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란(6.25전쟁) 중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인천상륙작전(1950,9,15)”이 2016년9월 상영된 바 있다. 테이큰 시리즈와 논스톱의 주연배우 ‘리암 니슨’이 맥아더 장군 역을 맡아 우리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물론 한국의 해군첩보부대와 켈로(KLO: Korea Liaison Office)부대의 활약상도 그렸다. 여기에 인천 팔미도 등대(한국 등대문화유산 1호, 인천지방문화제 40호)가 등장한다. 1903년 6월 1일 우리나라 최초로 불을 밝힌 등대다. 인천으로 들어오는 수로는 좁을 뿐더러 조수간만의 차는 최대로 크다. 인천상륙작전은 군사전문가들도 반대한 성공확률 1/5000인 작전으로 인천으로 들어가는 길을 여는 것이 작전 성패의 관건이었다. 하루 2시간씩 두 번밖에 없는 밀물 때를 놓치면 작전이 불가능했다. 당시 인천에서 약16km 떨어진 팔미도 등대는 북한군이 점령했었고 불을 밝히지 않고 있었다. 팔미도 등대가 점등이 되지 않으면 인천 상륙함대를 유도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팔미도 등대의 재탈환과 우여곡절 끝에 불을 밝혀 작전이 성공하였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시인 고은이 작사하여 가수 은희가 부른 ‘등대지기’란 노래가 있다.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위에 자고... 생각하라 저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등대지기는 우리마음에 와 닿는 정겨운 이름이나 세월에 밀려 지금은 ’항로표지관리원‘으로 바뀌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등대 총수는 1,178개로 이 중 37개만 유인 등대로 남아 있으나 과학기술에 의한 자동화 등으로 앞으로 이 유인 등대는 더 줄어들 것이다.

세계의 등대 역사를 보면 기원전 280-247년(추정) 세계의 7대 불가사의 하나로 불리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등대(일명 파로스 등대)가 알렉산더 대왕의 의지에 따라 프톨레마이오스 2세가 알렉산드리아 해안가의 파로스섬에 등대를 완공한 것이 등대의 기원이다. 알렉산드리아는 해안선이 너무 단조로워서 배들이 정박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밤에는 더 힘들었다고 한다. 당초 등대는 130m 높이에 전부 하얀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3개의 층이었다고 한다. 맨 윗층에는 불을 밝혔으나 최초에는 지금처럼 번쩍번쩍하는 등대가 아니고 주간에 항구 위치를 알려주는 항로표지로서 사용되었다. 그리고 기원 후 1세기경부터 꼭대기 층에 거대한 거울을 설치해 빛을 반사시켜 밤에 바다를 비추기 시작했는데 그 빛이 43km 바깥에서도 보였다고 전한다. 불을 지피는 연로를 나귀가 옮길 만큼 규모가 방대했으며 내부에 방이 300여개나 있어 후일 군대의 막사나 이슬람 사원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서기 796년 원인 미상으로 등대의 꼭대기 부분이 파괴되어 등대 불을 중간층으로 옮겼다가, 1323년 대지진으로 반파되었고, 1349년 등대기능은 완전히 파괴되어 해저로 가라앉았다. 이 등대 때문에 ’파로스‘란 단어가 유럽 여러 나라에서 ’등대‘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현대의 등대는 항해 선박의 안전한 운항과 항로표지(야간등광, 광파표지, 음파표지, 형상표지, 전자표지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등대도 색깔에 따라 방향을 표시하는 역할이 다르다. 붉은색 등대(항구가 왼쪽 위치), 흰색 등대(항구가 오른쪽 위치), 노란색 등대(소형선박 항행 간이 통로)가 국제적으로 통일되어 있다. 고산자(古山子)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제작하면서 호미 곶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동쪽으로 기록했다. 이곳에 위치한 호미곶 등대는 1901년 일본 수산실업전문대학 실습선이 대보 앞바다 암초에 좌초되어 승선원 4명이 사고를 당한 것을 계기로 1908년 12월에 불을 밝혔다. 우리나라는 칠암항야구 등대, 독도 등대, 우도 등대, 소매물도 등대, 오륙도 등대, 홍도 등대, 마라도 등대 등 아름다운 등대가 많다. 19세기 토목공학의 기념비란 칭호를 받고 있는 ’비숍 등대‘(1858년, Bishop Rock Lighthouse)는 영국남부 콘웰주 실리섬에 세워져 있다. 이 외에도 스웨덴의 스탕홀맨 등대(Stangholmen in Lysekil), 스페인의 모로 등대(Mouro Island Lighthouse), 미국의 올드 시추에이트 등대(Old Scituate Lighthouse) 등 27개를 어스폼(Earthporm)은 세계의 등대로 손꼽고 있다. 미국은 1716년 보스턴의 부르스터 섬(Little Brewster Island)에 세워진 등대가 독립전쟁 시 파괴됨에 따라 1783년 새롭게 세우면서 이를 계기로 1789년 미국의회는 8월 7일을 국립등대의 날(National Lighthouse Day)을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지난 11월 8∼17일 인천광역시에서 세계최초 등대유물전시회를 개최했다. 등대에 적용된 과학기술을 선보이고 등대올림픽(83개 회원국, 49개 연구기관)이라는 제19차 국제항로표지협회(IALA) 컨퍼런스(2018년 송도) 준비를 위해서다. 우리의 37개 유인등대에 근무하는 항로표지관리원들은 일상사와 격리된 곳에서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때로는 가족과도 떨어져야하고 사람그림자조차 보기 힘든 오지도 있다. 이 분들에게 벽지수당이 얼마가 위로가 될까. 팔미도 등대의 점등은 한국의 역사를 바꾼 변곡점이며 오늘도 밤바다의 항행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여기 이 분들의 노고가 없다면 상선이나 어선이 하루라도 안전할 수 있을까. 우리는 등대나 등대지기를 동화에나 나오는 이상향으로 생각하나 그곳은 폭풍우, 거센 파도, 짙은 안개비가 내리는 최전선이다. 등대의 날 지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부는 항로표지관리원들에 대한 제반 대책을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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