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넙치를 소재로 쓴 대표적인 소설(동화)이 두 편 있다, 한편은 지난번에 소개(넙치의 꿈)한 독일 노벨상 작가인 ‘권터 그라스’의 <넙치 (Der Butt)>이고, 다른 한편은 일본의 여류작가인 ‘하야시 후미코(林芙美子 1903-1951)’의 <넙치 학교(ひらめ 學校)>다. 권터 그라스의 넙치를 인용한 석·박사 논문이 국내에서만 다섯 편이나 있다. 특히 권터 그라스의 넙치는 인류 문명을 만들어낸 여성의 역할을 우화성 짙게 그리고 있다.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열한 명의 여자 요리사에 대한 이야기다. 한편 넙치 학교는 의인화된 넙치가 다니는 바닷속 학교 모습과 넙치가 다른 마을(고등어마을, 방어마을, 문어마을)의 물고기들과 교류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바닷속 마을도 인간 세상처럼 용궁에 왕(도미)도 있고, 무서운 존재(상어)도 있는 조직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닷속 물고기에 비친 인간 세상은 자신들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이질적이고 무서운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 인간들 간의 전쟁으로 바닷속에 빠진 비행기(괴물)를 넙치들이 관찰하는 모습이 신기롭다. 또한 인간들의 전쟁을 보기 위해 육지(異界) 가까이 간 상어들이 많이 희생됐다는 소식을 듣고 상어 모두가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공포감과 초조함도 보인다. 하지만 작가는 전시기에 종군작가로 활동했고, 패전 후 전후의 일상을 바닷속으로 옮겨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넙치 학교에는 큰 안경을 쓴 여자교장선생님, 꼬리지느러미에 붕대를 감은 체육선생님도 등장한다. 다시마 목도리를 두른 고등어 마을 촌장이 베풀어 준 환영잔치도 호화롭다. 또 다른 동화지만 우라시마 다로(浦島太郞))라는 청년은 용궁에 가는 꿈을 자주 꿨다. 다로는 바닷가에 낚시를 갔다가 아이들에게 괴롭힘(苛じめ)을 당하고 있는 거북을 구해 주었다. 어느 날 그 보은으로 거북의 안내를 받아 용궁을 구경했다. 거기서 공주인 오토히메(乙姬)의 극진한 대접을 받고 며칠 머물렀다가 보물 상자를 받고 이별했다. 거북이 등을 타고 바닷가에 도착한 다로는 자기 집이 형체도 없이 풀만 무성한 것을 발견한다. 지나가는 노인에게 자기부모의 안부를 물었으나 그들은 삼백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이라고 한다. 다로는 어이가 없어 오토히메가 열어보지 말라고 부탁한 보물 상자를 열어 답을 구하려고 했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다로의 얼굴에 닿는 순간 그는 삼백 살 먹은 할아버지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현실과 이계(異界)의 이질적인 시간을 그린 동물보은설화다. 그러나 보은설화나 이솝우화가 국가 또는 개인 간의 우호관계 유지에 큰 교훈을 준다.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금년 6월1일부터 한국산 넙치 수입에 검역 검사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이 외에도 피조개, 키조개, 새조개, 성게 등에도 유사한 조치를 취한다고 한다. 2015년에도 일본정부는 한국산 넙치에서 기생충 검출우려가 있다고 했다. 당시 일본 국내 언론은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2011,3 원전사고) 등 8개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 조치한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지적했었다. 특히 이번 조치도 금년 4월 세계무역기구(WHO)의 수산물 분쟁에서 한국에 패소한 데에 따른 대응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량 중 대일 수출 비중이 약23%를 점하고 있다. 특히 패류 및 성게는 대일 수출의존도가 높은 품목이다. 반면 2018년도 일본의 한국산 넙치 수입 비중은 3,4%(1884톤, 2561만$)에 불과한 품목이다. 그러나 한국산 넙치의 검역 검사 강화는 한국의 넙치 양식에 타격도 예상되고, 그 상징성도 크다. 일본인은 집에 손님을 초대해 넙치회(刺身 さしみ)를 대접하는 것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전술한 바 1940년대 일찍이 넙치 학교라는 동화를 쓸 정도로 넙치 사랑과 관심은 각별나다.

일본의 넙치(ひらめ, 鮃) 양식은 1980년대부터 일찍 궤도에 올랐다. 현재는 자연산 넙치 생산량과 비슷한 량을 양식 생산하고 있다. 주요 산지는 오이타, 에히메, 가고시마 등에서 주로 육상 수조에서 양식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넙치(가자미 포함) 생산량은 연간 약7만 톤에 육박한다. 그러나 그 동안 넙치 활어는 대부분 품질이 우수한 한국산을 수입했다. 중국, 대만과 북한에서도 소량 수입했으나 북한산은 핵문제로 2006년부터 금수조치 되었다. 이 외에도 미국, 러시아, 노르웨이 등으로 신선, 냉장 넙치의 수입 선이 다변화되어 있어 한국산 수입에 차질이 생겨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산 양식 넙치는 인공사료를 주기 때문에 기생충 등에 감염될 소지가 없다는 것이 어병 전문가들의 견해다. 문제는 전수검사나 일부검사를 떠나서 통관 지연으로 품질이 저하될 수 있고, 부적합 판정이 늘 수도 있다는 우려다. 요즘 양국 간에는 수산 외에도 많은 외교 현안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안다. 한·일어업협정 체결도 지연되고 있다. ‘오얏(자두)나무 밑에서 갓을 고처 쓰지 말라’라는 한국 속담이 있다. 양국 정부 간의 슬기로운 해결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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