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흔하고 주요 어종이 아닌 것이 병어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흰살 생선에 부드러우면서 고소하고 담백해서 육칠월이 되면 유별나게 맛좋은 생선이라 할 수 있다. 병어는 납작하고 마름모꼴로 몸체에 비하여 입과 눈이 작은 것이 특징이어서 마치 수족관의 열대어를 연상시키는 바다 물고기이다. 그렇게 병어가 입이 작다 하여 나온 속담이 재미 있다.“병어 주둥이와 메기 입”이란 말이 있는데 입이 매우 작은 사람을 병어에 비유하고 입이 넓적하게 큰 사람을 메기에 비유해서 이르는 말이다. 병어는 남서 해안에 살고 있지만 그 중에 육칠월에 칠산 앞바다에서 잡히는 것을 제일로 치고 있다.

칠산 앞바다는 신안군 임자도에서 부안군 위도에 이르는 해역으로 예전에는 파시가 형성되었던 황금어장이었다. 파시는 한때 수백척의 어선이 몰려 있고 여자들 술판으로 젓가락 장단에 흥청거리는 그런 파시가 이루어질 때도 있었다. 특히 칠산 앞바다는 모래와 갯벌이 적당히 섞여 있어 젓새우와 작은 물고기들이 살기 좋은 생태환경을 이루고 있어 병어가 좋아하는 먹이가 지천으로 깔려 초여름이면 깊은 바다에서 병어들이 산란차 칠산 앞바다로 몰려오고 초가을이면 먼 바다로 다시 떠나간다. 그뿐이랴 여름철 민어와 조기도 제철이 오면 찾아드는 자원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조기도 제철이 오면 추자도에서 영광 법성포 칠산 앞바다를 거쳐 연평도를 지나 평안도까지 올라가는 조기잡이가 이루어진다. 신안군의 작은 섬 임자도와 지도는 칠산 앞바다와 붙어있어 이 시기에 잡은 병어는 입소문이 나 있어 어시장에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 있다면 병어 판매대 앞에 임자병어, 지도병어, 신안병어라는 팻말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병어는 고소한 맛으로 된장으로 찍어 먹는 것이 제격으로 횟감도 맛이 좋지만 여름철 햇감자에 풋고추를 넣은 병어조림은 일품이라 하겠다. 병어 맛이 담백하고 비린내가 없는 것은 먹이가 해파리를 즐겨 먹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육칠월이 오면 자연히 국내 상인도 몰려오고 있지만 중국 수입상들도 산지까지 와서 중매인에게 구입을 부탁할 정도로 붐비고 있다. 그러나 신선한 병어를 손쉽게 구입하려면 당연히 잡는 어기와 물때를 맞추어 어시장까지 직접 갈 수밖에 도리가 없다.

한편 병어는 육칠월에 조류를 가로지르는 닻자망과 조류를 따라 흘려보내는 그물 유자망을 놓아 잡고 있지만 다른 어법보다 병어에 상처를 덜 입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안도현의 시「병어와 깻잎」을 보면 군산 깨보선창 선술집에서 /막걸리 한주전자 시켰더니/병어회가 안주로 나왔다/그 꼬순 것을 깻잎에 싸서/먹으려는데 /주모가 손사례 치면서 달려왔다/병어회 먹을 때는 /꼭 깻잎을 뒤집어 싸먹으라고/그래야 입안이 까끌거리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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