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사이에 술 한병 놓고/벗도 없이 홀로 마신다/잔을 들어 밝은 달맞이 하니/그림자 비쳐/셋이 되었네. 중국 당나라 시인 이태백의 시 한구절이다.

원래 술은 못하는 편이지만 몇 년 간 한·러 어업위원회 회의에 참석차 러시아를 여러 번 다녀오면서 러시아의 보드카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었다. 보드카는 러시아 문화의 일부이고 생활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시아인의 보드카 사랑과 자부심은 대단하다. 밀고 당기는 수산물 쿼터 회의가 지루하게 2주간을 끌면서 저녁마다 본의 아니게 보드카와 마주앉은 셈이 되었다. 러시아인은 앉으면 거의 보드카를 마시고 고관들이나 서민들이나 보드카를 즐기며 마신다.

한때 옐친 대통령이 술병에 걸릴 정도로 즐겨 마셨고 거리의 걸인들도 보드카를 마시고 있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러시아 전 국민 60%가 알코올을 입에 안대면 못 배긴다는 통계자료가 있었다. 그만큼 보드카를 즐기는 문화이다. 길거리에 걸인들은 담배를 요구하면서 술에 찌든 모습을 많이 보았다. 러시아인은 백야 현상 때문인지 술과 담배를 많이 하고 겨울밤이 길고 추운지방이니 독한 술로 지샌다는 얘기가 있다.

러시아에서 춥고 긴 밤을 어떻게 보내느냐, 귀족은 오페라와 볼쇼이 발레를 보면서 즐기지만 서민은 보드카를 마시면서 춥고 긴 겨울을 보낸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다. 러시아에 처음 갔을 때 회의가 끝나자 러시아인은 술을 잘하면 사업이 쉽게 잘 되지만 못하면 어렵다는 예기를 들었다. 같은 얘기로 술잔이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되고 술잔이 없으면 모든 게 어려워진다면서 술 없는 인간관계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게 러시아 주당들이 흔히 하는 얘기다.

술버릇을 들여다보면 한번 따른 술은 반드시 마셔야 하는 게 불문율이다. 자기 잔을 홀짝거리거나 개별적으로 잔을 건넨다는 것은 볼 수 없고 한번에 잔을 채워서 한꺼번에 마신다. 원샷을 한다는 말이다. 독한 술이니 한입에 탁 털어 넣는 습성을 보고 처음에는 놀라기도 했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 술을 못하는 사람에 억지로 권하지는 않지만 대신 못하는 사람을 낮춰보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술을 마시다 보면 취한 행동에 관대한 편이지만 코가 비뚤어질 때까지 마셔야 비로소 친해졌다는 분위기였다.

세계적으로 술을 잘 마시는 나라는 몰도바공화국이고 우리나라도 1인당 술 소비량이 세계 11위권이다. 술은 원료가 다른 만큼 맛과 향이 다르고 마시는 목적이 다르다. 위스키는 취하려고 먹고 브랜디는 잠시 향기를 간직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라고 한다. 항상 건강을 위해서 술은 적당히 마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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