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규 한국수산회장은 회장 재임 5년 3개월 간의 소회를 묻자 “세월이 흐르는 물처럼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수산회장을 맡은 지 벌써 그렇게 됐다”면서 “우리 수산업은 역동적인 삶의 현장이라서 자연환경의 영향도 많이 받고, 사회경제적인 환경에도 쉽게 노출돼 있다. 산업 자체가 힘들다 보니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 기간을 돌이켜보면 정부에서 다양한 정책개발에 힘쓰고 있지만 우리 수산계의 난제들은 별로 해소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하고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정부의 자원회복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한일어업 관계, 중국 불법어업 문제도 여전하다면서 더욱이 코로나19로 각종 모임이 줄어들면서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는 데다 최근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가 국가적 관심사로 부각되고 해상풍력발전 문제도 어업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임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중단됐던 수산단체장협의회 활동을 재개해 단체간 교류 창구를 마련한 것과 한·중·일 3국 단체장 회의 정례화 등을 통해 3국간 민간어업 교류를 활성화한 것이 인상에 남습니다. 그리고 서울국제수산식품전시회와 각종 수산물 소비촉진 행사를 주최해 우리 수산물의 소비 활성화에 기여한 것에도 자긍심이 있습니다. 제가 재임하는 동안 우리 수산회가 전반적으로 사업규모도 커졌고, 조직도 확대됐습니다. 앞으로도 여러가지 기존 수산회 업무에 충실하면서 우리 수산업의 구석진 곳을 살펴 개선책을 찾고, 정부와의 가교 역할을 통해 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주변국과의 민간어업협력사업 추진 상황은

▶민간어업협력은 그동안 한중, 한일 양자회담 및 한중일 3국의 민간수산단체들이 서로 방문하면서 현안사항에 대해 협의해 왔는데, 지금은 코로나19로 왕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어려움이 큽니다. 금년 상반기에는 각국의 코로나19 대응상황과 백신 접종상황을 지켜보면서 추진방향에 대해 협의하고, 하반기에는 가능한 대면회의 재개를 목표로 하되, 상황이 계속 여의치 않을 경우 비대면 화상회의를 통해 협력방안을 계속 모색해 나갈 계획입니다. 한‧일 동해 중간수역 및 한‧중 협정수역내 침적 폐어구를 수거하는 어장환경개선사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EEZ내 중국어선이 불법 부설한 범장망 어구를 철거하는 사업도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수산물 상생할인 지원사업 추진 상황은

▶수산물 상생할인 지원사업은 코로나 19로 인한 수산물 소비부진을 극복하고 내수진작을 위해 국내 유통회사와 함께 제철 수산물을 20% 할인·판매(1만원 한도)하는 사업입니다. 지난해 7월 추경사업 때 수산회가 추진기관으로 선정돼 금년에도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올해는 1월부터 연말까지 전국에 산재한 전통시장과 30여개 온‧오프라인 마트와 생활협동조합, 스타트업(수산물 유통창업회사) 등이 망라돼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수산인의 날 특별전을 개최하는 등 올해 8~9개의 행사와 연계해 제철 수산물 소비촉진을 비롯, 일시 과잉생산된 물량의 적체 해소 등에 활용코자 합니다. 이밖에도 수산회에서는 영유아 수산물 식습관 개선을 비롯, 이달의 수산물 홍보, 어식백세 캠페인 등을 통해 우리 수산물의 소비진작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수산물이력제사업 애로사항 및 활성화 방안은

▶수산물이력제는 바다에서 식탁까지 내가 먹는 수산물이 언제, 어떤 경로를 거쳐 도달했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수산물이력제가 활성화돼 현장에 정착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아시다시피 수산물은 워낙 종류도 많고, 유통경로도 다양하다 보니 제품을 규격화하거나 표준화하기가 쉽지 않지요. 게다가 영세한 가공업체도 많고, 어업인도 고령화돼서 이력제시스템을 다루는데 익숙하지 않다는 점도 이력제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현장 여건을 감안하여 이력제를 실효성 있게 개선하고자 정부에서 현재 일부 품목에 대해 자율참여 방식에서 의무화 참여방식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 중에 있는데 지금은 의무화 시범단계에 있지만 앞으로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인터넷수산시장 운영 상황은

▶인터넷수산시장 ‘피쉬세일’은 생산자인 어가와 소비자를 직거래로 연결하는 수산물 전문 쇼핑몰로서, 우리회에서 2004년에 개장했습니다. 당시는 지금처럼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지 않던 시기여서 일선 어가에서 인터넷 판매를 할 수 있도록 우리 직원들이 현장을 찾아가 상품구성에서부터 포장, 배송방법 등을 도와주곤 했지요. ‘피쉬세일’은 그동안 매년 꾸준한 성장을 해 오다가, 작년부터 코로나19 영향으로 주문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해 우리회에서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해 인터넷 수산물 판매시장의 변화를 선도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피쉬세일’은 단순히 수산물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공간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전자상거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어업인들에게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서 우리 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여 결과적으로 어업인을 돕는 것이 존재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산하 수산정책연구소에도 변화가 있다는데

▶연구소 직원들의 이직으로 한동안 공백기를 거치면서 연구소의 프레임을 바꾸는 중입니다. 그동안은 해수부 등에서 연구과제를 수주해 수산회에 재정적인 기여를 하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수산계에 정책개발로 기여하는 연구소로 차츰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연구소에서는 ‘한국수산회 정책포럼’을 주관해 오고 있는데요. 2019년에는 어촌의 인구소멸 위기극복을 주제로 국회정책토론회를 개최했고, 2020년 가을에는 지속가능한 연근어업 구조혁신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키로 했으나 코로나19로 국회에서 열리지 못하고 지상토론회로 대체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회 연구소에서는 지역과 서울에서 연 2회 수산계의 현안과제를 발굴,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정책당국에 건의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이 외에도 연구소에서는 주요 정책사업이지만 그동안 여러기관을 전전하며 표류해 온 어선어업 생산자단체 육성지원사업을 2019년 이관받아 지금은 정착단계에 이르게 하는 등 나름대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 오고 있습니다. 금년은 대선을 1년 앞둔 시점이라 수산계의 공약개발에도 관심을 갖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전국수산단체장협의회의 활동 상황은

▶지금 수산단체장협의회는 코로나19로 활동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금년 가을 무렵 백신 접종율이 높아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다시 활동을 재개해야지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수산단체장협의회에서는 한수총과도 연계해 수산현안에 대한 어업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데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정부에 건의하고자 하는 사항은?

▶해수부 발족 후 전반적으로 예산도 늘고, 법안 제정이나 정책개발 등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만 미흡한 점 또한 없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수산업과 수산행정은 미래를 내다보면서 정책개발과 인재양성, 과학적인 자원관리, 식품안전 및 수산외교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하는데 전문성과 유기적인 협조체계가 아직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해상풍력발전 문제를 비롯, 중국어선 불법조업,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등 수산업을 둘러싼 각종 현안과제에 대해 정부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 어업인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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