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역사가 기록된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라고 전한다. 이 시기 신라에는 동시(東市)가 있었고, 백제에는 경시(京市)가 있어 수산물도 판매했을 것으로 유추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들어오면 육의전(六矣廛) 소속인 내외어물전과 외곽의 생선전 그리고 지방에는 4. 5일장인 향시(林園十六志)가 열렸다. 또한 특정 지역이나 섬을 중심으로 성어기에 파시(波市, 연평도, 흑산도, 원산, 연도 등)가 부정기적으로 열려 도매상(객주)을 중심으로 중. 소규모의 어물전과 보부상의 등짐을 통하여 전국의 소비자에게 공급했다. 그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재래시장의 역사도 한 세기를 훌쩍 넘었다. 물론 1900년대 초 노량진, 자갈치, 인천어시장 등의 대형 전문 어시장이 생겨나 엄청난 양을 분배했다. 특히 지금은 거대 복합기능의 시장으로 발전했으나 남대문이나 동대문 시장도 애초에 재래시장으로 출발했다. 냉동, 냉장 시설이 발달하기 전 재래시장의 수산물 판매는 건어물전이 주를 이루었으나 시장골목에는 사과궤짝을 엎어 놓고 수산물을 토막 내서 파는 아줌마 영세소매상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원산 명태 객주들이 공급한 생태를 두. 세 궤짝 떼어다가 저녁 반찬을 사러 나온 주부들에게 대가리와 몸통을 토막 내어 시멘트부대 속지에 싸주곤 했다. 당시 생선대가리는 어두일미(魚頭一味)라는 사자성어를 널리 유행시켰다. 지금은 어두육미(魚頭肉尾)라고 하여 생선은 대가리, 소고기는 꼬리라 하고 있다. 대가리는 동물의 머리를 말하나 사람의 머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기도 하고, 사물의 앞부분이나 꼭대기를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여기에 대가리를 더 낮춘 말로 이해도가 떨어지는 무식한 사람에게 돌대가리란 말도 쓰고 있다. 따라서 국립국어원은 생선대가리 또는 생선머리 둘 다 사용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콩나물대가리에 대한 시비는 남는다. 지금은 시대상황이 변함에 따라 젊은 주부들이 재래시장 골목에서 생선사기를 기피하고 사는 경우도 생선대가리를 가져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옛날 어머님들은 꼭 생선대가리를 챙겨 와서 웃어른이나 자식들에게는 몸통을 주고 자신은 머리 부분을 쪽쪽 빨아 드셨다. 도미, 명태, 부시리, 참치 등 몇몇 어종의 대가리는 일식(和食) 요리로 찜을 하거나 구운 것은 제일 고급 메뉴다. 이 때 이들 회(膾)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그러고 예전 고향집의 5일장에서 생선대가리를 사다 먹어 본 경험이 있는 세대는 요즘 대가리를 제거하고 판매하는 것에 불만이다. 대형마트나 쇼핑몰은 고사하고 재래시장에서도 주지 않으나 따지기도 민망하다. 요즘 재래시장에서 대가리도 챙겨 달라고 하면 식용인지 사료로 쓸 것인지 묻기도 하는 세상이 되었다.

생선대가리는 살코기는 적더라도 다른 부위에서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맛이 있다. 어느 시인은 ‘거듭난 생선머리’란 시에서 ‘먹다 남은 생선대가리/ 꼬꼬도 야웅이도 외면하는 생선대가리/ (중략) / 그대가 웃음을 주네/ 그대는 생선머리 신사가 되었네’.라고 노래하고 있다. 특별히 주당들은 대가리 양쪽 볼에 붙은 살점을 말끔히 발라내고, 귀세미(아가미의 방언) 살을 뜯어 먹으며 한잔 또 한잔 소주 한 두병은 거뜬하다고 자랑한다. 어찌 보면 사람들은 생선이나 동물들의 두개골을 먹고 심지어 이들의 장기(臟器)인 내장으로 탕(湯)을 만들고 혹은 젓갈로 담아 먹어 조금은 엽기적이다. 한편 대형수산시장이나 재래시장에 새벽이 오면 생선의 대가리나 내장이 든 봉투를 수거해가는 청소차가 도착한다. 그때까지 고양이와 파리 떼가 한통속이 되어 분리된 생선대가리와 내장을 나눠먹고 키득거린다. 그것도 잠시 값을 조금이라도 깎으려는 아주머니와 생선 파는 상인들 간의 흥정 다툼은 정겨운 재래시장의 활기와 삶의 현장이다.

한편 생선요리가 제일 발달한 일본은 오색(五色), 오미(五味), 오법(五法)을 기초로 조림, 구이, 찜, 튀김 등으로 생선대가리 요리가 특별나다. 또한 중국에서도 후난성(湖南省)의 위토우(魚頭)요리인 샹차이(湘菜)와 청나라 건륭황제가 항저우(杭州) 순행 길에 먹고 반했다는 첸룽위토우(乾隆魚頭)요리는 유명하다. 또한 중국에서도 최근 먹방이 뜨고 있으며 식품 매출도 연 40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반면 란런경제(懶人經濟,게으름뱅이 경제)의 영향으로 고급 새우 요리도 자기가 직접 껍질을 까는 것이 귀찮아 먹기를 포기하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고 한다. 즉 란런(懶人, 게으름뱅이)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에서 신선매장으로 인기가 높은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150여개의 허마센성(河馬鮮生)은 새우껍질을 발라내는 사람(바오샤스, 剝蝦師)를 모집한다는 직원 채용 공고를 냈다고 한다. 갈수록 사화환경 변화가 빨라지고 식용패턴도 변하고 있다. 이러한 때 생선대가리냐 머리냐의 논쟁이 급선무가 아니라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대응할 정책과 식품 개발이 시급한 우리 수산인 모두의 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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