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답답한 시기에 바다를 보면 좀 나아질까 해서 지난달 지인들과 함께 동해안으로 떠났다. 겨울철에 잃었던 입맛을 찾아주는 봄의 전령사가 있다면 그것은 도다리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침 도착 시간이 점심때라 속초 중앙시장으로 가서 도다리 뼈회(세꼬시)를 시켰더니 3인이 먹기에는 너무 많다고 하니 이것이 제값에 최소량이라는데 할 말을 잊고 돌아올 때는 포장까지 했다. 도다리 산란기를 앞두고 그 맛이 절정에 달한다. 그러니 봄 도다리 가을 전어가 회자될 정도로 봄의 대표 생선으로 그 맛이 유별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40종이 살고 있는 가자미(도다리 포함) 종류는 세계적으로 망둥어류 다음으로 많은 어종이며 가자미류 중에 도다리는 대부분 문치가자미를 지방명으로 도다리라 부르고 있고 동해안에 유사한 참가자미도 노란 띠를 갖고 있어 노랑가자미라 부르지만 도다리와 혼동하기 쉬운 물고기이다.

도다리 낚시도 봄기운이 완연한 4~5월에 낚시 입질이 왕성해진다. 넙치(광어)는 양식산이 대부분이지만 도다리는 양식을 하지 않으니 모두가 자연산이다. 도다리 양식은 기술상 문제가 아니고 경제성 때문에 넙치는 1년 반이면 크게 자라지만 도다리는 3~4년 걸려서 사료를 먹이면서 양식을 한다면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다.

도다리 세꼬시회도 최고의 맛이지만 봄날에 햇쑥을 뜯어 끓인 도다리 쑥국은 은은한 쑥향기에 어우러진 단백한 도다리의 국물맛은 일품이어서 겨울이 가고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통영 거제에 가면 봄날씨가 쌀쌀하지만 바닷가 사람들은 햇볕이나 바람이 아닌 도다리 쑥국을 먹으면서 비로소 봄을 실감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임산부 조리에도 도다리 미역국은 최고로 치고 있다. 그러므로 도다리는 봄철에 제맛이지만 광어(넙치)는 가을에서 다음해 2월까지 맛이 절정이고 3월부터는 산란기이므로 맛이 뚝 떨어진다.

여름 방어와 3월 넙치는 개도 먹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다. 넙치와 가자미는 알에서 부화한 새끼가 모두 좌우에 눈이 있고 보통 물고기와 같은 정상형이지만 성장하면서 한쪽 눈이 반대편으로 이동하고 바닥에 엎드리는 자세로 변태된다. 흔히 넙치와 가자미를 구분할 때「좌광우도」라 하는 말은 넙치는 왼쪽으로 눈이 돌아가고 가자미는 오른쪽으로 몰려 있다는 뜻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마지막 날에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설악산으로 (다음으로 지리산, 한라산, 북한산) 향했으나 7년 만에 1m의 눈이 쌓여서 갈 수 없다는 운전기사의 말에 일행은 아쉬움을 달래면서 턱밑의 설악산을 뒤로하고 터미널로 향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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