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중남부에 위치한 미국령 사모아(서사모아는 독립국)에 ‘투 달러 비치(two dollar beach)’라는 해변이 있다. 1929년 미국령이 되기 전 사모아는 추장이 다스리는 부락들이 모여 하나의 촌락국가 형태를 이루었었다. 미국령이 되고서도 상당기간 타 부락민이나 외지인이 이 아름다운 모래사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미국 화폐 2불($)을 부락에 지불해야만 입장한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필자가 사모아 수산관으로 재직 시(1981∼1985)에는 이 관행은 없어졌으나 이름만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하긴 필자의 거주지 역시 ’텐 달러 비치(ten dollar beach)’로 옛날 이 곳을 사용하려면 10불($)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당시 텐 달라 비치는 주택지로 개발되었으나 투 달러 비치는 풍광이 아름다워 해수욕객들로 붐볐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독성 해파리가 자주 출몰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곳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들은 이 해변에 갈 때에는 핀셋과 식초를 지참하고 갔다. 또한 한국병원과도 지근거리라 급하면 병원을 찾곤 했다. 하지만 당시 해파리에 대한 무지로 독성해파리 종류도 몰랐고 식초가 도움이 되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하기야 전 세계에 200 여종이 분포한다니 종류를 알았어도 병원에 가는 것 외에 대책이 없었음은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민물로 씻거나 알코올로 소독해서는 안 된다는 정도의 지식밖에 없다. 그곳 교민들 사이에서는 식초를 바르니 통증이 감소했다는 구전을 믿고 있었다. 1982년 초 한 지인이 필자를 찾아와 그 부부를 그 해변에 데려다주고 해파리 조심하라는 무모한 말만 남긴 기억이 새롭다. 최근 해파리 자료를 대하면서 약한 독성 해파리의 자포 세포에 쏘일 경우는 가렵기만 하지만 독성이 강한 해파리에 쏘일 시에는 5시간 이내에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부 해파리의 독성은 뱀, 벌, 거미보다 강하다.

해양수산부는 전남, 경남, 제주 수역을 중심으로 남해바다에 ‘노무라입깃해파리(Nemopilema Nomurai)’ 비상 주의보를 발령했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비다 수온이 상승함에 따라 2000년대 중반부터 동중국해에서 발견되어 2009년부터 한반도 남부수역에 출몰하여 피해를 입힌 이래 지금은 서해와 동해까지 퍼져있다. 한반도 연근해에서 발견되는 해파리 중 가장 크다. 직경 1m에, 길이 5m 이상인 개체도 있다. 무게는 최대 200kg에 달하기도 한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어업에 일차적인 장애가 되고 있다. 이 종이 출현하는 수역에서는 고기는 잡히지 않고 해파리만 그물 그득 올라온다. 관계 당국에서는 해파리 절단망을 장착한 어선을 투입해 제거하고 확산 방지를 위한 예찰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노무라입깃해파리를 포함하여 보름달물해파리 등 8종이 독성(chironex) 해파리라고 국립수산과학원은 밝히고 있다.

바다의 불청객이라는 해파리는 어업 피해 외에 2011년 울진 원전의 취수구를 막아 발전이 중단되는 일이 있기도 했다. 전 세계 해수욕장에서의 쏘임 피해는 상어 피해의 약 30배 정도인 연간 150∼300명 정도가 매년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단순 피해는 집계조차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쏘임 피해는 연간 500∼1300건 정도가 발생한다(행안부). 반면 순기능도 있다. 대형 근구해파리 등 몇 종은 독성이 없고 식감이 좋아 오래 전부터 양장피나 해파리냉채 및 해파리버거(패티)의 좋은 식재료가 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식용 해파리(Ropilema Hispidum)는 중국이나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양식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바다에 서식하는 식용 해파리도 11종이나 있고, 그중 ‘숲뿌리해파리(기수식용해파리)’는 최고급 재료이다. 노무라입깃해파리도 식용 가능하나 독성처리(촉수 제거 및 염장)를 해야 하는 수고에 비해 맛은 별로라고 한다. 대부분의 해파리는 해양생태계 교란 또는 바다 생물 밀도를 억제하는 역기능을 한다. 반면 인류의 미래 식량자원이 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히는 전문가도 있다. 한편 황금해파리를 위시하여 오이빗해파리 등은 관상용으로 사랑받고 있기도 하다. 해파리는 수질이 오염된 곳을 좋아한다. 따라서 바다의 부영양화로 적조가 발생하는 수역에서는 적조생물을 먹어 치운다고 한다. 해파리는 천적이 별로 없다. 다만 조기와 병어가 많이 서식하는 수역에는 해파리 개체수가 적을 뿐이다.

해파리는 우리나라 고문헌에도 등장한다. <본초강목(本草綱目)>, <재물보(才物譜)>, <물명고(物名攷)>에는 해차(海鰂), 수모(水母, 물알), 저포오(樗蒲魚), 석경(石鏡)이라 했고, <자산어보(慈山魚譜)> 에는 해타(海鮀)라고 기록되어 있다. 특히 재미있는 표현으로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해파리는 모양이 물거품 같고 파도 위를 떠다닌다고 기록되어 있다. 가까운 장래에 해파리가 다이어트 식품이나 식량자원으로 개발에 앞서 현 단계에서는 어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고, 효과적인 제어 방법이 없다. 수산인들은 정부의 해파리 위기대응 매뉴얼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해파리 공포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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