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남해 앞바다가 수온이 제일 따뜻하다 하여 부산에서 이곳까지 와서 해양훈련을 열흘간 한 적이 있다. 대학교 3학년 때 선택 아닌 필수과목이니 피할 수 없는 고된 훈련으로 남해 앞바다를 바라보면서 근처 초등학교에서 침식을 하면서 훈련에 임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나 단 하루 동안 가까이 있는 금산에 올라 모처럼 쉬면서 여유로움을 갖기도 했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에 이르면 산세가 약간은 험난하면서 산모퉁이만 돌아서면 골이 깊고 으슥한 첩첩산중 같은 곳이다. 유명한 금산의 높이는 700m도 안되지만 해수면에서 곧장 치솟아 올라서 고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그 하루에 금산에 오르면서 고개를 돌려보니 무연한 바다가 펼쳐지고 있었으니 감탄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금산은 문장봉, 쌍홍문 동남쪽에 움푹 들어 앉은 미조포구까지 빼어난 절경이 전설처럼 자연 속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이성복 시인은 남해에서 인간과 자연이 일체감을 느끼면서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남해금산」의 시 구절에 보면 남해금산 푸른하늘가에/나혼자 있네/남해금산 푸른 바닷물속에/나혼자 잠기네. 날씨가 지물지물하더니/종내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농사 흉년이면 바다도 흉어라는데/괜스레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은 아름다운 섬.

김훈의 「풍경과 상처」에 글을 보면“금산 꼭대기에 연관이 있는데 거기서 하룻밤을 지내면서 이 바다와 섬으로 찾아 오는 시간을 관찰하는 일은 외롭고 서늘하다”라고 했다. 그런 남해바다에 수산물은 어떤지 살펴보면 전통적인 죽방염과 태풍을 막는 어부림이 조성되고 풍어제가 맥을 잇고 있어 수산업의 보고이며 산교육장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곳에 먹거리가 있다면 개불이 명물이다. 남해를 가면서 개불을 먹지 않으면 여행에 헛걸음을 한 것이라 말하고 있다. 개불은 마치 개의 생식기 고환과 비슷하다 하여 불리어졌으며 육질이 연하고 선홍색갈이 최고 품질이다. 겨울이 제철이며 모래 흙탕속에 u자형으로 구멍을 파고 그 속에 살고 있으며 갯지렁이와 같이 환형동물에 속한다. 그리고 유명한 죽방염은 남해 상동면 지족 마을에 국내 유일하게 하고 있으며 물살이 빠르고 수심이 얕은 곳에서 멸치잡이를 하고 있으며 이는 대나무 말목 수백개를 물 흐르는 곳에 반대 방향으로 개뻘을 막고 말목사이에 그물로 엮은 원시 어장으로 고기를 가두는 하루 두 차례 밀물과 썰물 때 어항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 죽방염 멸치는 비늘이 안벗겨지고 주로 백화점 선물용으로 유통되는 일등품이다. 그리고 바닷가에 어부림 조성은 폭풍우를 막고 고기떼를 유인하면서 바닷가 경관의 수려함도 보여주고 있다.

한번쯤 남해 바닷가에서 개불회와 멸치 회무침도 먹으면서 어부림 숲속을 산책하는 여유로움을 가져 보는 것도 보람 있는 여행길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작권자 © 수산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