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를 야행성으로 밤의 황재라고 말한다. 낮에는 바위틈이나 굴속 또는 패류의 빈껍데기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무법자가 되어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먹을 것이 없으면 자기 다리마저 잘라 먹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영어권에서는 문어를 Octopus라고 한다. octo는 팔각형 이라는 뜻이고 pus는 발이라는 뜻의 합성어로 발이 여덟 달린 연체동물을 말한다. 그 뜻 외에 광범위하게 강력한 지배력이나 조직을 갖는 단체 또는 여러 면에 유해한 세력을 떨치는 사람 또는 단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파생되어 ‘문어발식 확장’ 또는 ‘문어발식 경영’이라는 부정적인 뜻이 생겨났다. 한자어로는 팔초어(八梢魚)라 하였고, 그 외에 장어(章魚), 팔대어(八帶魚), 망조(亡潮)라고도 한다. 그러나 최근 이태리 ‘가르달란트’ 수족관의 연구팀은 문어는 팔이 6개이고, 다리가 2개라고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글을 쓰는 선비처럼 먹물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글월 문(文)을 써서 문어(文魚)라고 하고. 중국에서도 같은 뜻의 장어(章魚,Zhangyu)라고 하여 문장(文章)이라는 글자 중에서 한·중이 한 글자씩을 취하여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문어(文魚)와 장어(章魚) 둘 다 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옛날에는 장거(章巨)라고 했다. 즉 조선 후기 실학자 이규경은 원(元)나라 때 <여황일소(艅艎日疎>라는 책에 문어는 ‘사람의 머리와 닮았다(似人首)’고 기록했는데 따라서 문어라고 했다고 어원을 풀이했다. 또한 청(淸)나라 때 문헌 <청일통지((淸一統志)>를 인용해 문어가 글을 아는 사람의 머리를 닮았고, 커다란 다리가 여덟 개 달려 있어 글 章(장)자와 클 巨(거)자를 합쳐 장거라고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문어는 방언도 다양하여 무꾸럭, 문게, 문애, 뭉게, 물꾸럭, 무니 등이 있다. 문어 뇌의 크기는 인간의 1/600정도로 작으나 바다의 현자로도 불리고 개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무려 여덟 경기의 승리를 예언해 맞춘 점쟁이 문어 ‘파울(Paul)’의 똑똑함에 놀란 바 있다. 또 문어는 미로를 통과할 수 있고, 병뚜껑을 열 수도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시애틀 수족관의 동물행동학자들은 문어가 장난까지 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고 한다. 더욱 경이로운 것은 문어의 다리 여덟 개는 뇌의 지배를 받지 않고, 다리에 5000만개의 뉴런(신경단위)으로 구성된 신경조직에 의해 통제된다고 한다. 한편 세계적 권위지 ‘디스커버리’는 문어의 지능 덕분에 개미 등과 더불어 인류멸망 이후 지능적인 문명을 세울 생물의 하나로 문어를 지목하고 있을 정도이다. 반면 북유럽에서는 문어를 탐욕의 상징으로 여겼다. 문어를 먹는 남유럽(스페인, 포르투갈, 이태리 등)과는 달리 북유럽 사람들은 문어를 지나가는 배를 여덟 개의 다리로 감아 침몰시키는 괴물로 여겼다. 그리고 이슬람 국가와 유대교인들은 비늘이 없는 물고기라 하여 먹지 않는다.(구약 레위기) 그러나 이슬람국가 중에서도 터키는 그리스의 영향을 받아 문어를 먹고, 구약(舊約)시대의 금기는 신약(新約)시대에 이미 폐기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슬람국가인 모리타니, 모로코 등지에서 일본은 저렴한 가격으로 문어, 몽고이까(紋甲烏賊, 대서양산 갑오징어) 등을 대량 수입하여 큰 재미를 보았다. 우리도 문어의 다리를 보고 욕심의 화신으로 여겼다. 고려 공민왕 때 배원룡이라는 관리는 계림부윤(현 경주시장)이 된 후 백성과 어부를 괴롭히며 재물을 긁어모았는데 남의 집에 있는 쇠스랑까지 가져갔다. 그래서 생긴 별명이 ‘철문어부윤(鐵文魚府尹)이 되었다. 쇠스랑의 모습이 문어를 닮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고려사(高麗史)>에서도 탐욕스럽게 재물을 긁어모으는 모습에서 문어의 다리를 떠올렸다고 했다. 이 때부터 문어의 부정적 이미지가 생겨 오늘에 이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함경도 37개 고을의 토산품으로 문어를 기록하고 있다. 조선 후기 여성 실학자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閨閤叢書)>에 ’돈(豚)같이 썰어 볶으면 그 맛이 깨끗하고 담담하며 그 알은 머리, 배의 보혈에 귀한 약이므로 토하고 설사하는데 특효라고 했다‘. 또한 쇠고기를 먹고 체한 대는 문어 대가리를 고아먹으면 낫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문어에는 타우린을 비롯하여 단백질, 회분, 칼슘, 인, 비타민 B1,B2가 풍부하다. 특히 타우린은 간 해독, 신경계, 시력 향상, 항 동맥경화, 항 고지혈증 및 당뇨병 예방효과가 탁월하고, DHA. EPA 등은 두뇌발달을 통한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문어숙회를 비롯하여 문어초밥, 문어 버터구이, 문어두루치기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이 외에도 제주도의 문어 국수와 일본 오사카의 타코야끼 등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문어를 평하기를 성이 평(平)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했다. 옛날 제사상이나 혼례 등의 관혼상제나 임금님 수랏상에 올릴 만큼 귀한 식재로 대접 받기도 했다. <전어지(佃漁志>에는 문어가 바위틈이나 굴속에 들어가는 습성을 이용하여 단지를 던져 문어 잡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대형 문어가 국내 연안에서 잡힌 기록은 길이 3m(30kg)이나, 세계적인 기록은 9m(272kg)이다. 또한 다리가 60개인 기형 문어가 우리나라에서 잡힌 바 있는 반면 일본에서는 96개의 다리를 가진 문어가 잡힌 기록도 있다. 문어는 영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007영화 Octopus, Deep Rising 등이 대표적이다. 타우린의 보고 문어를 외면하기 어려운 계절 10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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