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어업인들은 수산물을 근거 없이 콜레라 원인으로 지목하여 가격하락, 판매위축 등으로 수산업이 도산하고 있다고 어업인들의 분노를 관계 당국에 전하고 있다. 특히 수산관계자들은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하여 과학적인 역학조사로 원인을 조속히 그리고 확실히 규명하여 달라고 항의한 바 있다. 콜레라는 수인성 전염병으로 콜레라균에 감염되면 심한 설사와 탈수 증세를 보여 사망에 까지 이르게 된다. 1812년 신사년(辛巳年)에 유행하여 신사년 괴질(怪疾)로 불리다가 구한말 일본에서 콜레라라는 세균명이 들어오면서 콜레라라고 명명되었으나 조선왕조실록에는 ‘호열자(虎列刺)’라고 기록되어 있다.

콜레라의 원인은 ‘비브리오 콜레라균(V. Cholerae)’에 오염된 식수나 음식물, 과일, 채소, 어패류 등을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금년의 경우 거제 등 해산물 생산이 많은 지역으로 일부수역의 해수에서 균이 검출되고 확진환자가 정어리(?)회나 초밥을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해산물을 콜레라 주범인 냥 의심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다. 특히 거제와 부산에서 발병한 환자들의 유전자지문감식 결과가 두 지역 환자 간에 다를뿐더러 당국은 아직까지 특정 오염원을 지목하지 못하고 있다.

거제의 정어리 회(膾) 운운은 회유성(回遊性) 어류의 계절성을 무시하고 회 문화에 문외한이나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정어리가 오염원이라는 가설은 들은 적이 없다. 더구나 거제, 통영을 아우르는 해역은 청정해역으로 미국 FDA의 직·간접 관리를 받고 있고, 이 해역에서 생산되는 굴을 위시한 수산물은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당국은 신속하고 철저한 역학조사를 통하여 감염경로 등을 하루 빨리 규명하고 발표하여야 한다. 물과 음식물을 끓여서 섭취하고 손 씻기를 철저히 하자는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얼마 전 정부는 장구한 세월 먹어온 국민생선인 고등어를 미세먼지 주범이라고 발표한 것 같은 코미디는 앞으로 지양되어야 할 행정이다.

지구상에서 콜레라가 최초 발생한 지역은 인도의 갠지스 강 하류의 벵골에서 방글라데시에 걸친 지역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도의 갠지스 강은 오래된 힌두교 관습으로 강가에서 시신을 화장하여 강에 버림으로 강물의 오염이 심하고 주변의 위생상태가 열악한 곳이다. 가장 오래된 콜레라의 기록은 기원전 300년경이고, 이후 7세기 중국과 17세기 자바에서 콜레라로 추정되는 기록이 있다고 하나 확실치는 않다. 그러나 콜레라가 세계적으로 대유행된 것은 1817년으로 캘커타에서 생긴 유행성 콜레라가 아시아 전체로 퍼졌다. 특히 1816∼1975년 사이 7차례에 걸쳐 범세계적으로 콜레라가 대 유행했다. 한편 1884년 독일의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에 의해 콜레라균이 규명되고 의학의 발전으로 방역체계가 강화됨에 따라 아시아형 콜레라의 세계적 유행은 진정되었다. 그럼에도 중국과 인도의 일부지역에서는 수차례에 걸쳐 만 명 단위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특기할 것은 21세기 초인 2009년 아프리카의 짐바브웨에서 3000명의 사망자를 내기도 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도 1821년 평양과 서울에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오주연문장전신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수 십 만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우리나라는 콜레라의 유행이 여러 번 있었으나 대게는 중국의 요동반도로부터 들어오거나 일본을 경유하여 들어오는 경로로 나뉘어졌다. 이 기록도 ’순조실록(純祖實錄)‘에 잘 나타나 있다. 금세기에 들어와서도 2001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확진 환자가 없다가 기온과 수온이 특별히 높았던 금년 8∼9월에 4명의 환자가 15년 만에 보고되었으나 감염경로나 오염원은 오리무중이고 추측만 난무하다.

콜레라는 그동안 세계적으로 흑사병보다 더 많은 인명의 손실을 가져왔다고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있으나 수분보충을 위한 수액과 체내 전해질 불균형의 교정, 지사제, 항생제의 개발로 중증을 방치하지 않는 한 치사율은 1% 미만이라 한다. 그러나 19세기에는 집단적인 발병 양상과 더불어 치사율이 70%에 달했다고 하니 현대 의학의 발달과 위생상태의 개선 그리고 예방의식의 고양을 체감할 수 있다. 금번 확진환자가 발생한 거제시는 조선업 불황과 수산물 소비 감소에 대응하기 위하여 금융기관을 포함한 전기관이 ’런치투어‘를 계획하고 점심은 물론 저녁까지 횟집에서 식사하기와 전통시장에서의 장보기 캠페인을 벌여 지역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경주하고 자체조사도 병행하여 언론에 수시로 결과를 통보하고 있으나 콜레라균을 발견할 수 없어 조사를 종료했다고 한다. 한국공항공사 역시 전국 14개 공항의 음용수 검사결과를 발표하고 계속 수질관리를 강화하는 예방조치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금년 한가위에는 3000만 명 이상의 국민이 고향을 찾고, 회를 포함하여 다량의 수산물을 섭취했음에도 추가 확진환자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기온과 수온도 내려갔고 후진국병인 콜레라는 우리의 의료 수준 하에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특히 건강한 사람은 콜레라균을 겁낼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지적할 점은 콜레라 말고도 21세기를 위협하는 메르스나 조류독감 등 전염병이 많은데 역학조사를 통하여 전염경로와 특정 오염원을 밝혀내지 못하고 수산물에 누명을 씌우는 것은 잘못이다. 관계당국의 분발을 촉구한다. 多愁多病(다수다병)이라 했다, 걱정이 많으면 병도 많다는 뜻이다. 수산물을 많이 먹는 것이 무병장수(無病長壽)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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