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은 소(牛)의 혓바닥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설어(舌魚) 즉 박대라는 물고기가 있다고 옛 문헌에 적고 있다. 당시 자원이 풍부하고 값도 싸서 서민들은 이를 지지고, 굽고, 반 쯤 말려서 술안주로 삼아 즐겼으나, 양반들은 박대를 천한 물고기라 하여 먹는 것을 기피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천대받던 박대가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수궁가(水宮歌)에 용왕(龍王)이 바다의 대신(大臣)들을 호명하는데 등장한다. 여기에 거북은 승상(丞相), 도미는 승지(承旨) 등에 이어 정3품 벼슬인 대사성(大司成)인 도루목을 누르고 9품 벼슬인 박대를 한림(翰林)이라고 먼저 부르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박대가 뭍에 오르면 푸대접을 받았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가자미목(目) 참서대과(科)에 속하는 박대는 우리나라 군산을 중심으로 한 서해에서 11월-12월에 걸쳐 서대 포함 약 1500∼1600톤 정도 생산(2016년 연근해 1400톤 중 군산 박대 300톤 포함, 원양 210톤)된다.

박대(tongue sole, common sole)는 참서대과 어류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큰 어종으로 몸집은 얇으나 체장이 약 60cm에 이르는 것도 있다. 몸과 머리는 옆으로 매우 납작하며 폭은 넓고 길이가 길어 위에서 내려다보면 긴 타원형이다. 똑같이 가자미목에 속하는 서대와 비슷하여 서대와 박대를 총칭하여 서대라 부르기도 한다. 실은 설어(舌魚)도 서대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서대는 ‘서대기’라고도 하며, <재물보 才物譜>. <물명고 物名攷>에 따르면 가자미목에 해당되는 비목어(比目魚)라 하였고, <지봉유설 芝峯類說>. <자산어보 玆山魚譜> 및 <오주연문장전산고 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우리나라를 접역이라 한다 하여 싸잡아 접어(蝶魚)라 부른다고 했다. 그러나 어류 분류학이 발달한 지금은 서대와 박대를 구분하여 부른다. “시집간 딸에게 박대를 보내면 버릇이 되어 친정에 자주 들린다.”거나 “내 집에 찾아온 손님을 박대하면 벌(罰)받고 박대를 대접하면 복(福)받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맛이 일품이다. 보통 서대는 살이 더 붉고 비늘이 크며 박대는 색깔이 거무튀튀하고 비늘 조직이 더 조밀하다. 박대는 배 부분이 더 희고 검은 반점을 가지고 있고 서대는 등 부분과 비슷한 핑크 빛을 띤다. 서대는 밭에서 감자랑 양파가 쏟아지는 6월에 제 맛이 난다고 하며 박대는 12월이 제철이라고 한다. 그러나 숙련된 어민들조차 두 종류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보통 어민들은 박대는 말려서 먹는 것이고, 서대는 회로 먹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서대의 어원인 설어는 혀처럼 생겼다거나 눈처럼 희어 ‘설‘이 ‘서‘가 되고 그 뒤에 ’대‘가 붙은 것이라고 하거나 혀의 사투리로 ‘쎄‘ 혹은 ‘헤’라는 말이 있으니 ‘쎄대’ 또는 ‘헤대’라 하였다가 ‘서대’로 변하였다고도 한다. 그러나 박대의 어원에 대해서는 찾기 어렵다. 하기야 옛날에 두 어종을 구분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참서대과에는 참서대(長蝶). 용서대, 개서대, 흑서대(突長魚), 청서대. 박대 등이 있다고 하고, 납서대과로 세분하면 납서대, 각시서대(牛舌蝶), 노랑각시서대(牛舌蝶) 등도 있다고 하니 어류 분류학에서나 나오는 이름들이니 말이다. 또는 서대어(가자미과 어류의 총칭), 셔대 또는 소갈 딱지라는 별칭이 있는데 밴댕이와 같이 잡히면 금방 죽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하여튼 박대와 서대는 눈이 모두 왼쪽에 쏠려 있어 가자미목 어류의 전형적인 특징을 나타내고 있으나 그 맛은 일품으로 박대는 전북 군산의 특산품이다.

필자는 약50년 전에 군산시에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조기자원이 풍부하여 박대는 맛이 우수함에도 순위에서 밀렸었다. 그러나 근래 안강망 어업이 퇴조하고 남획으로 조기자원이 감소하자 문전박대 받던 박대가 빛을 보고 있다고 어느 일간지는 보도하고 있다. 심지어 군산시는 2015년 정부. 민간업체와 공동 출자로 ‘군산박대향토사업단’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군산 특산품인 박대의 다양한 상품을 전국적으로 알리고 우수한 식품으로의 박대를 재조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늦은 감이 있으나 다행한 일이다. 군산과 서천 앞바다는 금강과 서해가 만나는 기수역(汽水域)일 뿐더러 박대의 먹이가 되는 어린 게와 조개류, 갯지렁이들이 풍부하고 장대한 갯벌을 자랑한다. 박대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잔가시가 없고 비린내가 없어 어른부터 아이들까지 먹기 좋다. 박대는 뼈 건강에 도움을 주는 칼슘(39.00mg/100g)의 흡수를 돕는 칼륨(356mg/100g)이 풍부하고, 혈전과 심근경색에 그만이고, 뇌 발달에도 좋아 성장기의 어린아이들에게 특히 좋다. 더욱이 비타민(A-E)의 보고(寶庫)이기도 할뿐더러 저칼로리 고단백으로 다이어트 식품이다. 얼마 전 jtbc의 한끼줍쇼의 ‘먹방(먹는 방송)’에 박대 구이가 소개되어 박대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고 한다. 박대는 회, 탕, 구이, 조림, 껍질로 만든 콜라겐 묵 등을 자랑하고 생강과 음식 궁합이 맞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눈의 위치로 대별되는 좌(左)광(어) 우(右)도(다리)인 도달이의 꿈이 광어(넙치)에 있다면 박대는 서대를 넘어 가자미가 되는 꿈을 꾸었을 런지도 모르겠다. 한편 지금 박대는 군산을 상징하는 물고기가 되었다. 그리고 국민들의 사랑받는 어류로 가자미 반열을 넘어서고 있다. 겨울은 방어 철이라고 하나 박대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물고기로 군산의 그늘진 경제를 되살리고, 그 명성이 옛날 조기와 황석어 젓갈을 능가하는 꿈을 되찾을 유망주로 기대되고 있다 한다. 정부의 관심과 홍보 그리고 지역 특산품 육성을 위해 지원이 절실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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