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 6일이 되면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사진 한 장이 떠오른다. 대검이 꽂힌 총대를 거꾸로 전사자 묘위에 꽂고 녹슨 철모를 올려놓은 사진이다. 그 곁에는 군복을 입은 병사 한명이 트럼펫을 불고 있다. 미국 남부 연합 분리 독립 선언으로 촉발된 남북전쟁(Civil War)이 1862년 터졌다. 숨 막히는 동족상잔의 전쟁터에도 밤은 찾아왔다. 그 한밤중에 북군의 중대장이었던 엘리콤(Ellicombe) 대위에게 숲속에서 신음소리가 들려 왔다. 칠흑 같은 밤 피아의 구분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부상한 병사를 발견하고 부대 막사로 옮겼다. 치료 중 중상인 병사는 죽고 말았다. 그는 적군인 남군 병사로 대위의 랜턴에 비친 것은 그의 사랑하는 아들이었다. 음악도인 그는 아버지의 명령을 어기고 남군에 입대했던 것이다. 엘리콤 대위는 아들의 호주머니에서 꾸겨지고 피로 얼룩진 악보를 발견했다. 그는 적군이지만 자기 아들 장례식에 상관의 허가를 얻어 한 사람의 나팔수(Bugler)로 하여금 그 악보를 연주하게 했다. 슬픔과 오열 속에 치른 장례식 후 이 악보는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이 나팔소리는 단 24개 음표로 구성된 “Taps”(영면나팔, 취침나팔)라는 곡으로 이제는 전사자에게 바치는 “진혼곡(레퀴엠, Requiem)”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흐르는 이 곡은 1964년 이탈리아 트럼펫 연주자(Mellissa Vannema)가 니니 로소(Nini Roso) 곡을 재즈 풍으로 편곡한 il Silemzio(밤하늘의 트럼펫)를 연주한 것이다. “한 낮이 다하고(Day is done), 해는 호수에서, 언덕에서, 하늘에서 사라지니, (gone the sun, from the lakes, from the hills, from the sky) 만물이 고요하고(All is well), 만상이 편히 쉬며(safely rest), 주님의 임재 가깝다(God is nigh).” 이 가사는 기독교도였던 이 병사가 신약성경(엡 4:31-32, 및 눅 17:3)에 기초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장면은 전쟁 영화나 국립묘지의 안장식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지금도 대부분의 군부대에서 순검(취침) 나팔로 부는 유명한 곡이다. 그러나 이 곡의 유래를 아는 장병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이 곡이 만들어지기 전인 1793년 모차르트나 브람스 등이 만든 특정 종교의 장례 의식을 위한 ‘레퀴엠’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수산업은 공주와 금강 북안에서 발견된 각종 유적과 유물에서 선사시대(구석기시대)로부터 어로, 채집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현대한국수산사, 1987). 해방이 되던 1945년 어선척수는 연근해에 42,326척(총톤수152,399톤)에 생산량 230,583톤(양식 2,386톤 포함)이었다. 그러나 40년 뒤인 1985년의 어선척수는 90,970척(총톤수858,471톤)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반면 해상 사고도 많았을 것을 추정(1974∼1985: 6,241척, 어선사고 3,176명)된다. 하지만 2017년에는 구조조정 탓으로 66,736척(양식, 운반선 등 포함)에 총톤수 512,060톤으로 감소됐다. 같은 해의 해상 사고는 504척에 인평피해는 79명(실종33명 포함)이었다. <어업인의 업무관련성 손상 및 질병에 관한 고찰>(농촌의학. 지역보건학회지 제25권, 2010.3)에 의하면 2000∼2007 기간 중 어선원의 해난사고 피해는 연평균 63명이 사망하였고, 82명이 실종되었다. 또한 최근 5년(2013-2017)간 어선사고는 전체 해양사고 6,508건 중 69.1%를 차지하고 있고, 인명 피해도 2017년도 전체 해난사고(사망. 실종자) 145명 중 어선원이 100명(70.0%)을 차지하고 있다. (수산연감 2018). 따라서 해수부(수협, 원협)의 철저한 선박안전 점검 및 어선원에 대한 교육이 해양사고 예방의 관건이다.

원양어업도 1966년 해외 어장에 진출한 이래 사모아, 라스팔마스(스페인), 파라마리보(수리남), 피지, 타이티(불령 폴리네시아), 앙골라 등 6개 기지에 320기의 순직 선원들의 묘가 조성되어 있다. 미국령 사모아의 위령탑의 동판에는 박목월 시인의 유작이 된 헌사가 새겨져 있다. “바다로 뻗으려는 겨레의 꿈을 안고 오대양을 누비며 새 어장을 개척하고 겨레의 풍요한 내일을 위하여 헌신하던 꽃다운 젊은이들이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다. (중략) 원양어업의 뱃길이 자주 오가는 이역의 태양과 성좌 아래 정성을 모아 이 탑을 세우나니 위대한 개척자의 영령이여 보람참 겨레의 핏줄이여 이곳에 편히 깃드소서”(1978, 9,30). 국내에도 부산수산대학(현 부경대)과 원양업계가 공동으로 원양어업 초기에 희생된 선원들을 기리기 위하여 대학부지 내에 “장한 넋들 교정을 메아리치는 종소리를 듣고 있는가”로 시작하는 향파 이주홍 님의 추모 시구(詩句)가 새겨진 ‘백경탑’을 건립(1971. 5)하고, 매년 이들을 기리고 있다. 부산 태종대에도 ’순직 선원 위령탑‘이 세워지고 이은상 시인의 추모사가 얼룩져 있다. 우리 수산업의 역사는 암흑기 수출의 역군으로 궁핍한 조국의 부흥을 위해 젊음을 불태운 피와 땀의 역사다. 21세기 조국의 부흥과 함께 이들의 고귀한 순직이 헛되지 않도록 수산인 모두의 마음속에 진혼곡(鎭魂曲)을 띄어보는 뜻 깊은 현충일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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