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게(sea urchin)류는 세계적으로 약 900여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약 30여종이 서식한다고 한다. 성게는 종류에 따라 식성이 다르기는 하지만 많은 종류가 암석을 덮은 해조류나 고착성 동물을 먹는다. 옛 문헌에는 성게는 해구(海毬) 또는 해위(海蝟)라고 했고, 우리말로는 몸 전체에 가시가 나있어 밤송이와 비슷하게 생겼다 하여 ‘밤송이조개(栗毬蛤)’라 했다. 수산의 고전인 자산어보에는 성게류를 율구합(栗毬蛤)과 승률구(僧栗毬)라고 했다. 율구합은 고슴도치 같은 털(가시)속에 껍데기가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보아 지금의 ‘보라성게’를 지칭한 것이고, 승률구는 털이 짧고 가늘며 누런색이어서 구별이 된다고 한 것으로 보아 ‘말똥성게’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특히 성게는 바디의 영양덩어리, 바다의 호르몬, 정력 강장제라고도 불린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MDI 생물학연구소의 제임스 A. 코프면 교수는 세 가지 종류의 완전히 서로 다른 기대수명을 가진 성게를 비교 실험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기대수명이 100년인 붉은 성게, 기대수명이 50년인 보라성게 그리고 4년인 얼룩성게를 실험 대상으로 했다. 성게는 척추나 가시에 부상을 입어도 쉽게 재생하는 놀라운 재생 회복능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코프면 교수는 실험 전 에는 긴 기대수명을 가진 성게일수록 더욱 왕성한 재생능력을 보일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수명의 길고 짧음과는 상관없이 이들의 재생능력은 거의 똑 같았다고 한다. 특히 어떤 세포에서도 노화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 결과는 그간의 진화 이론에서의 노화와 성게의 노화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으로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성게의 비밀’에서 불로장생으로 가는 열쇠를 찾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다의 비밀은 밝혀진 것이 5%미만 이라고 하니 앞으로의 연구과제가 무궁무진한 셈이다. 성게 한 마리에서 나오는 성게알은 고작 15g으로 하루에 5kg의 성게알을 수확할러면 400개 이상을 건져 올려야 상군(일류)해녀 소리를 듣는데 속이 빈 멍텅구리 성게도 많이 올라온다. 반면 머구리성게(잠수부가 건저올린 성게)와의 가격 경쟁까지 겹쳐 어려움이 많다. 6월부터 7월말 까지는 제주도와 동해바다는 해녀들의 숨비소리(물 밖으로 나와 숨 쉬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해녀들의 성게 잡이 필수도구로 태왁(물에 뜬 바가지), 망사리(해산물을 넣는 그물망), 골갱이(호미) 와 3-4kg 무게의 납이 달린 허리띠와 잠수복이 갖추어져야 한다. 이렇게 중무장하고 산소통 없이 물속에서 1분 이상 숨을 참을 수 있는 강인한 체력도 요구된다. 물 밖으로 나와 길게 내뿜는 숨비소리에는 삶의 고달픔과 애절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하겠다. 성게는 야행성 동물이라 밤바다의 폭군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낮에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 바위틈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난폭자로 돌변해 미역, 톳, 모자반 등 해조류를 닥치는 대로 먹고, 심지어 전복, 문어까지 잡아먹으니 성게알의 영양가가 좋을 수밖에 없다. 바닷속의 해조류가 사라지게 되는 백화현상의 주범으로 지목받기도 하고, 백화현상이 오면 성게자원이 없다는 지표 역할도 한다.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일부 성게는 강한 독을 품고 있어 한번 찔리면 치명상을 입는다고 하나 우리 연안의 성게 대부분은 독은 없으나 가시에 찔리면 며칠간 통증으로 고생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성게의 효능은 첫째로 알골해독 작용을 꼽는다. 주당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다. 더욱이 철분과 비타민이 풍부하여 빈혈을 해소해 주고 사포닌 성분은 진해 거담작용과 결핵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둘째로 산모의 사후조리에 으뜸이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 칼슘, 당질, 인 등의 무기질과 특히 비타민 B1, B2가 풍부하여 산모의 산후 회복이 빠르다. 셋째로 성게알은 ‘황금의 눈’이라고 하여 피부미용과 노화를 방지해 준다. 또한 성게알 100g당 열량은 105kcal의 낮은 칼로리로 몸매관리에 좋아 여성들이 기호식품으로 선호한다. 이외에도 몸속의 나쁜 노폐물이나 냄새를 없애는 천연향수의 기능도 있다. 현대인의 스트레스에 대응해 강한 정신력을 기르는데 중요한 작용도 한다. 해양수산부는 6월의 어식백세 수산물로 참돔과 성게를 선정했다. 성게 미역국, 성게 칼국수, 성게 비빔밥, 성게알 오일 파스타와 성게젓갈 등 성게는 익히거나 날것 할 것 없이 손쉽게 먹을 수 있다. 일식당 카운터에 앉아 있으면 세프(chef, 주방장)가 서비스로 건네주는 성게알 김밥 한알의 풍미는 오래도록 입안에 남는 추억이다. 심지어 성게 된장이 사찰음식으로 등장한 곳도 있다. 바다의 비타민 덩어리, 바다의 비아그라 그리고 앞으로 밝혀질 불로장생의 비밀이 가시덩굴로 둘려 쌓여있는 성게 껍질 속에 숨어 있다. 2,200년 전 진시황제의 명을 받고 불로초를 구하러 우리나라에 왔다는 서복(徐福)의 후예들이 불로불사(不老不死)의 명약을 구하려 너도 나도 바다에 뛰어들어 성게자원이 멸종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나만의 기우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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