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당(和食)에 단골손님이 가면 주방장은 앙증맞은 작은 그릇을 조심스레 들고 온다. 코노와타(このわた, 고노와다, 海鼠腸)라고 부르는 해삼내장젓이다. 일본에서는 해삼은 야행성으로 밤에 활동하는 쥐와 닮았다 하여 ‘바다의 쥐’라는 뜻으로 해서(海鼠)라고 부른다. 그러나 영어권에서는 길쭉하고 울퉁불퉁한 것이 오이 같다 하여 ‘바다의 오이(sea cucumber)라 한다. 북유럽에선 바다의 소시지라고 부르고, 한자 문화권에서는 바다의 인삼(人蔘)이라 하여 해삼(海蔘) 또는 해남자(海南子)라고도 한다. 한편 옛날에는 모양이 만두를 닮았다 하여 미만두(-饅頭, 궁중 음식으로 해삼 모양의 찐만두), 물보(물주머니)라고 부르기도 했다. 지구상에서 해삼을 식품으로 최초로 섭취한 곳은 현재의 함경남도 지역으로 남하 거주하던 ’퉁구스계‘ 인종 즉’ 숙신(肅愼-중국 濟나라 북쪽 민족)‘이라고 알려져 있다. 함경도와 인접한 연해주지역 역시 해삼산지로 유명했는데 블라디보스토크의 옛 이름이 ’해삼위‘다.

인삼의 학명은 Panax ginseng으로 주 약효성분은 사포닌이고, 해삼도 역시 홀로수린(Holothurin)이라는 사포닌 성분을 가지고 있다. 1884년에 간행된 의서인 <방약합편(方藥合編)>에는 해삼은 맛이 짜고, 성질은 평(平)하다고 했다. 해삼의 진액(津液)은 폐와 신장을 보호하고 부인에게 특히 좋다고 적고 있다. 5억년의 탄생 비밀을 가진 해삼은 1100여종이 지구상에 서식하고 있는 무척추 극피동물(棘皮動物)이다. 크기(20cm∼5m)와 종류(홍삼, 청삼, 흑삼)도 다양하다. 촉수(8∼30개)로 해저의 모래와 이질(泥質)을 삼킨 후 유기질은 섭취하고 모래는 항문을 통하여 배설한다. 이 양이 연간 3.5kg으로 바다의 정화기 역할도 한다. 특히 적의 피습을 받거나 강한 자극을 주면 창자를 버리거나(內腸吐出), 즉 질긴 실 같은 퀴비에 관(cuvier tubules, 프랑스의 고생물학의 창시자 이름에서 유래)을 배출한 후 내장까지 토해 낸다. 이 실은 해삼의 핵무기라고 불릴 정도로 끈적끈적하여 적을 꼼짝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일부 해삼의 퀴비에 관은 독성(holothurin)도 있고 매우 질겨 남태평양의 팔라우 섬에서는 신발을 만들어 신는다고 한다.

또는 몸의 일부를 스스로 잘라 버리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잘라진 몸은 재생력이 아주 강해서 수개월 정도면 원상으로 회복된다. 해삼은 나이 측정이 어렵다고 한다. 해삼이 몇 살인지 언제 죽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특유의 재생력과 몸의 유연성 때문에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생명력인 지닌 동물 중의 하나로 여긴다.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해삼을 상어지느러미, 제비집, 곰발바닥 등과 같이 황제에게 올리는 진상품의 하나였다고 하며, 지금도 전 세계 해삼(乾) 생산량의 약 80%를 중화권에서 소비한다. 일본도 해삼내장젓(このわた), 숭어 어란(からすみ), 성게 알(うに)을 3대 진미라고 귀하게 여긴다. 더욱이 <일본서기>, <고사기> 등에 의하면 1300년 전부터 해삼을 식용하였다는 기록이 전한다. 그러나 해삼 내장(このわた)과 말린 난소(このこ 또는 くちこ)는 고급요리 재료로 썼다. 코노와타는 이시카와현(石川縣) 산이 최상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1695년 경 도쿠가와(德川家康) 막부시대에 중국과의 비단 교역 결제 수단으로 금, 은 대신 말린 해삼을 사용하기도 하여 은 유출을 막았다고 전한다. 이 때 빼낸 내장은 초기에는 천민들이 먹었으나 요리의 발달과 효능이 생해삼보다 월등한 것이 밝혀져 천황에게까지 진상되었다. 따라서 막부는 임진왜란이나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동. 남해 해삼을 싹쓸이 해갔다. 일본인들은 코노와타를 광적으로 좋아한다.

해삼창자는 놀라운 성분을 함유한 고단백식품으로 병약자나 노약자의 기호식품이다. 그 성분은 칼슘, 철분, 나트륨, 각종 비타민류 및 콜라겐 등을 함유하고 있다. 그 외에도 당뇨나 천식에도 아주 좋고, 건망증 치료에도 효과적이라 한다. 해삼내장젓에는 무려 단백질이 32.5%나 들어있어 생해삼의 2.5%와 비교된다. 더불어 남자들에게 정력식품 중 최고라고 알려지면서 마니아층이 두텁게 형성되고 있다. 이런 해삼내장젓은 소량이 체취되나 신비로운 효능이 알려지면서 고가의 귀중한 식품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유럽이나 북중미권에서는 아직도 혐오 식품으로 여긴다. 반면 19세기 영국인 의사인 ’프랑크 버클랜드(1826∼1880)‘는 당시 해삼을 먹고 꽤 맛있다는 평을 남겼다. 또한 그는 달팽이. 개, 고양이는 물론 코끼리, 타조, 코뿔소, 집게벌레까지 먹고 맛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한다. 심지어 소금에 절인 루이 14세의 심장까지 먹었다는 엽기적인 기록이 전한다. 해삼은 수온(17∼25도)이 올라가는 여름에는 여름잠(夏眠)에 들어가기 때문에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자취를 감춘다. 수온이 내려갈수록 해삼내장젓이 가장 맛있는 제철이다. 여름 내내 잃었던 입맛을 되찾기 위해 신비의 효능을 지닌 해삼내장젓을 시식한다면 놀라운 변화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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