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라는 청년과 사랑에 빠졌으나 신의 노여움을 받은 아도니스는 멧돼지의 공격을 받아 처참하게 죽고 말았다. 아프로디테는 슬퍼하여 그의 피 위에 꽃을 피웠는데 그 꽃이 ‘아네모네(바람꽃)’이다. 봄바람을 타고 잠시 피었다가 스쳐가는 바람결에 지고 마는 비극의 꽃이다. 강장동물인 말미잘의 촉수가 마치 꽃과 같다고 하여 영어로 바다의 꽃(sea flower) 또는 바다의 아네모네(sea anemone)라고 부르고, 바다의 장미(sea rose)또는 actinian, zoantharian, malacoderm이라고도 한다. 아네모네는 그리스어의 아네모스(anemos/바람)에 어원을 두고 있다.

우리의 선조들은 말미잘을 ‘미주알’이라고 했는데 그 뜻은 구멍을 이루는 창자의 끝 부분 곧 항문(直腸)을 닮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미주알이란 민망한 뜻을 가리기 위해 미주알 앞에 말(馬)을 붙여 ‘말미주알’이 되었다가 축약되면서 말미잘이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강장동물인 말미잘은 입과 항문(배출공)이 동일하다는 특징이 있고, 촉수를 오므리면 말의 항문과 흡사하다는데서 유래되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말미잘을 ‘홍미주알(紅未周軋)’로 모양은 오랫동안 이질을 앓은 사람이 탈항(脫肛)한 것과 같다고 했고, 돌에 붙어 자라는 항문 모양의 굴(石花) 같다고 하여 ‘석항호(石肛?)’라고도 했다. 또한 방언에 ‘미자바리(미주알)’가 빠졌다고 하는 말도 같은 뜻이다. 그리고 ‘미주알고주알’이라는 말이 있는데 무엇인가 꼬치꼬치 캔다는 뜻으로 미주알은 창자가 시작되는데서 부터 항문(內肛門括約筋)에 이르기까지 전부를 훑어본다는 뜻이고, 고주알의 의미는 확실치 않으나 ‘눈치코치’ ‘티격태격’ 등과 같이 음률을 맞추거나 혹자는 고주알은 ‘고조(高祖)알’이란 뜻으로 고조할아버지 대(代)까지 전부 캐 본다고 재미있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말미잘에 대한 기존연구는 사람, 초파리와 비슷한 유전자를 갖고 있어 동물로 분류하여 왔으나 최신기법으로 유전자 분석을 해보니 반은 식물(HYL-1 마이크로 RNA 발견) 반은 동물이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고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 연구진이 밝혔다. 이것은 지구상에서 유일한 개체라고 한다. 말미잘은 종류에 따라 크기도 다르고 빨강, 노랑, 초록 등의 화려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소화관은 없고 몸속의 빈 곳인 강장이라는 곳에서 먹이를 소화하고 찌꺼기는 입을 통하여 밖으로 내보낸다, 먹이는 플랑크톤, 치어, 치패, 새우, 게 등 이 말미잘의 촉수에 닿으면 독이 나와 먹이를 마취시킨 다음 먹는다. 먹이의 포착은 촉수에 수많은 자포(刺胞)를 이용한다. 자포에는 ‘테트라민’이라는 독성물질이 방출된다. 그러나 해파리, 바다뱀, 복어 등과는 달리 인체에는 큰 손상을 주지 않는다. 다만 특수한 경우로 일본 오키나와에서 ‘운천별말미잘’에 쏘여 급성신부전증으로 사망한 예는 보고된 바 있다. 말미잘의 천적은 밤 고둥, 불가사리, 대구, 넙치, 뱀장어 등으로 이러한 적으로부터의 습격에 대하여는 족반을 떼어내 촉수를 360도 회전하면서 마치 헬리콥터와 같이 탈출하기도 하고, 소라게의 껍데기에 붙어 이동하기도 하나 대부분은 정착생활을 한다. 말미잘과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인 ‘흰동가리’와의 공생은 교과서에도 나오는데 그 비밀은 아직 밝혀진 것이 없고 흰동가리가 선천적으로 면역력을 가졌거나, 피부에 테트라민과 유사한 독성이 있거나, 한번 쯤 독에 쏘여 후천적으로 면역력을 갖게 됐을 것이라는 여러 가정이 있다. 그리고 ‘자기게(磁器, porcelain crab)’와 호위병 노릇을 하는 ‘집게’ 또는 ‘말미잘 새우’에 대한 연구도 초보단계이다.

1995년 4월 개봉된 거장 유현목 감독의 42번째 작품이고 마지막 작품이기도 한 ‘말미잘’은 새만금 앞바다 선유도와 관리도를 배경으로 인간의 원초적인 성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섬의 아름다운 영상이 압권이다. 9살 소년 수영이 지순 누나의 타락, 엄마의 재혼, 최선장의 죽음을 통해 성의식에 눈떠가는 성장과정을 그렸고, 고모가 운영하는 도시의 유곽에서 본 지순 누나의 여자의 상징을 말미잘 같다고 섬 소년 수영은 생각했다.

성적 갈등을 표현하는 상징적 코드로 말미잘(원제: 엄마의 별과 말미잘)을 선택한 샘이다. 말미잘 수육과 더불어 매운탕을 바다의 십전대보탕으로 소개하는 음시점이 부산 기장에 있다. 영양가가 높고, 해독력이 있어 간에 좋고 소변이 탁할 때와 피의 정화능력에 좋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일본의 경우도 일부 종을 된장조림이나 튀김용으로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그 효능에 대하여는 연구가 미약하나 신소재 연구는 활발하다. 이스라엘의 한 생명공업기업은 말미잘의 자세포의 원리를 접목시켜 지속적으로 마린 콜라겐(marine collagen)을 공급할 수 있는 미세 주사기(natural microinjection system)를 개발하여 주사기를 통해 항 노화 크림이나 미백크림을 피부내부에 깊숙이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노하우를 개발하여 여성들에게 큰 환영을 받고 있다. 국내 포스텍 연구진도 말미잘을 이용하여 기존의 쉽게 부서지는 단백질 하이드로젤 지지체의 단점을 극복해 우수한 내구성을 가진 줄기세포 배양 지지체를 개발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한다. 또한 대만대의 해양학과 연구진은 페암, 백혈병, 피부암등의 진전을 억제하는 박테리아를 발견했다고 한다. 홍합족사에서 우수한 바이오 접착제를 개발한데 이어 그동안 오색찬란함을 눈으로만 즐기던 말미잘에서 새로운 소재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해저 헬리콥터인 말미잘이 비상(飛翔)할 날도 머지않았다. 전 지구 동.식물의 80%가 바다에 살고 있다니 정녕 ‘바다는 누구인가?’ 바이오수산업의 새로운 활로가 열려 어업인들에게 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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