다. 파시가 서면 작은 어촌 마을이 흥청거리고 개가 돈을 물고 길거리에 다닌다는 얘기도 있다.

김영희 작가의 「섬으로 흐르는 역사」에 보면 일제의 암울했던 시절 이곳에만 조선 사람들도 일본기생 게이샤들을 데리고 놀 수 있었다. 시와 노래와 술과 춤이 외진 서해 바닷가에서 아우러지던 곳이 타리 파시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신안군은 1,004개의 섬이 있지만 그중에 임자도는 6월에 잡히는 병어가 떠나면 7~8월이면 다시 민어가 잡히는 어장이어서 신안군 민어 축제도 임자도에서 열리고 그래서 인근에 목포의 3미는 홍어, 민어, 세발낙지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최근에는 임자도 하우리에는 민어잡이 배가 고작 15척 내외라니 아쉽게도 파시는 언제부터인가 사라져 버렸다.

비단 임자도 뿐인가. 전국에 파시는 옛이야기로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어구어법의 발달로 마구잡이 어획으로 인하여 어족자원도 감소하고 어장도 황폐되고 있는 것이다. 민어는 이름 그대로 서민들 물고기이다. 선조들과 한양에서 복더위에 민어찜이 일품이라고 했지만 세월따라 지금도 일품이 될수 있을까. 민어국이 복달임은 될 수 있어도 부위별 식감과 맛이 다른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 옛날 숙종 임금이 송시열의 팔순 생일에 민어 20마리를 생신 축하 선물로 보냈다는 얘기가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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