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오랜만에 동해안 오징어 풍어란 반가운 소식에 주문진에 있는 강릉시수협(판매과)에 연락하였더니 난류성 오징어가 좋아하는 수온이 15~20℃를 유지한 덕에 어획량이 평년보다 약 3배가 증가하였으나 6월부터 수온변화로 어획량이 급감했다는 전언이다. 어장은 산지로 유명한 울릉도보다 동해안 안쪽에서 오징어채낚기 어업으로 이루어졌다고 했다. 그전까지 동해안 이북 수역에 중국 어선들이 해마다 싹쓸이한다는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렸지만 금년 들어 어획량 증가는 다행스러운 일로 생각되었다.

유년기를 동해안에서 성장한 필자로서는 오징어와 쌓은 친분이 보통 사이겠는가. 오징어는 밤에는 수면 위에서 먹이를 섭취하고 새벽이 되면 바다 깊은 곳으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그 습성을 이용한 오징어잡이 배는 밤에 불을 밝히고 오징어잡이가 한창이다. 오징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에서 즐겨먹는 편으로 고전 자산어보에도 맛이 감미로워 회나 포로 먹기 좋으며 가시가 없어 생선을 싫어하는 사람도 오징어만큼은 즐기는 사람이 많다 하였는데 서양에선 두족류 문어와 함께 오징어 특유의 냄새가 시신 냄새와 비슷하다 하여 기피하고 있고 북유럽에서는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물고기는 전설 속의 괴물을 연상하기에 기피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속담에 “오징어가 까마귀 잡아먹듯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꾀를 써서 힘들이지 않고 일을 해낸다는 뜻이다. 중국 옛문헌에 오징어가 까마귀를 즐겨 먹는 성질이 있어 물위에 떠 있는 오징어를 까마귀가 덮치니 오히려 오징어가 까마귀를 감아서 물속에서 잡아먹는다 해서 까마귀를 해치는 도적이란 뜻으로 「오적어」란 이름이 변해서 오징어가 되었다는 유래이다. 문학과 영화에서 회자하는 신뢰할 수 없는 약속을 두고 「오적어 묵계」라 하는데 오징어 먹물로 쓴 약속을 말하고 있다.

조선 실학자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오징어 먹물로 쓴 글씨는 해를 넘기면 시커먼 먹이 없어지고 빈종이가 된다고 사람들을 속였다는 얘기다.

원래 오징어 먹물은 까만색으로 보이지만 멜라닌 색소가 주성분이므로 시간이 지나면 탈색되기 때문이다. 오징어 먹물은 최근 일본에서는 먹물을 첨가한 각종 식품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오징어에 타우린 성분은 소고기의 16배 되는 식품으로 알려젔다. 고전「자산어보」에 오징어의 다양한 성분이 약효가 있다고 하고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여성이 장복하면 정을 더해 자식을 낳게 한다고 쓰여젔다.

해마다 오징어 풍어로 답답한 세상살이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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