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 식품을 열망하는 인류의 역사는 약 2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전국시대 유가 오경중의 하나인 <예기(禮記)>의 기록에 의하면 ‘벌빙지가(伐氷之家)’라는 사자성어가 있어 겨울에 얼음을 캐어다 쟁여놓는 부자가문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신라시대 와 조선시대 자연산 얼음을 저장하는 ‘석빙고(경주, 창녕, 안동), 동빙고와 서빙고(한강 북쪽)’가 있어 왕족(귀족)이 제사용 또는 하사용으로도 사용했다. 그 후 16세기 자연산 얼음에 초석(硝石, saltpetre)을 섞어 빙점 이하까지 떨어트려 식품을 신선하게 저장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현대 냉장고의 효시는 엉뚱하게도 1834년 스코틀랜드 출신 인쇄공 ‘제임스 헤디슨’이 에테르 냉매를 사용해 만든 것이다. 1913년 미국 시카고에서는 지금의 가정용 냉장고가 태동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 후 기술이 여러 나라로 확산 되었다. 이 기술이 유럽 전역에 확산되면서 괴혈병(壞血病)은 거의 퇴치되었다고 전한다. 우리는 1965년 금성사(현 LG)가 가정용 냉장고와 1984년 김치냉장고를 개발했다. 하지만 우리 연안 어선에는 해방 후 부터 발동선이 있었으나 냉동시설은 없었고 제빙공장의 얼음을 싣고 나가 짧은 기간 어획물의 선도를 유지했다. 1809년(순조 9년) 빙허각(憑虛閣) 이(李)씨가 엮은 백과사전 <규합총서(閨閤叢書)>에 ‘삼합미음(三合米飮)’이란 말이 나온다. 홍합, 해삼, 쇠고기를 찹쌀과 함께 만든 미음이다. 명리학(命理學)에서 유래한 ‘삼합(三合)’은 성질과 맛이 서로 다른 세 가지가 어우러져 기막힌 조화를 이룰 때 쓰는 말이다. 명리학자들은 삼합이 형성되면 고유의 강력한 기운으로 바뀐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 ‘홍탁삼합(洪濁三合)’ 예찬론자들이 이르기를 ‘우주의 조화를 실현한 맛’이라고 한다, 옛날 빙장(氷藏)시설도 변변하지 못한 시절 목포에서 홍어를 잡으러 흑산도로 떠났다. 이 때 배에 소주나 막걸리하고 집에 있는 묵은지를 준비하여 출항했다. 홍어를 잡고 귀항하려하는데 세찬 바람과 거센 풍랑이 소형어선들의 발목을 잡았다. 흑산도 항구에 묶여있는 배에 실린 홍어는 삭혀졌고, 출항은 며칠간 불가능 했다. 어항 근처 정육점에서 돼지고기를 사다가 푹 삶고 홍어와 묵은지 그리고 막걸리를 곁들여 먹어보니 배탈도 없고 그 맛이 일품이었다. 홍탁삼합이 생긴 유래이고 흑산도에서 목포(90km)로 돌아온 후(당시 5시간, 현재 2시간) 입소문은 나주(羅州)나 영산포(榮山浦)를 거처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이것이 흑산도 홍어가 유명세를 타서 특산품이 되었고 DJ시절 청와대 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또 다른 이야기는 전남지역의 잔치 집에는 귀한 홍어가 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왔다. 손님들이 귀한 홍어만 먹자니 주인 눈치가 보여 돼지고기와 묵은지를 곁들여 먹었더니 이 셋의 조합이 기가 막혔다. 미식가들은 오래 전 엔 싱싱한 홍어를 구하면 일부러 두엄(거름)에 파묻어 삭혀 먹고, 코가 뻥 뚫리고 입천장이 훌러덩 벗겨지기도 했다고 너스레를 떤다. 이와 같이 홍어삼합이 조화를 이루니 그 후부터는 다양한 세 가지 음식을 묶어 새로운 삼합을 탄생시키고 있다. 전남 장흥에서는 키조개와 한우 쇠고기, 표고버섯이 삼합을 이뤄 ‘키조개 삼합’을 탄생시켰다. 장흥 토요시장에는 전국에서 인파가 몰려든다고 한다. 경남 거제도에서는 조개와 죽순, 삼겹살을 먹는 ‘조죽삼 삼합’을 만들었다. 울산에서는 언양 육회에 개불, 배를 곁들여 ‘울산 삼합’까지 만들어 냈다. 이 외에도 여수 가막만(灣)에서 잡은 새조개와 돼지목살, 묵은지를 곁들인 ‘새조개(鳥蛤) 삼합’도 있다. 특히 ‘홍탁’이 좋은 이유는 삭힌 홍어를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중화작용(홍어 암모니아가 위산 분해)이 일어나기 때문에 아무런 탈이 없다고 한다. 키조개는 모양이 삼각형으로서 각정(殼頂, 껍질의 정상) 쪽으로 가면서 좁아지고, 배연(背緣, 등쪽 가장자리)은 직선이다. 패주(貝柱, 관자)는 조개류 중에서 가리비 패주와 함께 크고 맛도 좋고 수출 주요 품목이다. 부산지방(채이조개), 마산, 진해(챙이조개), 군산, 부안(게지), 보령, 서천, 홍성(치조개)라는 별칭도 있다. 패주는 카이바시라(かいばしら)라고 부르고, 초밥. 샤브샤브, 구이 등으로 요리한다. 서해, 남해, 동해 남부 해역에 분포한다. 칼슘과 철분이 다른 조개류의 5-20배가 높다. 특히 패주에는 고도불포화지방산(Highly Unsaturated Fatty Acid)이 높다. 그 외에도 아연과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상처 치료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4-5월이 제철이라는 키조개는 그동안 어획량 대부분을 일본에 수출한 탓에 산지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낫 설은 조개였다. 하지만 최근에 장흥, 군산, 보령을 중심으로 ‘키조개 삼합’이 인기를 끌면서 내수를 이끌고 있다. 더욱 엔화 약세로 수출이 둔화되고 가격이 하락한 산지 키조개 생산 어가를 돕기 위하여 서울의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판촉행사까지 한다고 한다. 가히 삼합 전성시대(全盛時代)에 우리 수산인이 먼저 힘을 보탤 때이다.

저작권자 © 수산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