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수산협력 사업의 필요성>

지난 4월 27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그 결과로 판문점 선언이 발표됐다. 선언에 포함된 수산관련 내용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남북 정상의 역사적 만남만큼이나 수산업에 불어올 남북협력에 대한 기대도 크다.남북수산협력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첫째, 통일 연착륙을 위해서는 통일대비 남북 경제격차의 완화가 필요한데 그것의 뒷받침을 위해서는 수산협력이 진행되어야 한다. 2014년 북한의 경제수준은 우리나라보다 30여년 뒤처진 수준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1인당 GNI는 139만원으로 우리나라의 1/21 수준에 불과하다. 북한의 명목 GDP도 33조9천억원으로 우리나라의 1979년 수준(현재의 1/44)에 머물고 있다.

둘째, 농림수산업은 북한 경제의 21.8%(2014년)를 담당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특히 최근 북한의 어획량은 연평균 6.8% 증가추세를 보임으로써 수산업 성장율이 전 산업 평균(연평균 1.13%)보다 월등히 높다. 셋째, 수산업은 북한 주민과 직접적인 접촉이 상대적으로 적어 북한 당국이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데 부담이 적은 장점이 있다. 넷째, 현재 북한 당국도 수산업 증산 정책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14년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수산부문을 추켜세우기 위한 국가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물고기잡이 전투를 힘 있게 벌이자”고 강조했다.

다섯째, 남북간 공동으로 수산자원을 관리하기 위해서도 남북수산협력은 필요하다. 북한 어장에서의 중국어선의 과도한 어획, 북한의 사유화 진전에 따른 목표량 이상 어획사례 증가 추세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북한 어장의 수산자원 고갈은 남한 어장으로 남하·회유하는 어족자원 감소로 이어진다. 남한과 북한의 어장은 어종을 공유하고 있어 북한 어장을 관리하는 것은 곧 남한의 어장관리 효과와 직결된다. 전 세계적으로 식량안보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식량산업인 ‘수산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남북수산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협력사업의 기본방향과 사업주체>

남북수산협력의 기본방향은 남북의 ‘지속가능한 수산자원관리 및 협력’을 주목적으로 공공적이고 영구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상호호혜가 가능한 사업 중심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사업주체로는 정부지원 하의 비정부 공공기구가 좋다. 판문점 선언을 거치면서 북한에도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아직 북한은 남북 간 체제경쟁을 주민 통치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상황으로 우리 정부 주도의 남북협력은 북한 당국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에 반해 정치적 부담이 없는 국제기구나 NGO의 활동에 대해서는 특별히 제재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배제되고 민간이 전적으로 주도할 경우, ‘수산자원관리’라는 공익적 성격의 사업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과거 북한과의 수산협력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경험이 있고, 최근까지도 박근혜 정부 당시의 통일준비위원회 등에 남북수산협력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안해 온 ‘수협중앙회’가 주도하는 것이 적합하다. 2015년 수협중앙회는 통일준비위원회에 ‘남북수산협력’ 방안을 제안했고, 수협의 남북협력을 추진한 사례도 있다. 1998년 ‘(남측)수협중앙회’와 ‘(북측)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가 합작해 북한 서해에서 공동 조업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으며, 2001년 강원도 고성군수협에서도 북한과의 공동조업 계획을 지자체에 제출하는 등의 사례가 있다.

<협력사업의 추진 방향>

① 남한 어선의 북한 해역 입어

먼저 북한 동해수역에 입어하고 있는 중국어선(최대 1,900척)을 대신해 남한 어선이 입어하는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이 협력은 북한 어장의 수산자원회복 및 관리에 최우선 목표가 있다. 북한의 수산자원회복은 남한의 수산자원관리 노력에 시너지를 가져온다. 우리 어선 중 어획강도가 높지 않은 어선(채낚기 등)을 우선적으로 배치해 적정량만 우선 조업하고, 아울러 북한의 수산자원 현황을 조사하여 차츰 입어가능 업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입어 방안으로, 입어 가능 어선은 러시아수역에서 입어하고 있는 어선을 포함한 근해채낚기(50톤 이상) 100여척이 될 수 있다. 북한 주민과 접촉 시 발생할 여러 문제를 피할 수 있도록 우리 어선이 독자적으로 입어하는 형태로 추진한다. 그 대가로 기존에 중국이 북한에 지불해 온 입어료(연간 최대 855억원 추정)를 우리 정부 및 어업인이 현물 또는 현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숙제는 남아 있다.

북한에 지급할 비용 중 일부를 북한 내 종묘배양장 설치, 치어방류 등 수산자원조성 사업비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② 수산물 양식어장 개발

남북 공동관리를 전제로 양식장을 설치하고, 기술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남북협력을 추진하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해조류 및 어패류 양식에 우선 지원하고, 새로운 양식 어종 개발 및 양식 적지 선정, 북한의 조방적(粗放的) 양식체계를 집약적 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초기 정착기간 동안 필요한 양식사료 및 사료제조기계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후에는 북한의 실정에 맞는 배합사료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북한의 양식업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국가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양식업은 식량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으며, 2000년 이후 연못과 하천에서 메기, 철갑상어, 송어, 자라 등을 양식하고 있다. 통일부의 자료에 의하면, 2004년 기준 북한의 양어장은 약 4,500개로 나타나고 있다.

천해 양식은 주로 패류와 해조류를 중심으로 가능하며, 서해는 김, 미역, 굴, 바지락, 대합 등을 중심으로 양식하고, 동해는 가리비, 홍합, 미역, 우뭇가사리 등이 가능하다. 함경북도의 나진, 어대진, 청진, 사포, 강원도 고성 등에서 미역 생산량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함경남도 문천군에서는 굴 양식업이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③ 수산물 가공공장 및 냉동창고 설치

북한 당국은 수산물의 냉동, 저장, 가공분야에 대한 현대화와 과학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높이 두고 있다. 수산부문 열성자 대회 개최 보고(2013.12)에서 물고기 저장과 냉동능력을 높이고 가공설비 현대화의 중요성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수도, 전력 등 기반시설이 형성된 지역을 중심으로 가공공장을 건설하고, 북한수역 입어 어획물 및 양식 수산물 가공 시 북한 현지 공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북한 내 수산물 집하장 및 보관시설을 지원하고, 그 지원 대가로 북한의 현지 공장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확보하는 방안으로 협력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북한의 전력난에 따른 안정적인 전기 확보 방안이 우선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2013년 기준 북한의 발전 가동률은 34.8%에 불과하다는 보고도 있다. 경제특구인 나진·선봉지구도 하루에 4~6시간 만 전기가 공급(2015년)된다고 한다.

④ 서해5도의 공동파시(波市) 설치

파시(波市)는 고기를 잡은 배와 이를 사려는 상인들 사이에 거래가 이뤄지는 바다 위의 시장을 의미한다. 「조선왕조실록」과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파시평(波市坪) 또는 파시전(波市田)으로 기록돼 있다. 서해5도 인근에 마련될 평화수역에 남북 어민들이 수산물을 거래하는 파시(波市)를 설치하면 남북 어업인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 서해5도의 인근 해상에 대형바지선을 띄워 해상 수산물 거래시장을 설치하면 된다. 산지위판장을 운영하고 있는 수협이 주체가 돼 파시를 운영하는 방안이 적절하다.

<효율적인 협력사업을 위한 중기 준비사업>

남북 수산협력 사업이 효율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시간을 두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우선 북한 수역에 존재하는 수산자원의 기반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조사선 등을 활용하여 북한 수역에 대한 수산자원 및 해양환경 실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 수역에 분포되어 있는 어종, 자원량 등에 대한 조사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둘째, 북한수역의 우리 어선의 입어 구역 확정 및 수요 조사가 실시되어야 한다. 북한 수역 중 우리 어선이 입어 가능한 구역을 확정하고, 서해 5도 인근과 동해 은덕 어장을 중심으로 단계적 확대가 추진돼야 한다. 어획 가능한 어종을 중심으로 북한 수역의 입어 업종에 대한 수요 조사도 실시되어야 한다.

셋째, 북한 양식어업 현황 조사 및 지원프로그램도 수립돼야 한다. 양식장의 위치, 규모, 어종, 생산량 등에 대한 기초 조사가 먼저 실시돼야 하며, 북한의 실정에 맞는 어종 개발 및 관련 기자재 지원 계획 수립, 양식 품종 개발, 사료제조기기 지원 프로그램이 수립되어야 한다.

최근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와 함께 남북협력의 다시없는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특히 수산업은 타 산업과 달리 북한주민과의 접촉이 적어 우선적으로 협력이 진행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차근차근 남북수산협력이 진행돼 남북 수산인 모두가 상생하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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