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5일 해방과 더불어 일본 제국주의 통치 36년간의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일본이 연합국에 항복하고 철수한 후 농업을 위시한 1차 산업은 피폐하기 그지없었고, 어촌은 황폐화 됐고 어업인은 삶의 의욕을 잃었으며 수산업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고립무원의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일본은 1910년 8월 29일 조선을 합병한 후인 1911년 일본 총독부는 어업령을 발표함과 동시에 한반도를 대륙 침략의 병참기지로 삼고 본국의 부족한 자원의 보조적 수단으로 식민지 수산자원을 수탈 대상으로 증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무자비한 착취를 시작했다. 그러나 궁하면 통한다고 해방과 동시에 경남을 위시한 서해안 갯벌에 엄청난 조개가 몰려와 수년간 어업인들 얼굴에 햇살이 비쳤다. 새조개(egg cockle)라고 불리는 패류로 어업인들은 해방되던 해에 대량 나타났다고 하여 ‘해방조개’라고 부르며 기뻐했다. 부산, 진해, 창원지역에서는 갈매기 조개라고 부르고, 여수에서는 도리가이라고 하고, 남해·하동지역에서는 오리조개라고 불렀고, 해남지방에서는 새꼬막이라고 한다.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작합(雀蛤) 또는 새조개(璽雕開)라고 부르고 있고, 중국에서는 활정부매조합(滑頂溥賣鳥蛤, huading baoke wuge,) 그리고 일본어로는 とりかい(torikai 鳥貝, 鳥蛤)라고 부르는데 조갯살 모양이 새의 부리를 닮았다고 하여 새조개라고 하고, 갯벌에서의 이동 속도가 다른 패류에 비하여 새같이 넓은 지역을 빠르게 이동한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하기도 하고 또한 맛이 닭고기 맛과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며, 참새의 빛깔을 지니고 그 무늬가 참새 털과 비슷하여 참새가 변하여 된 것이 아닐까 의심스럽다고 할 정도로 비약하고 있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 내만이나 내해의 수심 10∼30m의 모래 진흙 바닥에 서식한다. 예로부터 해안가 어민들은 산후조리에 새조개를 미역국에 넣어 끓여 먹거나 원기회복을 위한 보양식으로 즐겼고, 12∼3월의 겨울철에 가장 맛있고 주둥이 부분이 검은색이 짙을수록 좋고, 살이 두터워야 제 맛을 내며 2∼3월이 최고라고 한다. 새조개에는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열량과 지방함량이 낮아 여성들의 기호식품이며, 단백질, 철분 등이 풍부해 빈혈 기억력 감퇴 심근경색 고혈압 등의 예방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주로 초밥 재료나 샤브샤브 그리고 회나 구이 등으로 먹고 있으나 근래 자원이 감소하여 1987년에는 약 5,500톤이 생산되었으나 최근에는 생산량이 대폭 감소하였다. 한 때는 불법채취가 성행하였고 어장과 판매망에 폭력조직까지 동원된 일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새조개는 피조개(42∼43), 꼬막(17∼18)과는 달리 표면에 40∼50개의 가늘고 얕은 방사상의 주름(放射肋)이 있고 부드러운 털이 촘촘히 나있다. 안쪽의 살은 홍자색이고 발(足絲)은 삼각형으로 길고 흑갈색이다. 자웅동체로 만 1년이면 산란이 가능하다. 주로 패류형망이나 타뢰망(打瀨網)을 이용하여 채취한다. 전남 여수지방에서는 새조개 삼합구이가 유명한데 내장을 제거한 새조개와 얇게 썬 돼지목살과 숙성이 잘된 묵은 김치를 준비하고 돌판 위에 돼지목살을 구운 후에 김치와 살짝 익힌 새조개를 싸서 먹으면 절묘한 맛이 일품으로 홍어 삼합은 뒷전으로 밀려난다고 한다. 또한 내장을 제거한 새조개를 꼬지에 끼워서 말린 후 진간장, 물엿, 다진 마늘 등을 넣고 말린 새조개를 꼬지에 끼워 양염과 함께 졸여서 먹으면 신선이 내린 별미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새조개도 고막류 중에서 가장 크고 육질이 연하며 색깔도 제일 붉은 편으로 값비싼 피조개가 되는 꿈이 있을 것이다. 진해만에서 생산되는 피조개가 품질이 가장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고, 100g당 총열량이 81cal이고, 단백질 15.5g, 탄수화물 3.5g 및 회분 0.7g이며, 그 밖에 비타민 A, B1, B2, C 등을 함유하며, 그 이름(bloody calm)에서 암시하듯 조혈 성분인 헤모글로빈이 많이 들어 있어 빈혈 방지와 혈액의 산소공급에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피조개와는 달리 해방둥이 새조개는 다수의 어업인들에게 돈벼락을 안겨 주었고 폭넓은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매년 1∼3월에 열리는 홍성 남당항의 새조개 축제를 위시하여 각 지역의 요리 경진대회는 많은 서민들로 하여금 새조개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월의 어식백세 수산물로 건강 다이어트식인 귀족조개이며 황금조개인 새조개를 선정하고 많이 먹기를 권장하고 있다. 魚有魚路 蝦有蝦路(물고기가 다니는 길이 있고 새우가 다니는 길이 있다)라는 고사성어는 어떻게 하는 것이 합당한 정책을 수립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고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수산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