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UU 굴레에서 벗어나

최근 몇 년간 우리 원양업계를 짓눌려온 불법어업(IUU)문제는, 지난 2월9일 미국에 이어 4월21일 EU에서도 우리나라를 예비 불법어업국 지정에서 해제함에 따라, 그 굴레가 풀리게 되었다. 원양업계 입장에서 볼 때 늦었지만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IUU지정 해제는 그동안 우리 정부에서 모든 원양어선에 어선위치추적장치(VMS)를 설치토록 하고 조업감시센터(FMC)를 통해 실시간으로 조업감시 활동을 펴는 한편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불법어업 처벌 법규를 대폭 강화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였고, 또한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등 최선을 다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든 것으로 판단된다.
이 과정에서 수십년간 조업해온 대서양 서부 아프리카 어장을, 결과적으로 상실하게 되었고 또한 상당수 선사들이 도산하게 된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준법 조업은 이제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국제적인 흐름이고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임을 우리 업계는 잘 알고 있으며 앞으로 책임 있는 조업국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각오다.

□ 해외자원개발사업으로서 원양어업

우리 원양어업은 최근 환율, 입어료상승, 어가하락, 선원확보난 등 제반여건의 악화로 인해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동안 원양어업을 영위하면서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들에게 양질의 수산식량을 공급하고, 또한 수출산업 역군으로서의 자랑스런 사명감은 이같은 여건악화로 인하여 조금씩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원양어업은 연근해에서의 부족한 수산식량을, 외국어장에서 여러 어업 선진국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산, 공급 및 수출하는 해외수산자원개발사업으로서의 중요성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는 최근 들어 자원확보가 곧 국력이라는 관점에서 다른 어느 때보다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또한 막대한 외화를 투입하여 해외자원개발에 앞 다퉈 나서고 있는 등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원양어업의 중요성은 충분히 인식될 수 있으며, 따라서 정부에서는 원양업자들이 일관성 있게, 의욕을 가지고 어업경영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 원양어업의 경쟁력 강화방안

해외에서 수산자원을 개발하는 원양어업이 식량안보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기간산업으로서, 또한 여러 어업 선진국들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고, 글로벌산업으로서 육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관심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진 원양업체(중견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등 지원과 관련, 예산당국 등의 일부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지만 원양산업의 주된 견인동력인 중견기업에의 지원축소로 인해 자칫 원양산업의 전반적인 기반이 약화될까 우려되는 현실이다. 외국기업들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안정적인 자원개발을 위한 해외조업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 논리에 입각한 중견기업의 역할이 새삼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산당국에서는 단지 기업의 규모가 크고 선박수가 많다는 측면만을 감안하여 이들 중견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을 제한할 계획으로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제는 향후 10년, 나아가 20∼30년 후의 원양어업에 대한 경쟁력강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며 따라서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선박의 저선령화가 시급하다. 2014년말 기준으로 볼때 전체 원양어선 333척중 비교적 노후선이라 할 수 있는 선령 21년 이상 된 선박이 301척으로 전체의 90%를 점하고 있고, 특히 31년 이상 된 노령화 선박만도 123척으로 전체선박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실로 노후선에 대한 신조대체 사업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는 대목이다.  

□ 노후선 신조 대책 시급

최근 대만, 중국 등 후발 원양어업국들은 원양어업의 중요성을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인식하고 과감한 정부지원과 아울러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신조선을 건조하고, 해외어장에 투입하고 있다. 이들 신조 어선들은 생력화(省力化)되고, 조업능력도 좋아 어장에서 우리 원양어선들을 압도하고 있으며, 반면 경쟁력이 취약한 노후어선을 보유한 우리 원양업체들은 에너지 효율도 떨어지고 이에 따라 조업능력도 저하되어 결국 채산성이 줄어드는 등 적자경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후선을 신조 대체하는데 1천톤 선박을 기준으로 할 때 대략 200억∼3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자금이 소요된다. 아무리 중견기업이라 해도 자금조달이 결코 쉽지 않으며, 특히 최근 2-3년간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환율, 어가하락, 입어료 및 인건비 상승 등 요인으로 적자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신조대체는 요원한 일이다. 어장에서 선박을 잃고 한번 쇠퇴하면, 다시금 세계 상위의 원양어업국으로서의 지위를 되찾기 쉽지 않다. 따라서 신조와 관련한 고금리(3%) 융자지원사업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최소한 1%미만 금리와 건조자금의 일정부분(30% 이상)을 보조하는 등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아울러 현재 정부에서 지원되는 정책자금인 원양어업경영자금의 경우도 시중금리와 차이가 없는 3% 수준인 만큼 이 역시 정책자금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위해 최소 1%미만 수준으로 시급히 조정해야 하며, 동 정책자금 지원과 관련, 중견기업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역차별받는 사례가 발생되지 않도록 배려해 나가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 선원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노후선문제와 함께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이 선원구인난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수산계 대학 및 고교가 10여 개교에 달하고 있으며, 이들 학교에는 약 1천명에 이르는 졸업생이 매년 배출된다. 그러나 대표적인 3D업종인데다, 근로환경 또한 상대적으로 열악한 관계로 이들 졸업생 중 실제 원양어선에 승선하는 학생 수는 10%에도 못 미치며, 이 또한 병역특례제도와 연계하여 복무(승선)기간인 3년을 채우면 기다렸다는 식으로 대거 하선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어느 정도 어선에 적응되면 미련없이 상선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는 제도적인 보완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해양수산연수원을 통해 3급 및 5급과정 등 단기 해기사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이를 통해 그나마 년간 40∼50명 정도 신규 해기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선박사정을 볼 때 크게 부족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 때문에 선박이 출어할 때 법정해기사를 충당하지 못해 출어가 지연되는 것은 물론 관련법규 위반으로 벌과금을 받는 경우가 속출한다.
따라서 안정적인 선원수급을 위한 제반 지원책 등 정부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특히 해기사의 경우 국내선원 양성으로 어느 정도 충당한다 해도 이 역시 평생직장 개념이 아닌 육상으로의 전직을 위한 중간과정 정도로 인식되는 등 장기근속이 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더 이상 배출이 막힌 부원선원의 경우 이제는 외국인선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고, 아울러 외국인해기사 승선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 정부와 노사가 한자리에 앉아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 연안국에 대한 ODA사업 대폭 확충 요망

대부분 연안국들은 최근 들어 자원자국화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종전 단순히 입어료를 지불하고 조업하는 형태에서 합작을 요구하거나, 조업일수(VDS)를 도입하여 표면적으로는 자원보호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높은 입어료 및 투자 강요와 함께 연안국의 입지를 대폭 강화하는 시스템을 채택하였거나, 또는 검토 중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함께 경쟁적으로 원양어업에 나서고 있는 나라 중 일본, 중국, 대만 등 나라에서는 국가 차원의 자원외교를 적극 펼치고 있다. 연안국들이 자국 어장을 개방하는 댓가로 항만을 건설하거나, 병원 또는 학교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일본, 중국 등은 연안국에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여 연안국이 요구하는 이상의 유·무상 원조, 수산업 및 관련활동 인프라 지원 뿐 아니라 교육시설, 도로개설 등 실로 엄청난 물량공세에 나서고 있어 규모나 내용 등에 있어 연간 원양어업분야 ODA사업에 10∼2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와 많은 차이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연안국에 대한 ODA 지원은 개별 원양선사에서 추진하기가 거의 불가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며, 특히 안정적인 해외수산자원개발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중요하다 할 것이다. ODA사업 등 연안국 지원정책을 안정적이고도 지속적인 원양어업 발전전략의 일환으로 보다 강화해 나간다면 앞으로 닥쳐올 전 세계적인 수산식량 공급감소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무튼 우수한 성능의 선박, 양질의 선원과 함께 ODA사업을 통한 안정적인 어장확보는 원양어업의 향후 발전적인 미래를 좌우하며, 이를 통해 원양어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해외수산자원개발에 더 한층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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