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해양 생물을 연구하는 것으로 영화 자체의 흥미와 흥행이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자산어보」라는 제목을 내걸어놓고 「자산어보」는 문자 그대로 ‘흑산도의 물고기 계보’라는 뜻인데 해양생물에 연구는 고사하고 시대극 위주로 전개한다는 것은 수산학문을 배운 입장에선 미흡하고 아쉬움이 많다는 느낌이 온다.
원래 이준익 감독은 그의 작품들을 통해서 살펴보면 숨어있는 역사의 소재를 발굴해 내는 재능이 탁월하다고 인정하지만 관객이 나 혼자 뿐이니 오히려 걱정이 되어진다. 손암 선생이 흑산도 유배 시절 살았던 「복성제」를 복원했다는 반가운 소식과 더불어 복성제에 기거하면서 어촌 주민과 어울려 수산생물 227종인 물고기 조개류, 갑각류, 해조류 등을 분류해서 이동경로,분포, 형태를 하나하나 기록하면서 최초로 수산백과사전「자산어보」를 저술한 것은 학문적 가치는 물론 수산연구에 큰 업적을 남기고 절해고도 흑산도에서 유배된채 생을 마감하였다.
후세에 손암 정약전을 높이 평가하는 세 가지 이유는 첫째 학문적 가치 둘째가 그 시절에 조사 연구할 수 있는 변변한 시험도구도 없는 형편없는 환경 속에서 물고기를 꼼꼼히 해부하고 그림 그리듯이 묘사한 학자적인 면모이고 세번째가 척박한 땅 유배생활에서 한탄과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고 꿋꿋한 의지로 감내하고 연구하는 학자다운 모습을 지금 와서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당시 흑산도는 목포에서 일주일 이상 걸리는 먼 거리에 섬으로 큰 죄수들만 보냈다는 쌀 한톨 나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 청년 어부 창대는 손암 선생에게 “자산어보는 당신에게 무엇입니까”라고 물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