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7월 아들 내외가 가족 여름 휴가를 남해안으로 정했다. 남해안 중에 호남 쪽이 음식이 좋은 것 같고 무엇보다 KTX 열차가 여수 쪽으로 직행할 수 있기에 4일간의 일정으로 떠났다. 산과 바다가 병풍처럼 에워싼 남도의 바닷가 마을은 그 풍경도 좋지만 그 안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사람들 음식도 인심도 후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여수 오동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이 시작되는 섬이고 여수 돌산도는 다도해의 수려한 풍광이 동양화처럼 펼쳐지고 섬마을 정취가 가득 풍겨오는 듯 했다.

여수 오동도는 작은 섬이지만 동백숲, 소라바위, 병풍바위 등 오동도와 서대회는 빼놓을 수 없는 고장이다. 손맛 가득한 남도 음식을 들자면 벌교가 꼬막 고장이라면 여수 별미는 서대회 비빔밥이라고 말한다. 바다를 끼고 도시의 아름다움과 음식 맛이 한몫 하지만 돌산 계동에 어선이 줄지어 늘어선 포구 횟집에서는 싱싱한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 모둠회와 서대구이 돌게장이 보기에도 푸짐하고 참돔 형태를 닮은 군평선이는 꽃돔이라 불리지만 이곳의 맛좋은 특산물이기도 하다.

둘째 날은 돌산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보기도 하고 네델란드인 하멜표류기로 유명한 하멜등대와 전시관을 한참 동안 둘러보기도 했다.

그리고 유람선(800명 탑승)을 타고 약 2시간 동안 오동도를 한바퀴 돌아보면서 저녁때에 이르러 바다장어집에서는 붕장어(아나고) 양념구이 소금구이도 먹었지만 민물장어보다는 못하다는 가족들 얘기를 듣기도 했다. 마지막 날에는 만성리 해수욕장에서 백사장이 아닌 검은 모래를 밟으면서 올해 처음으로 바닷물에 들어가 해수욕을 즐기기도 했다.

여수는 멸치 고장으로 옛부터 멸치를 최고로 쳤다. 멸치 선인망 선단(본선, 어탐선, 가공선, 운반선, 전마선)등 6~7척이 선단을 꾸려 멸치잡이에 투입된다. 따뜻한 겨울 뒤에는 멸치 풍어가 들어 여수항이 한때 흥청거렸고 파도에 시달린 뱃사람은 씀씀이가 엄청 커져서 「여수가서 돈자랑 하지 마라」는 유명한 속담이 태어나기도 했다. 언젠가 여수박람회에서 작가들이 보는 여수는 생기발랄해 보이는 우울함이 깃들여 있다고 했다.

김명인 시인의 시 「여수」에 보면 아름다운 물이다/ 여수란 말이 떠올릴 때 생애 전체가 /한울림속으로 이은 줄 잊은 때가 있다 /만곡진 연안들이 마음의 구봉을 세워 /그 능선에서 엎어놓은 집들과 부두의 가건물 사이/ 바다가 밀물어와 눈부시던 물의 아름다움이여/ 여수가 (旅愁)여도 좋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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