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딸에게서 각각 손자와 외손자 한 명씩만 두고 있다. 할아버지 입장에선 자손이 많았으면 좋으련만 그게 마음대로 될 일이 아닌 게 자손인 것 같다. 천만다행으로 손자와 외손자만이라도 우리집과 사돈네가 그나마 혈족으로 대를 잇게 되었으니 소중한 자손이란 생각이 든다. 요즈음 세상에 자손을 따질 일이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족보제도가 있으니 전통적으로 대대손손 이어간다는 관습이 있으니 어쩌겠는가.

박경리작 ⌜토지⌟에 보면 최참판댁이 백만장자이지만 손녀 서희만 있으니 절손되었다고 빗대면서 그 시절에 대하소설은 그렇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여름 가족 휴가를 남해안으로 다녀오면서 바닷가에서 물놀이에 맛있는 해산물도 먹으면서 손자와 지내는 시간이 더없이 즐겁고 소중했다.

요즘처럼 핵가족 시대에 손자를 보기가 그리 쉬운 일인가. 자기 가족들네 아들 내외는 직장에 나가고 손자는 어린이집으로 가는 바쁜 생활 속이니 손자를 보겠다는 욕심은 아예 잊고 살 수밖에 없다. 하물며 멀리 미국에 사는 외손자는 만난 지가 몇 년째인지 까마득하다. 그러기에 며칠간은 가족들과 지내는 휴가는 손자와 손도 잡고 안아 보기도 하면서 보낼 수 있으니 천금 같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할아버지도 팔순 중반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니 어느 세월에 중학교 고등학교에 갈 수 있을꼬 까마득한 세월에 마음만 앞서는 그리움만 쌓인다. 참으로 귀하고 사랑스런 마음이야 금지옥엽(金枝玉葉)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이름이 가족 사랑이고 세상에서 가장 값진 것은 사랑을 나누고 베풀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이라 한다. 이번 여행 중에도 손자 녀석이 한글을 모두 마쳤기에 받아쓰기에 자신 있다는 대답에 어려운 낱말을 골라서 시켰더니 척척해 나가는 모습이 대견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뿐이랴 며칠 전에는 큰 상과 트로피를 들고 손자가 그린 액자 그림까지 들고서 찍은 사진이 전송되어 왔다.

처음에는 학교 입학 전에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에 흔하게 주는 상이려니 했는데 뜻밖에도 전국대회 규모로 4살부터 초등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종합적으로 심사하여 주는 한국미술교육학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했다. 또 한번 대견스럽다는 칭찬과 다음에 만나면 무엇을 선물해 줄까 궁리를 해보아야 겠다. 미국에 사는 외손자도 올해 중학교에 입학했다는 소식이 오더니 중학교 마크가 새겨진 교복을 입고 의젓한 모습의 사진을 보면서 흐믓한 생각에서 자손들이 건강하게 아무 탈 없이 성장해가는 모습들 모두가 내게는 큰 행복을 안겨주고 있다는 감사한 마음이며 손자들과 함께 아직은 스스로를 유지하며 품격있고 건강한 할아버지로 거듭나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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