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재 어류편에서 홍어를 찾을 수 없지만 겨우 가오리 항목에 곁들여 몆 줄 설명이 있을 정도로 주요 어종이 아닌 셈이다. 그러나 홍어의 상징성과 뒷얘기는 무궁무진한 물고기로 일반 물고기와 너무 달라서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그런 물고기이다. 일반 음식 맛을 두고 사람들은 제각각 입 맛이긴 하지만 홍어 맛을 두고는 극과 극으로 표현하는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산에서 학교 다니던 시절 호남 출신 우수한 친구들이 많다 보니 직장에서 사회에서도 그들과 함께 어울려 삭힌 홍어를 접할 수 있었고 먹는 습관도 익숙해져 갔다.

절대로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거부감이 없을 정도는 된 성 싶다. 홍어는 전남 서남해안의 지방 특산물로 홍탁 삼합이란 음식문화도 창조하였고 맛깔스러운 남도 음식문화의 정수라고 말하고 있다.

15년 전인 2007년 10월 순천에서 열린 제11회 남도 음식문화 축제에 우연히 참석하였는데 입구에 큰 현수막이 걸려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홍어맛을 알면 남도음식의 절반을 안다」라는 현수막에서 홍어의 상징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고서 「자산어보(정약전)」에 보면 홍어에 대해서 회로 먹고 굽고 끓이거나 포를 뜨기도 하고 나주에서는 삭혀서 막걸리 안주로 먹는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역시 홍어의 본고장은 나주가 아닌가 생각이 된다. 삭힌 홍어의 내력도 흥미거리지만 그것보다 소설가 김주영은 소설 「홍어」에서 알싸하고 콧등을 톡 쏘는 내음과 곰삭은 고기맛..... 구수하고 듬직한 맛이 일품이라고 묘사했다.

송수권 시인은 「남도의 맛과 멋」에서 맵고 찌릿하고 그로데스크한 맛으로 포현했고 그의 시집 「남도의 밤식탁」에서 보면 대숲마을 해어스럼녁/ 저 휘어드는 저녁 연기보인다/..... 남도 산천에 눈이 녹고 참꽃 피면 오라/불발기 창 아래/ 너와 곁두리 소반상을 들면/ 이 맵고도 지릿한 홍어의 맛/ 이라는 홍어 예찬론을 묘사했다.

흔히 홍어를 즐기는 사람은 한마디로 처음에는 코끝이 찡하고 다음에는 입안이 상쾌하며 끝맛은 청량하다는 게 그 맛을 즐기는 사람들 얘기이다. 그러나 그 맛이 극과 극이 있듯이 김천 출신 김연수 소설가는 젊은 시절 선배 시인이 권하는 홍어맛은 무심코 받아 먹어보니 입속에 암모니아 냄새가 숨이 탁 막힐 정도로 사흘간 냄새가 입속에서 가시지 않으며 인간이 왜 이런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한탄스런 표정으로 묘사했다.

홍어를 많이 접하지 않은 우리로서는 그 맛을 설명하기에는 자신이 없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썪지 않고 맛있게 발효되는 음식이 있듯이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인간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인간이 있음을 깊이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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