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의 초청으로 오랜만에 갯장어 샤브샤브 식당에 갔다. 서울에 몇 안 되는 갯장어 전문요리집이다. 샤브샤브(shabu-shabu)는 고려-몽골-일본으로 전파되어 오늘날 현대적 요리로 발전하였다는 설이 전해진다. 13세기 징기스칸 군대가 투구에 물을 끓이고 야채와 즉석에서 조달한 양고기나 말고기를 끓인 물에 적셔 먹었던 요리였다고 한다. 이것은 몽고군이 고려에서 토렴법을 배워가서 요리로 발전시켰고, 한편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건너가 샤브샤브의 원조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1952년 일본 오사카에 있는 “스에히로”라는 음식점이 ‘샤브샤브’라는 메뉴를 처음 사용했고, 1955년 상표등록까지 마쳤으나, 제3자가 사용하는 것을 막지 않고 오히려 장려했다고 한다.

샤브샤브의 일본어 어원은 살짝살짝/찰랑찰랑이라는 일본어의 의태어라고 알려져 있다. 이를 모방하여 ‘살랑살랑 샤브’라고 메뉴를 붙이거나 ‘토렴 샤브샤브’라고 혼용하여 쓰기도 하고, ‘갯장어 데침’, ‘참장어 토렴’ 등 여러 가지로 쓰고 있다. 또한 일부 식당에서는 갯장어샤브샤브에 괄호를 치고 갯장어 유비끼라고 적고 있어 샤브샤브와 유비끼를 동일시하고 있다. 그러나 샤브샤브가 따뜻한 요리인데 반하여 유비끼는 차가운 요리로 양자 간에는 차이가 있다. 어느 나라도 자국 고유어로만 모든 것을 표기할 수 없다. 따라서 외국어 차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빵이나 커피, 밀크, 뷔페, 샌드위치 등도 외래어 차입의 경우다. 따라서 샤브샤브를 대체할만한 고유어가 마땅치 않다면 널리 사용되고 있는 샤브샤브를 차입해서 쓰는 것도 한번 생각해 볼만 하다. 중국에도 ‘훠궈(火鍋)’라고 샤브샤브 비슷한 요리가 있고, 태국에도 ‘수끼’란 태국식 샤브샤브가 있다. 한편 삼국시대의 ‘토렴’은 밥이나 국수 따위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여 데우는 요리인데 이것이 샤브샤브의 기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갯장어 샤브샤브는 발라낸 살과 깻잎을 녹각, 인삼, 멸치, 대추, 생강, 부추, 버섯을 넣어 만든 끓는 국물에 약 5초 정도 넣었다가 양념에 찍어 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갯장어는 삼계탕, 추어탕과 더불어 하절기 3대 보양식으로 꼽는다. 특히 일본 교토(京都)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關西)지방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보양식이다. 반면 붕장어(아나고)나 먹장어(곰장어) 등과는 달리 생산 시기(5-11월) 제한과 대일 수출로 값이 비싸 대중적이지 못하다. 서식지는 우리나라 남·서해안과 일본, 대만, 호주 북부 및 인도양에 걸쳐 분포한다. 갯장어의 별칭으로는 참장어, 이장어, 갯붕장어, 붕장어, 녹장어 이빨장어, 해장어 등으로 부른다. <자산어보>와 <동의보감>에는 견아리(犬牙鱺)라고 하여 개의 이빨을 가진 장어란 뜻이고, 해만리(海鰻鱺), 자만리(慈鰻鱺) 또는 구어(狗魚), 개장어(介長魚)라고도 하였다. 중국에서도 갯장어를 해만(海鰻)이라 부른다. 영어로는 갯장어를 purple pike conger라고 한다. conger는 그리스어의 ‘구멍을 뚫는 고기’란 뜻의 gongros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갯장어는 성질이 사납고 이빨이 날카로워 잡을 때나 손질할 때 조심해야 한다. 손을 물자말자 비틀기 때문에 자칫하면 손가락을 잘릴 위험이 크다. 일본명의 하모(Hamo)도 ‘물다’라는 뜻의 하무(Hamu)에서 온 것이다.

붕장어(아나고)는 회(膾)뿐만 아니라 숯불구이도 선호한다. 포장마차 최고의 안주로 불리는 먹장어(곰장어, 꼼장어)는 눈이 퇴화하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하며, 불에 구울 때도 꼼지락 거린다고 하여 꼼장어란 별명이 추가됐다고 한다. 1893년 ‘세키가와 아키기요(關澤明淸)’ 일행의 조선연안 수산동향보고서인 <조선통어사정(朝鮮通漁事情>에는 갯장어는 경상도의 도처에서 서식하는데 사람들이 잘 잡지 않고, 또 잡더라도 뱀을 닮은 모양 때문에 먹기를 꺼려하여 일본인에게만 판매하였다고 한다. 또한 1903년 ‘구즈 슈스케(葛生修亮)’의 메이지(明治)시기 일본어민의 한국해역어로상황보고서인 <한해통어지침(韓海通漁指針)>에는 남해안과 서해안에 많이 잡히며 전라도에서는 판로가 넓으나, 경상도에서는 잘 팔리지 않고 값도 싸다고 했다. 그리고 조선총독부(1908-1911)가 펴낸 전국연안 수산실태조사서인 <한국수산지(韓國水産志)>에는 어획하는 사람이 적으나 도미 잡이 하는 사람들이 일본인을 본떠 도미가 잡히지 않을 때 갯장어를 잡는다고 했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아 한말(韓末)까지만 하더라도 갯장어를 즐겨먹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수출과 더불어 내수도 증가하고 있어 저층트롤, 주낙. 통발 정치망 등으로 포획하고, 상어를 잡는데 미끼로 쓰이거나 한약재로 이용되기도 한다.

갯장어는 두뇌활동을 증진시키고,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과 원기회복에 특효로 예로부터 강장. 강정 식품으로 전래되어 온 보신 식품이다. 특히 여름철의 스테미나 식품이면서 콜레스테롤이 적고, 어린이의 성장과 노화방지에 좋은 콘드레이틴이 함유되어 있을 뿐더러, 먹을 때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남자들 사이에서 장어 꼬리는 서로 양보하는 미덕이 있다. 장어는 몸통보다는 꼬리에 영양이 뛰어나 힘차게 꼬리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영양 면에서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8월의 끝자락에 와 있다. 여름 더위에 쇠하여진 기력을 보충하고 가을로 넘어가야 한다. 갯장어 샤브샤브가 그 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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